정교한 숏이다. 물건과 사람 모두를 주인공으로 삼으니, 둘이 만나는 배송완료의 순간이 키치적이면서도 찬란해졌다. 운명처럼 내 품으로 들어온 가전, 유 머스트 컴백홈.

 

그렇게 이 광고로, 나한테는 전 같지 않은 서태지지만 컴백홈을 찾아 들었고, 그때 집나간 애들 이 노래 듣고 다 돌아오고 난리 났다고, 아빠가 다 봤다고, 아이에게 침을 튀겨가며 뻥을 쳤다. 어쨌든 난 이제 깨달았어 았,어 날 사랑했다는 것을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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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심지어 <블루벨벳>까지 연상케 하던 끈적거리는 불안, 공간성과 인간성의 불온한 교접, 음험한 기운 등등이, 아래 사진 분이 안 나오고부터는 소멸.

 

이내 선은 선이요 악은 악인 '형사 버디 뭉클극'으로 바뀌더니 마침내 위 아 더 월드 엔딩. 그렇게 내 취향에서 탈선. .

 

진묵 씨, 뭐가 그리 급했길래ⓒ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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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퀸스 갬빗>. 배우 한 명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라는 것의 거의 최대치를 끌어냈음에도, 끝내 ‘위 아 더 월드’ 서사가 내 취향은 아닌 걸로.

단, 에피소드3의 엔딩은 기록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겠다. 엄마를 깔보며 쏘아붙이다 그대로 돌려받고, 그러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무심한 척 엄마 손을 잡고는 BGM ‘The end of the world’와 역시 무심한 듯 따뜻할 역광의 꾸밈을 받는 숏. 들뜨지도 가라앉지도 않은 채 패배를 매만지는 이 숏에서, 베스 하먼의 세계관인 평면의 64칸은 마침내 훅, 부풀어 입체로서의 형상을 갖춘다.

차분한 진동. 간만의 시네마틱 경험.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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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마 블루>를 마지막에 배치한 건 앞선 17, 212분에 달하는 인내의 시간을 보는 이 저마다의 삶에 축적케 하려 함이 아니었을까.(참을 인 자 17?) 점과 점을 빛의 속도로 오가는 시대, 디지털 플랫폼의 중심에서 접촉한 뜻밖의 아날로그적, 시간의 결?

 

그러고 보니 이 결이 바로 <지마 블루>의 서사를 이루는 물질인 것 같기도. , 분화, 다시 점. 디지털인 척 아날로그. 너와 나, 우주, 그 무엇이든.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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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피소드1 엔딩 시리우스가 들릴 때부터는 거의 울 뻔했다. 그 설렘들이 이렇게 또렷하게 떠오르는데, 이렇게나 오래돼서.

 

2. 예전에도 느꼈지만, 마이클 조던은 자신만의 구획들을 만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이다. 존경하니까 넘어서야 하는 대상, 복수해야 할 부류, 짓밟아야 하는 대상, 멱살 잡고 끌고 갈 팀원, 망신 줘도 괜찮은 부류 등.(가족 욕이나 신체조건 관련 막말도 가능)

 

3. 존중의 급은 천차만별이지만, 모든 구획의 존재 이유는 궁극적으로 같다. 요컨대 지배로 나아가기. 관찰하고, 체계를 잡고, 통제하고, 그렇게 끝내 지배자로 남기 위한 그만의 분류표.

 

4. 그를 GOAT로 만든 것엔 운동능력, 체력, 바디밸런스, 발목 등이 있겠지만, 내 구역을 내가 지배하지 않고선 참을 수 없는 지독한 경쟁심’, 그렇게 안팎으로 이뤄진 잔혹한 수준의 밀어붙임은 첫 손에 꼽혀 마땅하다.

 

5. “사람들은 말한다. ‘MJ? 착한 사람은 무슨, 폭군이면 몰라도’ () 당신 눈엔 그렇겠지. 이겨본 적이 없으니까.” - 마이클 조던. 에피소드7 中.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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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신작! 역시나 나쁘지 않았던 전작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을 뛰어넘는다.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이 사건 전개 내내 풍겨온 매혹적인 기이함을 후반부에 다소 밋밋하게 풀어버리는 데 반해, <산마처럼 비웃는 것>은 오직 그 '사위스러운' 궤도 위에서만 말 그대로 미스터리 곡예를 펼친다. 그만큼 더 정교해졌다는 말. 그러다보니 거듭되는 반전 카드들 또한 보다 말끔하다. 요컨대 전작의 반전이 액자구조를 종단, 역동적이기는 하되 어떤 과잉된 부연의 느낌을 줬다면, <산마처럼 비웃는 것>에서의 반전은 추리에 추리가 꼬리를 무는 구조를 띰으로써 소설 전체의 완결성에 기여한다고 할까.


미쓰다 신조는 전작에 이어 다시 한 번 전근대와 근대, 또는 구습과 합리 사이에 사건을 끼워 넣는다(확실히 요코미조 세이시를 잇고 있다). 하 수상한 시절, 여기에는 공포적인 이질감이 있다. 욕망은 그 이질감을 거치면서 뒤틀리고 변형된다. 또한 이 욕망을 위장막 삼아 꼭꼭 숨어버린 범인,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미스터리의 발발과 기괴한 전개는 거의 이곳의 필연처럼 보인다.

해결사 도조 겐야는 중간자다. 전근대와 근대 모두에 발을 뻗고는 있지만 어느 한쪽에도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조심스럽고, 관찰하고 깨닫는 것에 여념이 없다. 아마도 규정할 수 없는 세계, 하나의 정의로 환원되지 않는 시대를 견디는 데 최적화한 자세일 것이다. 그래서 지극히 일본적인 소재에서 출발하지만, 미스터리를 마주하는 소설의 태도는 충분히 탈-지역적이며, 동시에 통시성을 갖는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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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좋으라고 사운드를 취합·정련하는 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라디오헤드의 관심사가 되지 못했다. [Ok Computer]라는 찬란한 성과에도 불구, 미지의 소리를 파고들며 골머리 썩음을 자청한 그들이었다. 그러니까 이번에 공개된 [The King Of Limbs]의 불편함은 결코 느닷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Hail To The Thief]와 [In Rainbows] 뒤에 왔을 뿐.

 

예상대로 [The King Of Limbs]에는 동일한 지향점을 갖고 사이좋게 맞물리는 연주가 없다. 대신 각기 자율적으로 등장했다 사그라지는 사운드, 그것들 간의 우연한 (듯한) 마주침, 어긋남, 그에 따른 미련 같은 것이 각 트랙을 채운다. 전체적으로, 몽환적이면서도 뇌 구석구석을 찌르는 느낌. 아름답고 우울하고 아름답고. 톰 요크가 정점에 서있는 '정신의 삼각형'(Geistige Dreieck)이 존재한다면, 그 최종 버전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 ⓒ erazerh


5번 트랙 Lotus Flower - 톰, 접신과 개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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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고, 소설)

나는 의사의 아내가 영화 <엘 토포>의 엘 토포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둘 다 일종의 '목동'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양떼를 이끌되 양떼와 자신을 구별 짓지 않는 그런 목동 말이다. 물론 이는 남들보다 단지 영민하다고 해서 취할 수 있는 태도가 아니다. 늘 그렇듯이, 관계 맺음을 진보시키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다. 진정한 리더는 너와 나의 '차이'에서 '우열'을 발견하는 법이 없다. 이것은 일종의 '용기'다. 너와 나, 또는 우리가 공통으로 지향해야 할 지점에 관한 해답은, 이 용기에서 비롯될 때만 진짜가 된다. '혜안'이라고 불리는 모든 답들의 비밀은 여기에 있다. ⓒ erazerh


#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는 아직 보지 않았다. 여기저기 정보에 따르면 꽤 못 나온 것 같기는 하다. 물론 내 눈으로 직접 확인은 해야겠지. 어쨌거나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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