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한 구의 시체가 던져지면, 다양한 형태의 가공·전시가 이뤄지는 건 순식간이다. 늘 이런 식이다. 이건 뭐랄까, 이승엽이 극적인 투런포를 날릴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장사 좀 되겠는걸." 비극으로부터 장르를 뽑아내고, 눈먼 화살을 일단 만들고 보는 저 능력들이란.

죽음은 관한 이 몹쓸 경로는 어쩌면 필연적이다. 그것이 '클릭하라!'를 외치는 휘황찬란한 문구와 이미지들 사이에서 죽음을 도드라지게 하는 방법일 테니. 그 결과 한 사람의 죽음은 살색 광고판 따위와 나란히 놓일 뿐만 아니라, 그것들과 같은 목소리까지 내게 된다. 이건 정보의 유통도 결집도 뭣도 아닌, 기괴한 진열일 뿐이다. 오늘 따라 특별히 끔찍하다. 다음에는 누구의 시체가 전시될까.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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