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단 사자 군단의 리그-KS 통합 3연패 축하! 그리고 "아빠, 또 야구 봐??!!"라는 딸내미의 핀잔에도 꿋꿋이 TV를 사수한 내게도 축하! 솔직히 이번 시리즈는 김진욱 감독의 어처구니없을 만큼 '허름한' 불펜 운용 덕을 많이 봤다. 7경기 치른 삼성 투수진보다 토탈 16경기를 헤쳐온 두산 투수진이 오히려 덜 방전된 느낌이랄까. 그만큼 삼성은 오승환, 안지만, 차우찬, 헐크를 최대치로(혹은 그 이상으로) 활용했고, 두산은 '내일'을 생각하며 투수를 아꼈고(압권은 최종 7차전에도 그랬다는 점). 4차전 호투한 이재우는 어디다 쓸 건가. 국 끓여 먹나. 물론 적절히 교체했다 한들 박한이와 채태인의 양신-이승엽 놀이가 멈추진 않았을 테지만. 어쨌거나 내가 두산팬이라면 속 뒤집어질 듯.

 

2. 2002년 KS 이후 이렇게 쫄깃한 시리즈는 처음이다. 재밌기는 한데, 긴장돼서 원. 통합 3연패도 했으니 내년부터는 좀 내려놓고 즐기고 싶다. 가능하려나.  

 

3. 2010년 삼성의 장원삼 영입은 신의 한수(물론 그 역시 노골적으로 원했지만). 장원삼의 가장 큰 강점은 큰 경기를 즐길 줄 아는 마인드, 그리고 부드러운 폼 덕분에 부상 위험이 적다는 것.

 

4. 내년 시즌 마무리는 안지만으로 가야 할 것 같다. 구위도 구위지만, 일단 시즌 초반에 털리지 않는 이상 안지만으로 가는 게 수 년 간 오승환 앞에서 궃은 일을 도맡아온 그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싶다.

 

5. 두산은 2000년 KS 리버스 스윕 실패에서 시작, 5차례의 KS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80, 90년대 준우승 귀신이 쓰인 것만 같았던 삼성과 빙그레의 슬픈 전설을 업그레이드해서 이어가는 느낌이랄까.


 

 

박석민 등이 까불고 노는 사진도 재밌지만, 오늘의 포토제닉은 신용운의 이 사진이다. 수 년 간의 설움이 자아낸 표정, 눈물.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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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때 복용했던 약물이 원인일까. 내 어릴 적 영웅들의 삶이 이토록 짧을 줄이야. R.I.P.



WWF 슈퍼스타즈. 국민학교 때 여기에 투자한 돈·시간 꽤 되지 싶네. 마초맨의 이 클로스라인이 주던 쾌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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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有)


1. '언더테이커 vs 헌터'는 상당히 좋았다. 물론 역대 레슬매니아의 전설적 매치, 예컨대 WM13 브렛-오스틴, WM12 브렛-숀, WM11 브렛-오웬, WM20 벤와-숀-헌터 등에 비해 경기 질 자체가 돋보였던 건 아니다. 경기 시간에 비해 실제 무브먼트는 적었고 두 사람 다 힘에 겨워 헉헉대기 바빴으니까. 하지만 오히려 그 덕에 거물 간의 격돌에서만 감지되곤 하는 팽팽한 공기, 그 밀도 높은 긴장감이 제대로 표현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다 하나씩 터지는 액션, 그 묵직함이란! 관록이란 바로 이런 거다. 헌터의 툼스톤 때는 정말 연승 끝나나 싶더라.

2. 언더테이커가 확실히 지쳐 보이긴 했다. 연출보다는 아무래도 실제상황에 조금 더 가깝지 않을까. 다음날 RAW에 아예 안 나온 것도 그렇고. 헌터는, 개인적으로 정말 몹시 싫어하는 선수지만, 경기 운영력과 연기력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해머링과 스텀핑만으로도 명경기 제조가 가능한 몇몇 중 하나. 하긴 그렇게라도 해야지.

3. '에지 vs 델리오'도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프닝, 월드 헤비급 타이틀전이 왜? 경기 시간이 조금 더 길었으면 훨씬 더 많은 볼거리, 이슈를 남겼을 텐데 아쉽다. 앞으로 타이틀은 델리오한테 넘어가고 에지-크리스찬 간 대립이 있을 것도 같은데, 솔직히 크리스찬이라면 에지가 잡 좀 해주는 게 맞다.

4. 존 시나와 미즈, 둘 다 스스로 경기 흐름을 생성하는 능력은 아직 초보적인 선수들. 그런 둘을 레슬매니아 메인에 넣었으니 경기 질이야 뻔한 것 아닌가. 메인이벤트는 당연히 테이커-헌터여야 했으며, 굳이 타이틀전으로 치르려 했다면 에지-델리오 쪽이 차라리 나았다. 그리고 혼자 살아남아 포효하는 엔딩을 왜 시합도 치르지 않은 락이 가져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기괴하게 끝난데다 그 전부터 루즈하기 이를 데 없던 시나-미즈 전, 거기에 덧붙여진 락의 뜬금없고 이기적인 액션. WM9 호건 개입 이후 가장 눈꼴신 엔딩이 아니었나 싶다. 다음날 RAW에서의 악수, 내년 레매 예약이라는 개그는 현 WWE가 표류 중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건 뭐 감성적인 사춘기 소년 소녀도 아니고, 싸우기가 그렇게 수줍어서야.

5. 존 시나, 정말 이대로는 안 된다. WWE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6. 현 WWE 풀타임 선수 중 최고는 누가 뭐래도 CM펑크다.

7. 신 카라가 RAW에서 데뷔했다(스맥에도 나왔다 한다). 개인적으로 하이 플라이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워낙 기대할 만한 선수가 없어서일까. 이 친구는 은근히 신뢰가 간다. 아! 아름다운 체공시간.

8. 브렛이 몇 주 전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WWE에 악역으로 복귀한다면, 누구와 연합하고 또 누구와 대립하는 게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남긴 적이 있는데, 정말 돌아올지 어쩔지는 모르겠다. 딱히 그에게 어울리는 각본이 나올 것 같지도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온다면 하악.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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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야구가 참 많이도 재밌었습니다.

물론 end가 아닌 and임을 믿사오며,

다시 라이온즈를 응원할 수 있게 될 그날을 기다리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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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이가 들면 지금 네가 좋아하는 것들은 더 이상 특별하지가 않아…내 나이쯤 되면 너한테 의미가 있는 건 한 두 가지로 줄어들 거야. 내 경우엔, 하나뿐이지. - 영화 [허트 로커] 中

2. 그러니까, 이제 (삼성) 라이온즈는 내게 아무것도 아니다. 특정 선수 때문에 이 팀을 응원해온 것은 아니고(그런 경우는 시카고 불스가 유일), 가뜩이나 식었는데 갑작스럽게 찬물을 뒤집어쓴 느낌이랄까. 많이 불쾌하다. 물론 야구 자체를 재미있게 볼 수는 있겠지. 하지만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감정을 이입해대는 일은, 꽤나 오랫동안 없을 것이다.


3. 시즌 내내 팔짱 끼고 다리 꼬고 비아냥거리다가, 은퇴한다니 그제야 박수 치는 시늉을 한다. 깨작깨작. 그러면서 박수 칠 때 떠난다며 추켜세운다. 욕심을 버린 용기란다. ㅈㄹ. 게다가 포스트시즌 때 출전시킬 생각 또한 눈곱만큼도 없다. 그 마음을 얼마나 노골적으로 드러내는지, 내가 다 미안할 정도다. 김성근 감독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나.


0. '이만수의 오늘 기록'을 주로 내가 아버지께 물었다면, 양 선수의 경우는 그 반대였다. "양준혁이 오늘 뭐 좀 쳤나?"라고 아버지가 물으시면 내가 답하는 식(물론 이승엽도). 2000안타를 달성하던 그 그라운드, 여자친구(現 아내)와 함께 목이 터져라 환호를 보낸 기억도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체험 삶의 현장' 이후 양준혁의 팬이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제 이 기억들이 일단락돼야 할 때다. 물론 양준혁의 야구인생이 끝나는 것도, 내 야구 관람이 멈추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조만간 맞을 일이었기도 하고. 하지만 양준혁이 뛰는 그라운드와 뛰지 않는 그라운드는 분명히 다르다. 지금까지의 시간과 이 이후를 연장선상에 놓을 수는 없는 노릇, 구분해야 한다. 그런데 그러기에 너무 부자연스러운 수순이고 타이밍이다. 감을 잡고 있었는데도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세상에! 양신 없는 야구라니. ⓒ erazerh

2000번째 안타 작렬, 그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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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1월 13년 만에 링으로 돌아온 브렛 하트. 그의 컴백 스토리도 레슬매니아26 빈스전을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된 듯하다. 중간 중간 마음에 안 드는 각본도 있었고, 브렛의 과거만 못한 연기력에 세월무상을 느끼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두 발로 걸어' 컴백했다는 자체가 경이로운 것인 바, 지난 1~4월은 레슬링 보는 재미가 그 어느 때보다도 쏠쏠하지 않았나 싶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샤프슈터를 보지 않았나.

2. 약물 근육 덩어리들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운, 90년대 뉴 제너레이션의 심장 브렛 하트, 그리고 라이벌 숀 마이클스. 업계 사상 최악의 악연으로 엮였던 두 사람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은퇴전을 치렀다. 그것도 위 사진처럼 서로를 향해 웃고 또 격려하면서. 이런 장면을 볼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모쪼록 브렛이 97년 기억 따위 훌훌 떨치고 남은 삶 보다 여유롭게 대하길 바란다(물론 숀, 님은 그 기억들 쭉 가져가세요. 브렛이 어쨌건 나는 당신을 용서하지 않습니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겠지만).

3. 브렛이 몬트리올 스크류잡으로 WWE를 떠나던 그 즈음, 나는 군대에 갔다. 그러니까 브렛의 석연찮은 마무리는 내 소년시절의 끝 무렵, 불만과 불안으로 점철된 그 세기말적 시간대에 엉겨 붙어 어떤 아련한 恨처럼 기억되고는 했다. 그것이 바로 내가 브렛의 마지막 샤프슈터를 그토록 바랐던 이유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소원 성취. 프로레슬링이라는 '쇼'에서 '액션의 미학'을 발견케 해준, 내 소년시절의 히어로. 이제는 놓아드려도 될 것 같음. 잘 가세요.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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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가 돌아온다. 브렛 하트가 WWE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단다. 97년 '몬트리올 스크류잡' 때 WWE 링을 떠났으니 무려 12년 만이다. 계약기간은 2010년 1월 4일부터 4월 10일까지. 레슬매니아를 포함하는 데다 이전 사연도 사연인 만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실로 역사적인 스토리라인이 펼쳐질 전망이다. 게다가, 아! 어쩌면 한 경기 정도는 펼칠 수도 있다고 하니, 학수고대 끝에 이 얼마나 감개무량이란 말이냐. 빈스나 DX 정도와 대립할 텐데, 경기력이고 뭐고 허리를 부러뜨릴 기세의 그 샤프슈터를 한 번 더 볼 수만 있다면야, 내년 소원이 따로 없겠다. 최근의 WWE 같은 아동용 레슬링에 정 붙이고 싶지는 않지만, 내 어릴 적 영웅이 돌아온다는데 그깟 아동으로의 퇴행 따위, 사실 일도 아니지. ⓒ erazerh


The Best There Is, The Best There Was, and The Best There Ever Will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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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9 프로야구가 타이거즈의 'V10'으로 막을 내렸다. 9회말 1아웃 나지완의 등장, 전 타석에 감도 잡았다 사기도 충전했겠다, 부담을 한결 덜어낸 겁 없는 새끼 호랑이가 힘을 잔뜩 머금은 상황. 만만치 않겠다 싶어 볼넷 주는 한이 있어도 어렵게 가야 한다고 봤는데, 결국 가운데 높은 공이 밋밋하게 들어갔고 나지완은 놓치지 않았다. 물론 채병용이 그렇게 던지고 싶어 던지진 않았겠지. 아무튼 라이온즈가 부재함에도 상당히 흥미진진했던 이번 시리즈는, 그렇게 '한 방'에 끝났다.

2. 그렇다. 난 SK를 응원했다. 민주주의 후퇴와 타이거즈 우승이 비례한다는 점에서 시즌 중 KIA의 우승을 바랐던 적도 있지만, 한국시리즈 전후로 경기장 안팎에 SK 매도 바람이 너무할 정도로 불어 닥친 탓에, '악'으로만 호명되는 이 팀을 또다시 내버려 두기란 쉽지 않더라. 합의사항 졸로 보는 SK 구단 같은 악마적 기사에 식겁하기도 했고.

3. SK 응원의 또 다른 이유는 KIA '순둥이' 김종국이다. 어찌나 순한지, 때와 장소와 분위기 따위 아랑곳없이, 아이고, 선배님이셔서 으르렁대는데, 솔직히 많이 모자라 보인다. 역겹기 전에 민망부터 하다. 그런 건 '선배'도 '남자'도 아닌 그냥 '깡패'가 하는 짓이다. 모쪼록 KIA 주전 2루수는 쭉 안치홍이길 바란다. 물론 그럴 테지만. 그런데 만약 김종국이 SK 선수였다면 어땠을까. 최소한 '순둥이 김종국이…'라는 표현은 찾아보기 힘들었겠지.

4. 이종범, 나지완, 채병용의 눈물이 아직 아른거린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김성근 감독의 그렁그렁한 눈이다. 그를 울린 것들이, 내년에는 그를 웃게 만들까.

5, 한국시리즈 7차전의 워스트는, 하필이면 생중계를 SBS가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0. 양신과 선 감독이 내년에도 사이좋게(?) 갈 수 있을까. 솔직히 걱정된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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