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하고 서늘한 팩트들이 가장 중요한 진실 하나를 빙 둘러싼 구조의 영화. 가운데 있는 그 메인 이벤트성 팩트가 감춰진 탓에 모든 게 객관적인 동시에 그 무엇도 객관적이지 않게 된다. '사실''사실이겠지', 어쩌면 어마어마한 간극.

 

이렇다 보니 아들과 아버지의 후반부 그 시네마틱한 장면조차 잠시 먹먹하다 말고 의심으로 차갑게 물든다. 감성의 영역으로 막 넘어가려는 관객을, 되레 목덜미를 붙들고 이성의 자리에 주저앉히는 느낌. 상반된 두 에너지가 전에 없이 기묘하게 공존하는 이 신(scene), 혹은 이 신을 창조한 앞선 숏들과 숏들의 배치는 그야말로 압권.

 

영화가 남긴 최종 명제가 확 와닿는 취향 쪽은 아니라 개인적 걸작 반열에는 (아직) 올리지 않았지만, 형식상 완전무결하고 놀랍도록 지적인 영화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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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울음, 잡아먹음과 잡아먹힘의 일반적 함의를 까뒤집는 심리-스릴러-오컬트 수작. #스마일

 

'팔로우''유전'이 조금씩 들어있는데, 마지막엔 이토 준지적 감성도 느껴진다. 이런 요소들이 잘 어우러지는 게, 감독(파커 핀)이 공포 쪽에 조예가 깊은 듯. 케빈 베이컨의 딸인 주인공 소시 베이컨의 캐릭터 소화력도 상당한 수준. 조만간 연기로 사고 한번 칠 것 같다.

 

근데 이 재밌는 걸 왜 이제야 봤지?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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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혼돈, 체념 같은 사병들 기본 심리부터 사병과 간부 간 괴리, '''집단에 속한 나'의 환장할 간극 등등 군대 특유의 갈등 요소까지, 군에 '끌려간' 사병의 일상을 이번 <신병2>만큼 잘 담아낸 군대 시리즈는 본 적이 없는 듯.

 

오글거리는 면이 없진 않지만, 적재적소에 배치된 캐릭터와 역을 맡은 배우들 연기도 다 훌륭.

 

잠깐 나온 정다정 시대가 내가 있던 시절이랑 그나마 좀 비슷한데, 시즌3이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 ⓒ erazerh

 

 

* 신병2 > 신병1 >>>>>>>> 디피1(단순 선악 구도의 판타지물이라 생각. 신파 요소 강함)

* 디피 시즌2는 안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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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변희봉이 빚어낸 많은 명장면이 있겠지만, 가장 먼저 기억나는 건 <플란다스의 개>에서 '보일러 김씨' 썰을 풀던 지하실 씬이다. 특정 장르로 규정지을 수 없는, 혹은 그 어떤 장르라도 될 수 있는, 그로테스크와 코미디를 한 번에 담은 얼굴로, "보일라 돈다잉, 보일라 돌아불제잉"

 

배우의 얼굴을 하나의 행성처럼 포착해낸 봉준호 감독의 연출도 좋았지만, 분명 그걸 가능케 한 건 의뭉스러운 음영을 만들 줄 아는 변희봉의 표정, 그리고 목소리였다.

 

후 이와 조금이나마 비슷한 느낌의 숏은 <라이트하우스>(2019)에서 윌렘 데포를 통해서나 만날 수 있게 되는데, 그조차 변희봉만 못한 게 사실이다. ⓒ erazerh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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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영화 매체 테이스트 오브 시네마 The 10 Best Horror Movie Sequels of All Time(2019. 11) 기반(순위 및 멘트 발췌·번역)

 

 

10. 인페르노 (Inferno, 1980) / (감독) 다리오 아르젠토 | 10. 노리코의 식탁 (Noriko’s Dinner Table, 2005) / 소노 시온 = [공동 10위] 각각 감독 본인 작품인 <서스페리아>와 <자살 클럽>의 속편 격 영화들.

 

"아르젠토의 트레이드마크인 위협적인 느낌이나 환각적 이미지가 잘 드러남."

└ 인페르노

 

"가치의 변화, 가족의 역할에 대한 곤혹스럽고 불온한 관찰. 전편에 깊이를 더한다."

 노리코의 식탁

 

 

9. 그렘린 2 - 뉴욕 대소동 (Gremlins 2, 1990) / 죠 단테 = 뉴욕 고층 건물에서 일하게 된 1편의 주인공들. 하지만 기즈모와 재회하는데…

 

"말 그대로 아수라장 같은 작품. 전편이 호러의 길을 들락날락한다면, 이 영화는 코미디에 전념하는 편."

 

 

 

8. 호스텔 2 (Hostel 2, 2007) / 일라이 로스 = 베스, 휘트니, 로나는 '우연히' 슬로바키아의 한 호스텔로 갑니다만.

 

"속편으로서의 편안한 길을 가지 않는다. 영화가 묘사하는 세계는 희망이 없고 무자비하고 잔인한데, 그래서 실재와 닮았고 더 무섭다."

 

 

 

7. 28주 후 (28 Weeks Later, 2007) / 후안 카를로스 프레스나딜로 = <28일 후>의 후속편. 인간을 좀비로 만드는 분노 바이러스, 끝난 줄 알았지?

 

"단지 재활용에 만족하는 대부분의 공포 속편과는 다르다.” “생존자들의 죄의식, 용감함, 가족 같은 주제를 통해 큰 질문을 남긴다."

 

 

 

6. 할로윈 (Halloween, 2018) / 데이빗 고든 그린 = 마이클 마이어스와 그를 유일하게 기억하는 그녀가 40년 만에 만났다.

 

"위협성과 공포감을 증폭시키면서 할로윈 전체 프랜차이즈의 진지함과 자존심도 되살리는 일, 그걸 해냈다."

 

 

 

5. 스크림 2 (Scream 2, 1997) / 웨스 크레이븐 = 1편에서 끔찍한 악몽을 겪은 시드니, 또다시 전화 한 통을 받는데…

 

"가식 없이 자기 분석을 즐기는 이 2편만큼 (흥행과 평가) 두 토끼를 제대로 다 잡은 영화는 드물다."

 

 

 

4. 이블 데드 2 (Evil Dead 2, 1987) / 샘 레이미 = 한적한 오두막,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책과 녹음 테이프, 결국…

 

"1편에 새로운 느낌을 더하고 애착마저 갖게 하는 속편.” “이블 데드는 1·2편 모두 금메달감."

 

 

 

3. 프랑켄슈타인 2 -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Bride of Frankenstein, 1935) / 제임스 웨일 = 전편 <프랑켄슈타인>(1931)에서 이어지는, 괴물의 신부 제작기.

 

"영화사 최초의 속편 호러물은 아닐지라도, '공포영화 속편'을 말할 때 늘 떠오를 상징적 작품. 심지어 이후의 모든 프랑켄슈타인 이야기 중 여전히 가장 훌륭하다."

 

 

 

2. 에이리언 2 (Aliens, 1986) / 제임스 카메론 = 에이리언과 싸우다 간신히 살아남은 리플리, 57년 만에 동면에서 깨는데…

 

"리들리 스콧으로부터 지휘권을 넘겨받은 제임스 카메론, 긴장감 창출의 마스터클래스였던 SF 슬래셔(1편)를 전방위 액션 대작으로 (성공적으로) 바꾸다."

 

 

 

1. 시체들의 새벽 (Dawn of the Dead, 1978) / 조지 로메로 =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좀비가 된 사람들…, 산 자들은 쇼핑몰로 고고.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후속편.

 

"너무 잘 만든 속편이라 다른 시체 시리즈가 빛을 잃을 정도." "심지어 2004년 리메이크작(새벽의 저주)에서도 로메로 감독의 에너지와 자신감이 감지돼."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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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여기서도.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2333764&memberNo=28983946 

 

[무비 #더] 나 또 떨고 있니…? 최고의 ‘공포영화 속편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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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3>가 5월 31일 개봉한다. 전작 <범죄도시2>가 지난해 5월 개봉, 1269만명으로 코로나 팬데믹 최다 관객수를 기록한 지 딱 1년 만에 후속편이 찾아왔다. 이번에도 마동석(마석도 역) 유니버스는 대중의 발길을 끌어모을 수 있을까? 흥행 침체로 허덕대는 한국영화판이 이 액션 프랜차이즈 신작에 거는 기대는 크다.

 

속편 영화는 흥행 면에서 종종 높은 기대치를 부여받는다. 애초에 속편이 나왔다는 건 전작(들)의 평가나 인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뜻. 그 전작의 인기 요인을 계승하는 만큼 호불호 관련 변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실제로는 어땠을까? <범죄도시2>처럼 입이 귀에 걸릴 만한 성적표를 누가 또 받았을까. 우선 지난 20년간 1편과 속편이 영화관에서 개봉한 적 있는 한국영화들을 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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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더 읽으려면 ▼▼▼

 

[스토리뉴스 #더] '범죄도시3' 개봉에 즈음해 보는 "속편 영화의 불편한 흥행사(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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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도 끝도 없는 섹스머신 악령에 장난스러운 음악과 화면전환까지 이게 다 뭔가 싶은데, 인물 간 우정에는 영화가 또 정색하고 진지한 게, 보다 보면 이 이질감이 오히려 친근해지는 순간이 온다.

 

이를테면 후진 척하는 게 아니라 '야 너 진심이구나' 싶은, 그 자체로 진짜 후져버린 80년대풍 B무비랄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바디스내처, 바디호러물. 후방 카메라를 활용한 액션씬은 상당히 창의적. ⓒ erazerh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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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벗어나지 못한 다양성 전시 강박, 니 삶의 주인공은 너임! 유의 트렌디한 훈계, 파트2도 봐야겠지만 기대 대비 별로.

 

이미지는 역시 아름답고 강렬했지만, 하강과 상승을 동시에 담아낸 1편의 경이로운 운동성 작화 같은 건 못 본 듯.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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