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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의 이면이든 현상의 뒤편이든 세계의 모든 표면 너머는, 아래에는, 뭔가가 있다. 규정할 수 없고, 앞뒤 좌우 없이 아무렇게나 붙었으며, 불온하고, 은밀하게, 세상을 이리저리 디자인하는 무엇. 기호화할 수 없지만 태초에 모든 기호의 바깥에 있었던 무엇.
이처럼 세계의 층위가 관찰자의 주관에 따라 무한히 분화될 수 있음을,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님'을 내게 가장 직관적으로 알려준 사람, 데이빗 린치(1946~2025). '환상'을 가장 잘 다룬 영화 마법사, 편히 영면하시길. ⓒ erazerh
"영화관에 들어가 불빛이 꺼지는 순간은 마술적인 느낌이 든다. 순간 사방이 조용해지고 커튼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아마 커튼은 붉은색이리라. 그러면 당신은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중
그가 비로소 커튼을 열고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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