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스포)

 

‘잔혹’과 ‘순수’, ‘무규칙’과 ‘질서’, ‘야생’과 ‘문명’, 무엇이든, 세계를 두 겹으로 나누고 그 사이에 중간지대를 끼워 넣은 채 양측 간 ‘공명’의 가능성(또는 불가능성)을 시종일관 테스트해대는 영화.

 

단, 인물들은 심리적 토대가 거의 감지되지 않을 만큼 즉흥적으로 행동하는데, 그러다보니 ‘주체적 존재’이기보다는 감독이 상정한 판타지적 세계관, 그 안에 종속된 일종의 ‘말’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보랏빛 하늘 - 아름답되 위험천만한 농촌, 구수한 말투의 악, 스톡홀름과 롤리타 신드롬이 반반 깔린 정서, 이 정도면 이 바닥에서 꽤나 클리셰 아닌가. 그래서인지 핏방울 옆에 꽃잎을 그려 넣는 대목에선, (아마도 의도됐을) ‘이질적인 것들 간 조합에 따른 매혹성’ 대신 ‘예쁘게 그로테스크하지 아니한가?’ 따위의 자아도취부터 느껴진 게 사실.

 

코엔 브라더도 언급들 하는데 시체 나오고 무덤덤하면 맨날 코엔이래. 그 형제가 언제 이런 식으로 ‘자빠뜨리고’ 땡, 했나.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의아하지 않을 정도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빌드업’과, 다짜고짜 ‘넘어졌는데 죽음ㅇㅇ’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거리감이 있다는 것만 재확인.

 

아무튼 만듦새까지 안 가도 ‘그로테스크 순정극’ 유의 새로운 듯 낡은 정서나, 인간의 선한 면을 찾겠다는 관성적 의지 탓에 애초에 내 취향&윤리적 기준에서 탈선. 쩝.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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