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소 늦었지만,

백건영 네오이마주 전 편집장 성추행 사건과 관련된 글들을 나름 종합해본 결과, 법원 판결이고 나발이고, 성추행이 맞다고 본다. 백 번 양보해 동의와 유사한 기운이 돌았다고 쳐도 이후의 저열한 대응/전개는 이미 성범죄 뺨 치고도 남지 않나? 무엇보다도 사과는 물론 '반성' 비슷한 것조차 없었다는 점, 꽤나 씁쓸하다. 변명이든 뭐든 내가 아는 '윤리'라는 지점을 최소한 스쳐서라도 등장했다면 덜 화났을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네오이마주로 인한 자리에서 비롯된 사건이었기에 작으나마 시스템의 문제, 더는 그곳에 글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추가로 실망스러운 사실도 있고. 어차피 유령필진이기는 했지만.

참 편집장님, 아니 백건영 씨(이렇게 부르게 돼 진심으로 유감입니다), 그럴 리 없겠지만 백건영 씨 말이 다 옳다고 해도, 가족을 힘들게 한 궁극의 원인은 피해자가 아니라 본인한테 있는 것 아닌가요? '전개'와 '위기'와 '절정'만 이야기하시면 어떡합니까. 엄연히 그 앞에 '발단'이 놓여 있는데요. 그리고 피해자는요? 힘들어 할 만한 가족이 없나요? 성범죄 가해자가 피해자로 위장하는 것이 아주 보편적인 한국형 조작이라는 점은 잘 알겠는데, 그게 의외의 사람한테서 튀어나오니 당황스럽습니다.


2. (위 사건과 별개로) 영화를 자주 못 보다 보니, 영화평 쓰는 건 물론 읽는 데도 흥미를 잃었다. 그래서 허전함을 다른 프로젝트로 채웠다. 되거나 말거나, 나이 더 먹기 전에 일단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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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 싫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여기까지 오게 만든 주류 음악·방송 제반 환경이 역겹기 그지 없다. 그런데 그런 것 따위 다 잊혀진다. 다른 생각이 들지를 않는다. 적어도 이 라이브 듣는 동안에는.

고음, 성량이 예전만 못한 느낌도 있지만, 그래서 더 좋다. 전투적인 눈빛, 지르고 끊음에 있어서의 처절함, 가사가 펄떡거린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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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말년씨리즈 - 비둘기지옥 下下


이말년씨리즈 중 역대 최고의 에피소드라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인간과 다른 종 간 역전을 다뤘다는 점에서 모티브는 아마도 영화 <혹성 탈출> 정도. 긴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 구구절절 반복되는 역사는 베르베르의 <파피용>을 연상케도 한다. 진화된 비둘기들이 역습할 때는 그야말로 크리처물(부제 - 학살된 소와 돼지들의 반격?).

'기승전병'이 아니라 '기승전결'의 짜임새를, 그것도 완벽하게 갖췄다는 면에서 다소 이말년답지 않은 느낌도 있으나, '종'으로서 인간의 우월성이 얼마나 오만하고 허무한 것인지를 이토록 노골적으로, 또 흥미롭게 드러낸 작품도 드물지 않나 싶어, 짝짝짝.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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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좋으라고 사운드를 취합·정련하는 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라디오헤드의 관심사가 되지 못했다. [Ok Computer]라는 찬란한 성과에도 불구, 미지의 소리를 파고들며 골머리 썩음을 자청한 그들이었다. 그러니까 이번에 공개된 [The King Of Limbs]의 불편함은 결코 느닷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Hail To The Thief]와 [In Rainbows] 뒤에 왔을 뿐.

 

예상대로 [The King Of Limbs]에는 동일한 지향점을 갖고 사이좋게 맞물리는 연주가 없다. 대신 각기 자율적으로 등장했다 사그라지는 사운드, 그것들 간의 우연한 (듯한) 마주침, 어긋남, 그에 따른 미련 같은 것이 각 트랙을 채운다. 전체적으로, 몽환적이면서도 뇌 구석구석을 찌르는 느낌. 아름답고 우울하고 아름답고. 톰 요크가 정점에 서있는 '정신의 삼각형'(Geistige Dreieck)이 존재한다면, 그 최종 버전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 ⓒ erazerh


5번 트랙 Lotus Flower - 톰, 접신과 개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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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는' 주체와 '울린' 주체는 확실히 다를까. 그러니까 '대한민국'한테 과연 울 자격이 있는가의 문제. 만약  이 희생이 군과 정부의 난맥상에서 비롯됐다면(물론 그렇다 해도 최소한 이 정부에서는 공표되지 않을 것이다), 조국이랍시고 흘려댄 눈물을 그들은 대체 무슨 수로 수거할 텐가. 그래서 '대한민국은, 희생자들을, 잊지 않겠습니다.'와 같은 문장들이 나는 영 불편하다. 과정의 불확실성을 아예 생략해버린 그 결과적 선언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주어 자리에 아주 간편하게 입성함으로써 '대한민국'은 이득마저 보고 있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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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두른 작은 헝겊데긴 너에겐 무엇보다 힘이 되지

(…) 완장 그것은 기가 막힌 변신인거야, 완장 세상을 지배하는 목소린 거야, 웃기지마

(…) 제발 이제는 정신을 차려봐 어깨에 힘을 좀 빼고, 너는 세상이 만만해 보이니 한번쯤 주위를 둘러봐

- 『완장』 시나위 6집 中


"'회피연아' 동영상 고소, 누리꾼 교육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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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 불가능한 고통. 그래서 수많은 입이 제 아무리 호의로 형용한다 해도, 결코 말해질 수 없을 고통.

그러니까, 인간은 괴물이 맞았다. 괴물 같은 게 아니라 그냥 괴물 그 자체다. 오로지, 인간만이 괴물이다.

神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고, 그냥 여기는 쭉 지옥이었던 것. 그래,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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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의 반이 무너졌다"던 그 심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잘은 몰라도 굉장히 아픈 것일 테지. 그래서일까.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오늘, 그 남은 절반마저 거두어졌다. 슬프지는 않다. 그럴 겨를이 있나. 그가 평생에 걸쳐 맞섰던 '괴물들'과 그들의 '구조'가 아직도 쌩쌩한데. 그 점이 유난스레 징글맞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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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올해는 타이거즈의 V10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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