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한 구의 시체가 던져지면, 다양한 형태의 가공·전시가 이뤄지는 건 순식간이다. 늘 이런 식이다. 이건 뭐랄까, 이승엽이 극적인 투런포를 날릴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장사 좀 되겠는걸." 비극으로부터 장르를 뽑아내고, 눈먼 화살을 일단 만들고 보는 저 능력들이란.

죽음은 관한 이 몹쓸 경로는 어쩌면 필연적이다. 그것이 '클릭하라!'를 외치는 휘황찬란한 문구와 이미지들 사이에서 죽음을 도드라지게 하는 방법일 테니. 그 결과 한 사람의 죽음은 살색 광고판 따위와 나란히 놓일 뿐만 아니라, 그것들과 같은 목소리까지 내게 된다. 이건 정보의 유통도 결집도 뭣도 아닌, 기괴한 진열일 뿐이다. 오늘 따라 특별히 끔찍하다. 다음에는 누구의 시체가 전시될까.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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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는 건, 확실히 괴롭다. 소중한 사람들의 부재. 그 시간이 날 향해 조금씩 전진 중이라는 점에서. 예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 시간과의 만남이 과연 어느 정도의 고통일지. 가슴 한 구석이 파인 듯 쓰라린 하루.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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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어제. 2008년 7월 1일. 뭐랄까, 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이 열린 것만 같다. 이 문을 넘으면,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기쁨들이 하나씩 날 반길 테지. 물론 그 반대의 어떤 막연한 것들도 없진 않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지금의 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다. 왼발은 설렘, 오른발은 굳은 각오. 부드럽고도 결연한 리듬으로 이 문턱을 넘어보련다. 아름다울 시간들.


1박 2일의 진통을 딛고 건강한 아기를 낳은 아내가 진심으로 고맙고, 또 예쁘다.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만 오천 년쯤으로 하지 뭐.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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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은 진화했다. 그러니까, 지금의 오프라인은 온라인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에 가깝다.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그리고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자유롭게 오가기. 그러다보니 이야깃거리는 놀라우리만치 풍성해졌고, 감정의 폭은 냉정과 열정을 모두 수용할 만큼 여유로워졌다.'너 죽고 나 죽자!'가 아닌 '우리 함께 살아보자!'의 기운. 여전한 폭압 앞에서도, '전쟁' 이전에 '축제'의 물결이 넘실댄다. '선진국'이 따로 없다. 물론 모두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당장 만나기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여전히 할 일은 많을 테니. 어떻게 하면 이 불꽃을 '이어갈 것인가.' 같은.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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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 회사를 그만둘 때(옮길 때)가 온 것 같다. 분노할 만한 일이 회사에서 벌어졌지만, 도무지 분노가 일지를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유순해진 것도 아니다. 난 지금 이명박 정부와 그 유사 부류들 때문에 머리에 피가 쏠려 현기증을 느끼는 중이며, 여전히 대중교통 무개념들을 보면 빠따로 후려치고 싶은 충동에 빠지곤 한다.

그러니까, 결국, 이 회사에서 내 관심을 끄는 건 오로지 '돈 받는 것' 뿐인 게다. 그만두는 게 마땅하다. 꿈이 너무 지루해, 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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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다 병으로 죽는 사람, 물론 매우 많다. 그걸 알면서도 피울 사람은 계속해서 피운다.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물론 매우 많다. 그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차를 탄다. 광우병 걸리는 사람? 로또 당첨된 다음날 번개 맞을 확률 비슷하다고 치자. 단 한 명이 재수 없게도 그 병에 걸렸을 때, 그때도 사람들은 담배나 자동차 대하듯이 미국산 쇠고기를 마주할 수 있을까.

정부 입장을 대변한다고 나온 한 패널의 입에서 "위험요인은 세상 곳곳에 어차피 존재하는데, 걸릴 확률 매우 낮은 광우병 갖고 뭘 그리 설레발들이냐." 따위의 말이 튀어나왔다. 확률로 따지자면 사람들의 불안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는 얘기다. 이 정권의 뇌 시스템은 주로 이런 식이다. '서민', '경제' 같은 단어를 늘 입에 품되, 그것들이 내 몸을 치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싶을 땐, 효용론을 들어 가장 먼저 용도 폐기하기.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로또 당첨되고 번개 맞을 확률과, 이 정부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확률은, 어쩌면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 erazerh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가장 안타깝게 다가오는 건, 미치고 안 미치고를 떠나 '소들의 운명'이다. 정말, 진심이다. 뇌, 척추, 소장, 혓바닥. 오늘은 또 몇 마리가 부서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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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던 유형의 부모. 자식에게 '잘 나가는' 직업(판사, 변호사, 의사 따위)의 길을 강요하는 부모를,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수직 정렬된 직업군에 사람이 '끼워 맞춰지는' 현실에 내가 놓여있다고 해서, 내 아이 앞에 있을 무한한 가능성마저 제한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런데 요 며칠새 생각에 변화가 왔다. 가능하다면, 소위 그 잘 나가는 직업군으로 아이를 유도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고. 물론 강요 따위는 없도록 해야 겠지만.

자본 서열의 저 남단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시스템은 곧 거대한 불합리다. 이것을 반복 학습해야 하는 것만큼 피곤한 일도 없다. 이런 따위의 좌절감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부술 수 없다면, 그나마 덜 부서지는 쪽이 낫다. 불합리를 '아는 것'과 '겪는 것'의 간극을 새삼 깨닫는 요즈음, 조금은 힘에 부친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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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악마적인 시대다. 그렇지 않은 때가 언제 있었나도 싶지만, 내 피부에 와 닿는 그 악랄한 공기는 확실히 예전보다 더 매섭기만 하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어쩌면 공포라는 감정을 점점 더 많이 알아간다는 걸 의미할 런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정신과 육체를 갈가리 찢어버린 사람, 그리고 그걸 무슨 장르물인 양 흥미롭게 소비하는 사람. 모조리 악마 새끼들. 분노와 증오와 비통의 기운은 무한대로 생성되어 겹겹이 쌓여만 가는데, 그 덩어리를 빼낼 만한 통로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듯하다. 이러다 정말 핏비라도 내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 그럴 수만 있다면, 그래야 마땅하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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