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이 국내외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 그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 마약을 둘러싼 첩보전의 재미 등을 잘 버무렸다는 평가. 무엇보다 해외로 도피한 마약사범 검거라는 '역대급' 실화를, 장르적으로 잘 소화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가 주어졌다.
#2. 9월 29일에는 작곡가 겸 사업가 돈 스파이크(본명 김민수)가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올해 4월부터 강남 일대 호텔에서 지인들과 함께 수차례 마약을 투약한 혐의. 경찰은 그가 소지하고 있던 필로폰 30g도 압수했다. 1회 투약량이 대개 0.03g임을 고려하면 1천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3. 지난 6월에는 마약류 지정 약품을 식욕억제제로 불법 취득, 투약하고 팔기까지 한 10대 여학생 등 59명이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중학생 18명, 고등학생 22명, 대학생 9명, 일반인 20대 8명, 30대 2명. 13~18세의 10대가 46명으로 약 80%였다. 고등학생 1명을 뺀 나머지는 모두 여성이다.
이상 마약을 둘러싼 최근 팩트 몇 가지를 살펴봤다.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우선 범죄 스릴러 액션물의 소재로는 친숙하고 재밌다. 프레임 너머의 일이므로. 연예인 등 유명인의 약물 이슈도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단, 음악·예능·홈쇼핑 등 TV 프로그램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던 '친근한' 돈 스파이크의 마약 투약 및 그 스케일은 다소 놀랍다.
나아가 10대 여학생들한테까지 마약이 침투했다는 소식은 낯선 데다 충격적이다. 스테레오타입이라고는 해도 우리가 흔히 마약사범,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현실 도피, 쾌락 추구 등)와 가장 거리가 먼 게 학생 아니겠나. 퍼질 데 안 퍼질 데 다 퍼진 마약. 이래서는 '마약 청정국'은커녕 '마약 오염국'에 가깝겠다 싶다.
통계를 보면 우려는 현실이 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검거한 마약류 사범은 5,98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2% 늘었다. (계속)
호모 헌드레드, 일명 ‘100세 시대’. 지금은 낡은 유행어처럼 느껴지지만 13년 전인 2009년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는 꽤나 신선했다. 유엔은 2000년 6개국이던 평균 수명 80세 이상 국가가 2020년에는 31개국으로 늘어나리라 예측하고 이 용어를 만들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2016년에 이미 34개국으로 불어난 것으로, 현실이 예상보다 4년 먼저 도착했다.
이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들의 과제는 오래 살되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살아남는 것일 터. 그리고 이를 위해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하는 게 있으니 바로 ‘돈’이다. 돈이 많다 해도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그렇다고 돈이 없는데 심신의 안정이 유지·관리될 리는 만무하다.
있으면, 이왕이면 많이 있으면 좋겠지만 돈이란 게 그렇지가 않다. 특히 한국 노인들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가난하다. 데이터상 비교가 가능한 2018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은퇴연령층(66세 이상)의 상대적 빈곤율은 43.4%.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남은 삶을 영위할 만큼 가지지 못했다면 벌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노인 취업률도 톱이다. OECD 집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고용률은 34.1%로 역시 전체 회원국 중 1위다. 회원국 평균 고용률 15.7%의 3배가 다 돼간다. 나이는 들고 돈은 없고. 대한민국의 100세 시대, 벌어야 산다.
이 고단한 구조는 당분간 바뀌지 않을, 아니 오히려 강화될 전망이다. 나라 자체가 늙고 있기 때문. 통계청 예측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생산연령인구(15~64세) 100명에 대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을 뜻하는 노년부양비가 2019년 20.4명에서 2067년에는 102.4명으로 불어난다. 세계 평균인 30.2명은 물론 2·3위인 대만(77.4명)·일본(75.5명)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게다가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37명, 더 낮아질 수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파멸적 인구 구조는 보다 빨리 찾아올 전망. 쉬고 싶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계속)
추석 연휴 때는 차례를 지내고 절식을 만들어 먹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덕담을 주고받는 등 명절 본연의 일들 외에, 다른 즐길 거리도 많습니다. 나들이, 여행, 집에서 휴식, OTT 즐기기 등등. 여기에 영화관을 찾는 것도 주요 일정이 될 수 있을 텐데요.
볼거리가 워낙 늘어난 만큼 예전 같지는 않아도, 업계에서 추석은 여전히 중요한 개봉 시기로 꼽힙니다. 그렇다면 추석 때는 어떤 영화들이 개봉했고 또 어떤 작품을 많이 봤을까요? 지난 10년간 추석 시즌 개봉작들의 매출 순위를 통해 추석 영화관 트렌드를 살펴봤습니다.
※ 추석 연휴 2주 전~추석 주간 국내 개봉작 대상(2012~2021). 매출액은 해당 영화의 개봉 기간 매출 전체의 합. 자료 출처: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영화진흥위원회 운영)
지난 10년을 통틀어 추석 시즌 영화 중 매출액 1위를 찍은 작품은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입니다. 2012년 9월 극장가를 휩쓴 <광해>는 배우 이병헌이 광활한 연기 스펙트럼을 제대로 선보인 영화로도 꼽히는데요. 관객을 1,232만 명이나 불러모은 <광해>의 매출은 889억 원에 달합니다.
추석 영화 중 매출액 2위를 차지한 작품은 웰메이드 역사극 <관상>(매출 660억 원), 3위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김지운 감독의 액션 스릴러 시대극 <밀정>(613억 원)이었습니다. 최종 관객수는 각각 913만 명과 750만 명.
이어 563억 원의 매출로 4위에 오른 영화는 범죄 액션물 <범죄도시>였는데요. 올해 최대 흥행작인 <범죄도시2> 또한 이 1편이 구축한 캐릭터들과 화끈한 액션이 인기 비결이었을 만큼, <범죄도시>는 액션 시리즈물로서 성공적인 서막을 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5위는 영조와 사도세자를 재조명한 사극 <사도>가 차지. 488억 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습니다. 역시 역사물인 <안시성>이 고구려 안시성 전투를 담아내며 추석 개봉작 중 매출액 6번째 자리를 꿰찼습니다.
이쯤 되니 추석 흥행 트렌드가 슬쩍 보이는 것 같은데요. 순위를 조금 더 들여다볼까요?
매출 랭킹 7위와 8위는 다시 한 번 정통 액션영화들의 차지. <킹스맨>의 속편 <킹스맨: 골든 서클>이 우리나라 관객 매출 410억 원,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매출 396억 원으로 7·8위에 올랐는데요. 9위로 집계된 화투-액션(?) 드라마 장르의 <타짜-신의 손>까지 묶으면, 전작·원작이 있는 화끈한 오락물이라는 공통점을 찾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어 10위 자리는 돌고 돌아 역사극입니다.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굴욕을 다룬 황동혁 감독의 <남한산성>이 그 주인공. 312억 원의 매출을 거뒀지요. 하지만 보기 드문 '명작 사극'이라는 평가와는 별개로 관객은 385만 명만 들어 손익분기점(500만 명 추정)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단, 절치부심했을 황동혁 감독은 4년 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연출하며 감독으로서 명성을 드높이게 됩니다.
지난 10년간 추석 시즌 개봉작들을 매출 순위로 살펴봤습니다. 키워드가 눈에 보이는데요. 가장 선명한 건 '역사극' 혹은 '시대극'이라는 장르. 근대사를 다룬 <밀정>을 포함해 10개 작품 중 6개가 해당됩니다. 추석 하면 사극, 사극 하면 추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
실제로 10년간 추석 외 다른 기간 개봉한 사극&시대물 중 남한산성보다 매출액이 상위인 영화는 <명량>, <암살>, <해적: 바다로 간 산적>, <군함도>, <덕혜옹주>, <봉오동 전투>, <군도: 민란의 시대> 7편에 불과합니다. 6편(추석) vs 7편(비추석), 역사 장르의 영화가 추석 즈음에 개봉도 많이 하고 관객도 많이들 찾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장르 공식 및 관습에 충실한 권선징악 유의 '액션영화' 역시 추석 영화관 트렌드의 한 줄기. 10편 중 3편이 여기에 속했지요.(넓게는 '밀정'과 '안시성' 포함 5편) 이밖에 전작·원작의 성공에 힘입은 '후속작'들이 눈에 띈다는 점, 사극에 방점이 있다 보니 '한국영화'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합니다.
이들 키워드의 바탕으로는 명절이라는 시기 자체에 한국영화, 한국 역사에 이끌리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 아울러 남은 연휴를 편히 즐기고 싶은 마음에 보기 무난한 검증된 오락물로 향하는 관객이 많다는 것 정도를 들 수 있겠지요.
올해는 어떨까요? 추석 명절을 겨냥한 역사극은 없지만, 9월 7일에 개봉하는 <공조2: 인터내셔날>은 속편 액션(+코미디)이라는 추석 트렌드에 걸맞아 관심이 가는데요. 관객도 이에 호응해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