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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하고 서늘한 팩트들이 가장 중요한 진실 하나를 빙 둘러싼 구조의 영화. 가운데 있는 그 메인 이벤트성 팩트가 감춰진 탓에 모든 게 객관적인 동시에 그 무엇도 객관적이지 않게 된다. '사실'과 '사실이겠지'의, 어쩌면 어마어마한 간극.
이렇다 보니 아들과 아버지의 후반부 그 시네마틱한 장면조차 잠시 먹먹하다 말고 의심으로 차갑게 물든다. 감성의 영역으로 막 넘어가려는 관객을, 되레 목덜미를 붙들고 이성의 자리에 주저앉히는 느낌. 상반된 두 에너지가 전에 없이 기묘하게 공존하는 이 신(scene), 혹은 이 신을 창조한 앞선 숏들과 숏들의 배치는 그야말로 압권.
영화가 남긴 최종 명제가 확 와닿는 취향 쪽은 아니라 개인적 걸작 반열에는 (아직) 올리지 않았지만, 형식상 완전무결하고 놀랍도록 지적인 영화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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