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형사 액션물. 온갖 클리셰가 여기저기 난무한다. 투캅스 시리즈의 '취조 패러디'를 패러디하는가 하면, 인물들은 해당 배우가 보여준 기존 이미지와 최대한 오버랩되도록 설정된다. 여리고 덜렁대지만 정의감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귀여운 여경이나 까메오의 등장도 진부한 편.

물론 뻔한 설정들이라도 서로 잘 엮이기만 한다면 그 자체로 충분할 수 있다. 그러나 <강력3반>은 '다소의 치밀함' 보다는 여기저기서 '웃겨보자'에 보다 집중한 나머지, 전체적인 틀을 든든하게 짓는 데는 실패한다. 대신 액션과 웃음을 무기로 군데군데의 재미는 어느 정도 제공하는 듯하다.

<강력3반>은 다른 형사물과 스스로 차별되기 위해 '직업으로서의 형사'에 주목한다. 영화는 시종일관 '형사는 가족, 연인을 떠나보내기 십상인, 고달프고 외로운 봉급쟁이지만 그래도 사명감 하나는 투철한 사람들'임을 강조하는데, 일견 타당하기는 하지만, 전달과정에서 상황보다는 대사에 그 무게를 두다보니 설득력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보다도 주인공 홍주 역을 맡은 배우 김민준이다. 홍주는 애인과 직업 사이에서 갈등도 해야 하고, 형사라는 직업의 고충도 털어놔야 하고, 분노와 복수심에 이글이글 타오르기도 해야 하는 인물. 김민준씨의 표정연기와 대사전달력 모두 그처럼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데, 이는 결국 영화의 완성도와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만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공공의 적>에서 느껴지던 매력적인 캐릭터나 힘있는 대사, 혹은 고유한 스타일이 어쨌든 <강력3반>에는 없다. ⓒ erazerh


반응형

'FILM'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5년 단상, 그리고 [일식]  (8) 2005.10.12
[칠검] 값비싼 졸작  (14) 2005.10.08
[너는 내 운명] 리뷰 아님  (11) 2005.09.27
[랜드 오브 데드] 억압된 자들의 화려한 복수  (4) 2005.09.06

<너는 내 운명>의 리뷰를 절반 정도 써내려가고 있을 즈음, 이글루스 다른 분들의 리뷰를 봤고, 어찌어찌해서 대자보에 실린 기사를 읽게 됐다. 그리고 그동안 쓴 게 조금 아깝기는 했지만, <너는 내 운명>에 관한 '감상문 쓰기'는 그만 접기로 했다.

영화는 대략

1. 가능한 한 현실, 인간을 있는 그대로 투영하려는 영화
2. 현실, 인간의 그림자를 중심으로 한 판타지
3. 현실, 인간의 빛을 중심으로 한 판타지
4. 현실, 인간의 그림자를 덮는 빛의 판타지
5. 전형적인 장르영화

로 나눌 수 있다(경우에 따라서는 중복될 수도). 2번과 3번의 경계, 혹은 잘 만들어진 5번 정도로 생각했던 <너는 내 운명>에 관한 느낌은 대자보 기사를 보고, '이 영화는 오히려 4번에 가깝지 않은가?'로 바뀌고 말았다. 에이즈에 관한 부분은 조금 더 많은 글과 논쟁을 접해봐야 알겠지만, 영화 속 '세상의 오만한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유통기한 무한대인 애절한 사랑'이, 실제 인물이 겪은(혹은 겪고 있는) 불행에서 필요한 부분만 살짝 긁어 구워낸 판타지라는 생각이 든 이상, 더 이상 <너는 내 운명>을 지지할 수 없을 것 같다. 4번 따위의 영화는 전혀 내 취향과 맞지 않으며,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를 내세워 그럭저럭 동의, 현실과 영화 사이에 어떤 태생적인 경계가 존재한다고 전제하는 것 또한 별로 내키지 않는 일이다.

물론 박진표 감독이 악의로써 진실을 다 다루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너는 내 운명>이 4번 영화 스타일에 백 퍼센트 부합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눈물을 자아내는 스크린 속 절절한 사랑이, 모티브를 제공한 진실의 본질은 외면한 채 스스로에게 유리한 그 표면만을 꽃피워 담아낸 판타지라면, <너는 내 운명>은 정말이지 '영화일 뿐인 영화'가 된다. 당시 미디어들이 했던 쇼의 언어를, <너는 내 운명>이 전혀 다른 지점에 서서 전혀 다른 얼굴을 한 채로 동어반복하는 셈이다. 이래서는 더 이상 영화에 동의할 수 없다. 나는 지긋지긋한 현실을 잊기 위해 극장에 가는 사람보다는, 이 지긋지긋한 세상을 오늘도 살아야 하기에 극장을 찾는 사람에 가깝다. 우유는 여전히 비릿할 뿐이다. ⓒ erazerh


반응형

매직 존슨과 마이클 조던의 매치업. 물론 지금은 볼 수 없다. NBA 올타임 올스타를 꼽는다면 당연히 베스트 5로서 백코트를 책임질 두 선수... 그립다.

# 단지 어린 시절 영웅들에 대한 추억 때문에 '그 때'가 그리운 것은 아닐 터. 그 시절 공기와 지금 공기는 시간의 흐름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구석이 너무 많다.


오랜만에 해본 NBA LIVE... 두 MJ를 흉내내봤다. 그런대로 비슷하군...ㅡ.ㅡ;


반응형

저예요^^;

예비군 훈련이 너무 지루하길래 휴대전화로 셀카 놀이 하고, 음악 듣고 그랬답니다.

'얼굴 대략 이상하다.' 혹은 '나이 먹고 뭐하는 짓이냐' 등의 말씀은 삼가주세요..;;


반응형

'PHOTO'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디오헤드 07 티셔츠  (10) 2007.06.22
라디오헤드 티셔츠 도착!  (12) 2006.07.24
어달 해수욕장  (14) 2005.08.31
나도 꽃놀이  (18) 2005.04.27
1. 뭔가 허전하다 했더니, 추석 근처에 왔는데도 불구하고 개봉한 성룡영화가 없어서 그런가 보다. 이번에는 TV에서도 안하는 것 같던데.. 이제 새로운 아크로바틱성 도구 이용 액션과 부담 없는 웃음을 즐길 수 있는 기회도 조금씩 줄어들겠지. 그래서인지 <러시아워 3>에 거는 기대가 더욱 크다(2편처럼 이도저도 아닌 이상한 모양새로 돌변할까봐 걱정도 됨).

2. 미루고 미뤘던 예비군 훈련을 오늘은 꼭 가야 한다. 안 오면 고발이라는 전화가 하루에 두통이나 오다니.. 참으로 친절도 하여라. 일도 많고 이것저것 신경 쓸 데도 많은데 ㅜ.ㅜ

# 예비군보다 더 '대충스러운' 시스템을 나는 여태껏 본 적이 없다.


반응형

'SO SO'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냥 6  (10) 2005.11.19
블로그 개장 1주년  (28) 2005.11.04
그냥 4  (10) 2005.09.06
휴가  (8) 2005.08.28


8월 15일 캐나다에서 벌어진 Raw에서 숀 마이클스가 호건에게 샤프슈터를 (매우 어정쩡하게) 걸고 있는 꼴사나운 모습은, 필연적으로 한 선수를 떠올리게 만들었다(비록 직접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의 테마가 울려 퍼졌을 때의 감격이란!).

헐크 호건이 이기네, 워리어가 이기네, 혹은 마초맨이 오락에서 가장 좋으니 실제로 마초맨이 제일 세다는 등, WWF 슈퍼스타들의 내공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초등학생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시절, 역시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가장 좋아했던 선수는 헐크 호건도 워리어도 아닌 '브렛 하트'라는 선수였다. 레슬매니아 4(아마도 88년)였던가. 배틀 로얄에서 "배드 뉴스" 브라운에게 배신당해 준우승에 머물고 만, 한 젊고 잘생긴 선수가 분을 이기지 못해 브라운을 묵사발내고 우승 트로피를 다 부숴버리는 광경을 본 나는 그 젊고 잘생긴 선수의 팬이 되리라 결심했으니, 그의 이름이 바로 브렛 "히트맨" 하트(Bret "The Hitman" Hart)였다. 이후 상당기간 동안 'Hitman'의 뜻을 '인기가 많은 사람' 정도로 착각하고 살기는 했지만.

릭 플레어를 꺾고 처음으로 챔피언에 오른 것을 비롯해 5차례 세계 챔피언에 등극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브렛의 경기력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듯이 역대 최고의 경지였다(프로레슬링은 물론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쇼다. 하지만 액션의 수준에는 분명히 차이가 존재한다. 현재 WWE에서 경기력 뛰어난 선수를 꼽으라면 크리스 벤와, 커트 앵글 정도..). 97년 서바이버 시리즈의 '더블 크로스' 사건으로 '안 좋게' WWF를 떠나기 전까지... 브렛 하트는 악역이든 선역이든 맡은 바 역할에 끝까지 최선을 다 했던, 극강의 테크니션이자 프로 중에 프로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현재 링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그를 링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뇌진탕에 오토바이 사고 등 갖가지 불운이 그를 괴롭힌 지 몇 년이 지났지만, 링에 오르기에는 여전히 그의 몸과 마음이 준비되지 않은 듯하다. 57년생이라는 나이도 걸리고... 그러나 많은 올드팬이 그렇듯, 나 역시 단 한번만이라도 브렛의 검은 가죽재킷과 선글라스를, 그리고 마지막 샤프슈터를 보고픈 소망은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다.^^ ⓒ erazerh

The Best There Is, The Best There Was, and The Best There Ever Will Be!


반응형

'SPOR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풍당당' 양준혁, 이번에는 최다루타에 도전!  (3) 2006.05.21
잠실야구장, 올해 첫 방문  (10) 2006.04.17
매직 vs 조던  (16) 2005.09.25
올시즌 홈런왕은 누구?  (12) 2005.03.19

높이 뛰어올라 벽에 들러붙지도, 순식간에 달려오지도 않는다. 몇 년간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던 돌연변이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다. 좀비는 여전히 느릿느릿하다. 변종은 없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허락받았다.

좀비의 신화 조지 A. 로메로는 <랜드 오브 데드>에서 다시 한번 세상의 부조리를 영화 안에 축소, 그 질서를 조롱하고 억압된 것들을 귀환시킨다. 피들러 그린의 부자들은 자신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 다른 계급의 자본과 노동을 꾸역꾸역 먹어댄다. 화려한 성채 밑에는 아마도 누군가의 피와 눈물이 시멘트 발려져 있으리라. 흑인 노동자 ‘빅 대디’를 중심으로 한 좀비들이 분노를 품고 주상복합빌딩을 유린하는 장면은 그래서 끔찍한 살육이 아니라, 복수와 생존의 본능에 근거한 처절함에 가깝다(그들이 원하는 건 오로지 ‘먹을 것’이었다).

‘불꽃놀이’가 결코 예쁘고 신기한 것만은 아니었음을 좀비 스스로 깨우치는 모습, 좀비가 동료의 죽음에 울부짖을 줄 알고, 도구 사용법을 하나씩 익혀가는 설정(웃겼다!), 사람들이 스스로 쳐놓은 울타리 안에 갇혀 버리는 상황 등은 로메로 특유의 정치적 은유이면서, 그 자체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역할도 한다. 먹고 먹히는 긴박한 현장 또한 빈곤층의 폭발하는 분노를 상징하는 동시에 신체훼손을 통한 원초적 스펙터클!을 선사하면서 제 몫을 다 해낸다. 어찌 아니 즐거울 수 있으랴!

제 아무리 치열한 전쟁이라도 생존자는 남기기 마련이다. <랜드 오브 데드>에도 살아남은 자들은 있다. 그들은 무너진 곳에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을 심거나, ‘정상’과는 조금 다른 가족의 형태를 띤 채 어딘가로 떠난다. 어찌 될지 알 수는 없다. 그들의 선택은 구조적 모순의 반복을 불러올 수도, 황량한 로드무비의 길을 따를 수도 있다. 계급 간 화합은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답답한 구조물을 걷어낸 그 순간만큼은 모두들 작은 희망을 간직한 듯 보인다. 비록 좀비의 신분일지라도 말이다. ⓒ erazerh

# 아시아 아르젠토는 여전히 매력적이었지만, 그녀만의 독특한 ‘그 느낌’이 드러난 것 같지는 않았다.


반응형
영화 DB 관련 일을 하면서 느낀 점...

세상에는 좋은 영화가 무척이나 많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수많은 영화들을 감당하기에 인생은 너무나도 짧다. 게다가 좋은 책은 더더욱 많지 않은가. 어물쩡어물쩡 시간을 낭비하는 건... 정말이지 미친 짓이다(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다.ㅜㅜ).


반응형

'SO SO'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 개장 1주년  (28) 2005.11.04
그냥 5  (14) 2005.09.16
휴가  (8) 2005.08.28
블로그 잠시 접습니다  (18) 2005.07.25

+ Recent posts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