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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하다. 귀신이 나온다 싶은 타이밍이면, 귀신 아가씨는 어김없이 창백한 얼굴을 들이댄다. 시체가 누워있을 것 같은 장면에서는 해골의 형상으로 스크린에 등장하는 귀신 양. 암전 사이로 조금씩 공간이동하는 것에서부터 천장, 자동차, 사다리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물스물 다가오는 스파이더맨적 활동반경까지, 귀신 양, 어디서 본 건 많은 듯하다.
<셔터>는 이렇듯 동양 호러물의 클리셰로 완전무장한 영화다. 거기에 '사진 속 귀신'이라는 수학여행 괴담성의 설정을 덧붙여 대중의 전형적인 공포심리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진부하기는 해도, 여름극장용 '깜짝깜짝 놀래주기 임무'를 나름대로 충실히 수행한다는 면에서, 제작진의 안전 지향 전략은 그럭저럭 귀엽게 봐줄만하다.
한편 최근 몇 년 간 유행하던 '복잡하고 모호한 이야기로 관객 홀리기'를 과감히 걷어낸 것은 좋았으나, 그로 인해 비어버린 공간을 제대로 메우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주인공 두 명과 귀신 한 명만의 활약으로는 부족했던 걸까. 아니면 텅 비어버린 듯한 플롯 그 자체 때문일까.
아무튼 <셔터>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기본'에 충실한 호러영화다. 그 충실함을 즐기든지 아니면 하품을 하든지는 관객의 영역이겠고. ⓒ erazerh
* 한 가지 더, <셔터>는 진정 무서운 것은 귀신이 아니라 '약자를 짓밟고 그 위에서 썩은 미소를 짓는 인간들'이라는 교훈 설파 또한 잊지 않는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어쩌겠는가. 그것이 영화와 현실 모두에 뿌리내린 진실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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