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형사 액션물. 온갖 클리셰가 여기저기 난무한다. 투캅스 시리즈의 '취조 패러디'를 패러디하는가 하면, 인물들은 해당 배우가 보여준 기존 이미지와 최대한 오버랩되도록 설정된다. 여리고 덜렁대지만 정의감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귀여운 여경이나 까메오의 등장도 진부한 편.

물론 뻔한 설정들이라도 서로 잘 엮이기만 한다면 그 자체로 충분할 수 있다. 그러나 <강력3반>은 '다소의 치밀함' 보다는 여기저기서 '웃겨보자'에 보다 집중한 나머지, 전체적인 틀을 든든하게 짓는 데는 실패한다. 대신 액션과 웃음을 무기로 군데군데의 재미는 어느 정도 제공하는 듯하다.

<강력3반>은 다른 형사물과 스스로 차별되기 위해 '직업으로서의 형사'에 주목한다. 영화는 시종일관 '형사는 가족, 연인을 떠나보내기 십상인, 고달프고 외로운 봉급쟁이지만 그래도 사명감 하나는 투철한 사람들'임을 강조하는데, 일견 타당하기는 하지만, 전달과정에서 상황보다는 대사에 그 무게를 두다보니 설득력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보다도 주인공 홍주 역을 맡은 배우 김민준이다. 홍주는 애인과 직업 사이에서 갈등도 해야 하고, 형사라는 직업의 고충도 털어놔야 하고, 분노와 복수심에 이글이글 타오르기도 해야 하는 인물. 김민준씨의 표정연기와 대사전달력 모두 그처럼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데, 이는 결국 영화의 완성도와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만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공공의 적>에서 느껴지던 매력적인 캐릭터나 힘있는 대사, 혹은 고유한 스타일이 어쨌든 <강력3반>에는 없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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