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Lamb, 2021). 인간 인지 기능의 필연적 오류를 콕 집어낸, 고도의 미니멀리즘 우화. 플롯은 단순한데 곱씹어보면 내용물의 깊이가 만만치는 않다.

 

이를테면 삐져나온 팩트 한 조각을 구실 삼아 상상에 상상을 더해 두른 우리의 울타리, 실은 얼마나 조악한지에 관한 도식화. 진실을 품기보다 울타리 유지보수에만 집착해대니 남는 건 폭력, 그리고 믿음을 위한 믿음 따위의 악순환일 뿐인 것.

 

실제로 종교와 종교화된 인류의 이 많은 울타리 대부분은 자기 합리화라는 비이성적 재료를 덧대고 덧대 지탱해온 거 아니었나? 무엇을 위해? 영화 속 대사처럼 해피니스’. 누구의? 오직 나만의 해피니스’. 짝퉁이든 말든 해피니스’.

 

그러므로 교훈(?). 선의를 덕지덕지 두른 가장 이기적인 동물로서의 사람 혹은 오지라퍼를 조심하세요. ⓒ erazerh

 

 

* 감독은 발디마르 요한손. 장편 데뷔작이라는데 왠지 <더 위치><라이트하우스>를 만든 로버트 에거스가 20%,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20%, 라스 폰 트리에가 10% 정도 들어있는 느낌. 차기작에서 어떤 100%의 감독일지 드러날 것 같다. <>에서 살짝 감지된 통찰력이, 얻어걸려 나온 게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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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90점 이상, 은근히 100+까지 기대했는데 한 75점에 머물러버린 경우. (내게 이쪽 계보에서 90점 이상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정도)

 

이유를 몇 가지 들자면 (이하 스포)

 

1. 상승과 하강과 이를 끊으려는 힘이 뒤섞이면서 나오는, 스파이더맨 고유의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액션 미학이 상대적으로 미미.

 

2. 그러면서 삼스파끼리는 물론 빌런들과의 액션의 또한 예상 밖으로 시시. (이게 돋보였던 <뉴 유니버스>에 비하면 사실 너무한 수준)

 

3. 삼스파 간 썰 푸는 데서 미소가 지어진 건, 연출이 좋아서라기보단 우리들의 훌륭한 기억력 덕분.

 

4. 앤드류 등장까지는 신선했지만, 토비까지 그렇게 리듬 조절도 없이 복제숏으로 등장했어야 하나.

 

5. 톰 홀랜드는 애 취급을 넘어 모질이 취급 수준.

 

6. 사이코력을 잃은, 친목 다지기에 충실한 옥박사라니.

 

7. 베놈은 이게 최선이었나.

 

결론: 시도 자체엔 짝짝짝, 결과물엔 짝.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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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선택받은 자의 세상 구하기같은 영웅 서사에서는 흥미를 눈곱만큼도 느끼지 못한다. 재미는커녕 너무너무 시시해서 보다 보면 심신이 걷잡을 수 없이 가라앉고 무력해지는 기분.

 

그러니까 대개 격이 다른 혈통, 남다른 능력 보유, 고난-고뇌-각성, 세이브 더 월드따위의 이야기 수순인데, 이건 어디까지나 신화와 종교의 화술 아니던가. ‘츄즌 원인 척하는 자를 겹겹이 둘러싸는 포장과 보존의 기술. 거짓 중에서도 가장 원형·원시적인 거짓. (진부해지니 그만 쓰도록 하자.)

 

뭐 이런 쓸데없는 얘길하는 이유는, 그래서 나한텐 <>이 드뇌 빌뇌브 영화를 통틀어 제일 또는 유일하게 시시했기 때문이다. 전작이 21세기 SF 최고 걸작이었거나 말거나 이번 건 몰입이 전혀 안 돼 끝까지 보는 것조차 인내가 필요했었다는 고백.

 

+ 같은 이유로 선택받은 자 서사에 균열이 제대로 날 때는 환장하는 편이다.

 

세상의 중심에서 끄트머리로 훅! 순간이동, 존재의 지위에 관한 아찔한 공허감을 창조해낸 빌뇌브의 전작 <블레이드 러너 2049>, 신화를 홀딱 뒤집어 선택받음에 공포와 비극성을 입힌 <유전>, 그래서 내겐 걸작 오브 걸작. 헤일 파이몬.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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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호러물. 매체 테이스트 오브 시네마 선정 너무 무서워 끝까지 보기 힘들다는 공포영화 10(https://bit.ly/2Y03PwY)3위에 오르기도 했는데, 순위에 걸맞게 프레임을 도화지 삼아 러닝타임 내내 뻘건 칠을 해댄다.

 

슬래셔든 고어든 뭐든 눈살이 찌푸려지고 마음이 쪼그라드는 불쾌한 피칠갑 장르를 좋아한다면 필견. ⓒ erazerh

 

 

* 90년대 '커피숍' 포스터계의 레전설 베아트리체 달은, 이번에도 정신이 나갔으며, 그래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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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이 명명백백하다.

 

(약스포) 우선 단점 1.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의 양심에 규칙이 없다. 동네 후배 말마따나 오지랖은 넓고 머리는 나쁘고. 게임에서의 인간미 발현이나 최종 선행 또한 고뇌의 결과라기보단 그저 삐져나온느낌이다. 급조된, 무매력의 휴머니티. ‘희망을 극의 또 다른 줄기로 삼고 싶은 건 알겠는데, 최소한의 은 유지했어야.

 

단점 2. 영화든 드라마든 가장 중요한 건 결국 거짓말을 얼마나 그럴싸하게 잘하느냐다. <오징어 게임>은 각 게임의 규칙에 정성을 쏟았을지언정 그 안팎에 걸쳐진 서브플롯 의사, 경찰, 형제, VIP 을 매듭짓는 솜씨는 시답잖다. 이러면 거짓 보따리에 구멍이 나기 마련, 세계관의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예상 그대로 다 맞아떨어지는 판에.

 

그럼에도 +장점. 장르적 즐거움과 삶의 실재적 비애가 성공적으로 접합됐다. 벼랑 끝 신세들 탓에 그때 그 시절 놀이를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비극성이 묻어 나오는데, 이게 생과 사가 걸린 극한에 걸쳐지니 스릴의 무게가 배가되는 셈.

 

이렇게 보면 6<깐부>는 시리즈 중 단연 압권이다. 사실상 승패가 눈에 보이므로 누구가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한 구슬 게임. 이때 비열함들 사이로 삶을 스스로 내려놓으려는 단호한 결단들이 머리를 들이미는데, 서스펜스 위로 페이소스가 내려앉는 느낌이랄까. 휴머니즘 따위는 아니고 삶의 본질적 서글픔 같은 게, 훅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놀이와 인생의 공통점, 여럿이었든 어쨌든 끝에는 철저히 혼자가 돼야 한다는 사실. 쓸쓸하구나.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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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무비스타


이제는 영화배우 타이틀이 더 잘 어울리는 프로‘레슬러’들이 있습니다. 힘이면 힘, 표정 연기면 표정 연기, 다재다능한 면모를 선보이며 링에 이어 스크린까지 접수한 레슬러들을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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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웨인 존슨 / 링네임 더 락

 

드웨인 존슨. ⓒ WWE

 

가장 성공적인 배우 전직 사례, 드웨인 존슨입니다. WWE 무대에선 90년대 후반부터 역대급 마이크 워크와 표정 연기로 슈퍼스타에 올랐는데요. 특유의 말발근육질 몸매를 캐릭터화, 액션영화계마저 접수했습니다.

 

할리우드 섭외 1순위로 꼽히며 흥행보증수표가 된 존슨. 연간 1,0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여 전 세계 수입 1위 배우 자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단, 지나친 근육이 배역의 폭을 좁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표작
정글 크루즈 (2021)
쥬만지: 넥스트 레벨 (2019)
분노의 질주: 홉스&쇼 (2019)
스카이스크래퍼 (2018)
램페이지 (2018)
샌 안드레아스 (2015)
허큘리스 (2014)
볼러스 시즌1~5 (TV시리즈)

 

<정글크루즈>

 

 

# 데이브 바티스타

 

데이브 바티스타. ⓒ WWE

 

파워하우스 계열 레슬러인 바티스타, 의외로 힘이 그리 세지는 않았고 체력 등 경기력 이슈가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2010년 액션배우로 데뷔했다가, ‘가오갤’의 드랙스 역할로 연기력(+개그력)과 인지도가 급상승하지요.

 

이후 걸작 SF로 손꼽히는 ‘블레이드 러너 2049’에 출연, 짧지만 진중한 내면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맡을 수 있는 배역의 스펙트럼이나 연기력은 드웨인 존슨보다 우위라는 평가가 적잖습니다.

대표작
듄 (2021)
아미 오브 더 데드 (2021)
어벤져스: 엔드게임 (2019)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2018)
블레이드 러너 2049 (2017)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2017)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2014)

 

<블레이드 러너 2049>

 

 

# 존 시나

 

존 시나. ⓒ WWE

 

21세기 WWE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존 시나 역시 배우로서 입지를 넓히는 중입니다. 원래 2006년 액션물 ‘더 마린’으로 영화 데뷔전을 치렀습니다만, 링에서와는 달리 별다른 주목을 끌지는 못했는데요.

 

그러다 최근 ‘범블비’와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배우로서의 인지도를 부쩍 키웠습니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선 피스메이커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 향후 행보에 기대감을 더했지요.

 

대표작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2021)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2020)
범블비 (2018)
더 마린 (2006)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선배들도 있다

 

이들 레슬러-배우의 활약에는 앞서 길을 열심히 닦아놓은 선배들이 큰 도움이 됐을 터. 그런 의미에서 올드 레슬러의 영화계 진출도 짚어봤습니다.

 

ⓒ WWE

 

 

# 헐크 호건 / 본명 테리 볼레아

 

레슬링 업계의 아이콘 헐크 호건은 ‘록키3’에서 레슬러 역할로 배우 데뷔, 이후에도 주로 레슬링 기믹을 활용한 배역을 맡았습니다. 연기 자체는 그저 그랬습니다만, ‘길’을 놓는 데 한몫했다는 점은 인정해야겠지요.

 

헐크 호건. <록키3>

 

 

# 로디 파이퍼

 

유쾌함과 마초성을 겸비한 원조 ‘배드 애스’ 기믹의 레슬러 로디 파이퍼입니다. 영화배우로도 이 같은 다재다능함을 뽐냈지요. B무비의 수작으로 꼽히는 ‘화성인 지구 정복’(감독 존 카펜터)이 대표작. 2015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로디 파이퍼. <화성인 지구 정복>

 

 

또 누구?

 

이밖에 “스톤 콜드” 스티브 오스틴, 트리플 H, 빌 골드버그, 케인, 미즈, 케빈 내쉬 등이 복수의 영화에 출연하며 레슬러-배우 계보에 들었는데요.

 

오스틴은 레슬러로서의 전설적 명성과 달리 배우로는 큰 빛을 못 봤습니다.

 

 


 

이상 영화배우가 된 프로레슬러을 살펴봤습니다. 수많은 관중&시청자 앞에서 실시간으로 연기를 펼쳐야 하는 직업이 레슬러. 배우 전직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겠지요.

 

+ 이들 중 여러분 마음에 쏙 드는 배우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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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여기서도.

 

‘스크린 접수하러 왔습니다’ 배우가 된 전현직 ○○○들

[BY 뉴스웨이] 사각의 링에서 사각의 스크린으로! 현재 활약 중인 전업 프로레슬러 중 앞으로 스크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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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이 모양인 것과 비대칭 오컬트에 관해

 

 

※ 영화 <곡성>과 <랑종>의 내용이 일부 드러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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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까운 가족이 죽지 않아야 할 상황인데 죽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어떤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과거 나홍진 감독은 영화 <곡성>(2016)을 만든 동기에 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요컨대 ‘왜 착한 사람이 불행한 일을 겪어야 하는가?’에 대한 추론 또는 상상.

 

2. 흔히들 한탄한다. 신은 대체 뭘 하고 있길래 선한 사람들의 억울함이 반복되냐고. <곡성>은 이 불가해를 이해하고자 비이성의 경로를 택한 영화다. 방법은 소거법. 첫 번째 세부 질문 ‘신은 있는가? 없는가’에서는 부재(不在)를 지우고 존재(存在)를 남긴다. 그렇게 이 영화에는 초월자가 ‘있’게 된다. 아무렴.

3. 두 번째 질문은 ‘그렇다면 신은 영향력을 행사했는가? 혹은 놀았는가’ 정도 되겠다. 다시 말하지만 나홍진은 지금 한 손엔 카메라, 다른 한 손엔 부적 비슷한 걸 쥐고 있다. 비이성이라는 어질어질 외길. 그렇게 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소거되고 ‘영향력을 충분히 행사했다’가 남는다.

4. 이제 신이 ①존재하고 ②액션도 취했는데 ‘세상은 왜 이 모양인가? 왜 착한 종구 가족이 몰살돼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필연이다. 이 지점에서, 선택 가능한 답지는 하나밖에 없지 않나요, 라며 나홍진이 고개를 홱 180도 돌려 관객을 본다.(물론 실제가 아니고 영화의 태도에 관한 은유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한다. 이 신은, 그 신이 아니었습니다. 낄낄낄, 와타시와 와타시다, 나는 나다. <곡성>에서 넘버원 초월자의 정체는 ③재앙을 빚는 악(惡)이었던 것. ‘귀신’ 신(神)은 결코 직무를 유기한 적이 없다. 애석하게도.

 

악마를 보았다. <곡성>


5. 1선발 초월자라면 당연히 거룩하고 선하리라는 믿음은 <곡성>에서 구겨졌다. 그리고 5년, <랑종>(2021)이 그 세계관을 장착한 채 또 다른 극한으로 내달린다. 이번에도 초월적인 무언가는 모두가 멸망할 때까지 폭주한다.(나홍진의 날인) 게다가 한두 놈이 아닌 듯하다.

6. 이 귀‘신’들을 <엑소시스트>나 <컨저링> 같은 정통 오컬트 속 대립 구도, 이를테면 적그리스도로서의 대항마 계보 안에 넣기는 어렵다. 그들처럼 선(善)이 구축한 팽팽한 질서를 따고 들어와 균열을 내는 등의 목적성을 띠지 않으니까. 왜? 안 그래도 되므로. 미안하지만 <랑종>에는 그런 노력을 기울이게 만들 법한 절대 선, 시스템의 창조자, 친인류적 초월자 등 그게 무엇이든 비슷한 것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무당인 님도 끝내 털어놓지 않았나. 신내림을 받았지만 진짜로 신을 느낀 적은 없었다고.

7. <곡성>과 달리 <랑종>은 현혹되지 말기를 바라는 선한 성질의 기운마저 제거했다. 하나님이든 부처님이든 무당 몸을 빌린 수호신이든, 공포에 벌벌 떠는 인간들에게 가호를 내려줄 이는 없다. 좋은 초월자는 꼭꼭 숨었거나 모든 초월자는 나쁘거나. <곡성>이 신의 가면을 벗겨 그 악의(惡意)로 가득한 얼굴을 봤다면, <랑종>은 악의의 운동능력에 대한 ‘기록’인 셈이다. 괜히 모큐멘터리 형식을 취한 게 아니다.

8. 악의 증폭과 선이라 믿어진 것들의 부재. 억울함과 억울함이 쌓이고 쌓여 짓뭉개졌을 인간의 비극사, 까지 안 가도 포털 뉴스 사회면을 하루만 들여다보자. 현실 세계를 오컬트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면, <랑종>의 이 궤멸적 신화보다 어울리는 콘텐츠가 있겠나 싶다.

궤멸적 신화. <랑종>


9. 악마한테 이기든 지든, 선악 대칭 구조를 가진 주류 오컬트는 창조자나 창조자가 빛은 질서의 선의와 안전성을 여전히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반면 <더 위치>, <곡성>, <유전>, <랑종> 등 특정 힘에 압도되는 비대칭 호러들이 있다. 현혹되지 말자. 이 계보의 영화들은 지금 악에 들뜬 상태가 아니라, ‘악’밖에 남지 않은 실재를 도식화하고 있다. 이를테면 ‘구원 같은 소리 하고 있네.’

0. 이 모든 영화적 상상은 불우하고 불공평한 세계를 납득하기 위한, 차라리 가장 합리적인 접근일지도 모르겠다. 비이성의 중심에서 외치는 이성. 그렇게 원형으로서의 신은 죽었다. 다만 그럴수록 더욱 절통한 어떤 현실들. 다시, 신이시여. ⓒ erazerh

 

 

※ 이 글은 ‘브런치’에도 올라갑니다.

 

[곡성]에서 [랑종]까지 - 신은 대체 뭘 하고 있길래

세상이 이 모양인 것과 비대칭 오컬트에 관해 | ※ 영화 <곡성>과 <랑종>의 내용이 일부 드러납니다. :) 1. “가까운 가족이 죽지 않아야 할 상황인데 죽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어떤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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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영화 <>(2010)에서 미자가 내 인생의 아름다웠던 순간을 말하는 숏이 참 좋다.

 

미자야 이리와라며 부르는 언니, 그 손짓, 반쯤 쳐진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 “내가 정말 예쁘구나라고 생각하는 서너 살의 미자. 그리고 그 생애 최초의 기억을 부여잡고픈 예순여섯의 미자.

 

영영 오지 않을 순간, 그러나 오지 않음이 명백해질수록 우리 뇌는 그 시간을 더 자주, 이토록 참 잔인하게도 불러낸다. 시간이 만든 간극과 그 가슴 시림을 이 숏만큼 정갈하게 담아낸 이미지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영화 <시>

 

그리고 10, 놀랍게도 영화 <더 파더>(2020)의 최종 씬이 그 가슴 시림 비슷한 걸 다시 한 번 전해줬다. 내 우주가 뭉개져 점이 되고 끝내 무()가 되는데, 수치스럽게도, 그에 따른 수치심과 분노와 당혹감마저 명멸하다 이내 증발해버리는 간접의 지옥.

 

모든 게 괜찮을 거예요.”

 

텅 비어버린, 오직 원형으로서의 포근함만을 갈구하게 된 머릿속은, 저주에 걸린 것 같지만, (실은 말이야) 어쩌면 축복일지도 모른다. erazerh

 

영화 <더 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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