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로맨스영화'는 유이하다. 하나는 <>이고 다른 하나가 <헤어질 결심>.

 

<렛 미 인>이 사랑의 본질인 눈멂에 근접했다면, <헤어질 결심>은 오직 영원한 이별만이 사랑 앞에 놓일 수 있는 유일한 엔딩임을, 참으로 시네마틱하게도 일깨워준다. ⓒ erazerh

 

- 이상 사랑 에너지가 뿜뿜, 하는 영화들.

 

 

 

[렛 미 인] 은밀하되 공고한, 또는 불온한

수영장 물 속에서 숨을 참고 있는 소년. 점점 한계가 다가온다. 밖으로 나가고 싶기는 한데 그의 머리를 짓누르는 우악스러운 손이 그것을 허락할 리 없다. 평소 자신을 괴롭히던 녀석에게 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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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누가 무엇과 헤어지고 싶었길래

'미결'을 '결심'한 까닭에 관해 | ※ 영화 <헤어질 결심>의 결말 등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 시간은 결(決)의 축적이다. 한 사람의 시간 안에는 무수한 분별과 결정, 결단이 차곡차곡 쌓인다.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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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물 속에서 숨을 참고 있는 소년. 점점 한계가 다가온다. 밖으로 나가고 싶기는 한데 그의 머리를 짓누르는 우악스러운 손이 그것을 허락할 리 없다. 평소 자신을 괴롭히던 녀석에게 본때를 보이기는 했지만, 그 대가로 목숨을 지불하게 생긴 것이다. 그때 마침 소녀가 나타난다. 그리고 몇 초나 지났을까. 소년을 괴롭히던 동작이 모두 멈추는 데는. 소년의 머리를 누르던 팔은, 녀석들의 목과 허리는, 그렇게 부지불식간에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이 사지절단식 살육 시퀀스는, 그러나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간소하다. 사건 자체가 잔혹하거나 말거나 이미지와 사운드가 그것을 ‘전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혈은커녕 외마디 비명조차 없다. 시체들은 그저 짧은 풀숏 안에 무심히 던져질 뿐인데, 그조차 서로를 맞이하는 소년-소녀의 묘한 미소 뒤편으로 밀려난다. 이런 식이다. <렛 미 인>에서는 죽이고 죽는 행위가, 이를테면 공포나 액션 카테고리에 추가될 만한 ‘스틸샷’ 정도로 소비되지 않는다. '소녀 뱀파이어'에서 상상될 법한 장르적 쾌감이 존재할 리 만무하다.

대신 여기에는 그럼으로써 도드라지는 어떤 ‘관계’가 있다. ‘너도 정상적인 십대는 아니구나.’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한, 소년-소녀의 은밀하되 공고한 결속. 그것도 불온하기 짝이 없는. 이는 확실히 다른 (공포) 영화들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성격의 연대(連帶)다. 시스템 바깥에 놓인 자들은 단지 ‘괴물’로 다뤄지기 십상인데다, 그것이 가장 흥미진진한 전개라고 곧잘 믿기기 때문이다.

<렛 미 인>은 그런 선정적인 제스처를 포기함으로써 타자화 되기 이전의 소년-소녀를 기어이 불러낸다. 어떤 ‘의미’를 끌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에 주목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두 아이의 관계에 대한 영화 안팎의 모든 판단은 유보되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녀석들이 달콤한 연애를 할지, 종속적인 계약에 머물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겠지만. 그래도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이 있기는 하다. ‘괴물’로 알려진 자들의 본연 또한, 더도 덜도 아닌, 그저 ‘생존하기’였다는 것. 조금 더 쓸쓸하게.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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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으며, 또 슬펐던, 2008년도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2008 영화 베스트 10을 꼽고 20자평도 곁들여 봤습니다(국내 상영작, 가나다 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세상만사 어차피 욕망과 욕망의 충돌. 가장 무서운 건 이성적인 척하는 비이성.


<다크 나이트> 희대의 캐릭터 탄생. 웃으면서 울고 파괴하면서 창조한다.


<렛 미 인> 소년은 어떻게 소녀를 위해 살인을 하게 됐는가. 일종의 프리퀄. 최소한 순수하지는 않다.


<미스트> 외부의 적보다는 내부의 적이 더 무서운 법. 공포의 진짜 창조자는 늘 인간.


<스위니 토드> 모든 걸 잃어버린 한 남자, 모두가 죽어야 끝날 노래를 부르다.


<스턱> 간결하고도 명쾌한, 인간 먹이 피라미드의 작동 원리.


<영화는 영화다> 현실을 무대로 살인을 연기하는 기괴한 엔딩 시퀀스는 압권!


<월-E> 2008년 스페이스 ‘러브 오디세이’


<이스턴 프라미스> 유아적인 자들이 젠체할 때 나타나는 비극. 인류의 여전한 오류.


<클로버필드>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이름의 롤러코스터. 공포보다는 현기증.



이 중 올해의 영화 단 한 편을 꼽아보라면 <이스턴 프라미스>로 하겠습니다. 전작 <폭력의 역사>가 아버지의 액션에 더 이상 열광할 수 없는 이유였다면, <이스턴 프라미스>는 그 액션이 어떻게 작동하고 또 유전되는지에 관한 탐구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 ‘남자들의 계보’에서 누군가가 웃음의 코드를 주구장창 우려내는 동안, 크로넨버그는 이런 작품을 결국 내놓고 말았습니다. 뭐, 다른 영화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단지 ‘어떻게 소비시킬 것인가’와 ‘어떻게 읽힐 것인가’라는, 고민의 차이겠죠.


한편, 저의 2008년 최악의 영화는 <고사: 피의 중간고사>와 <울학교 이티> 정도입니다. 문제 제기를 해놓고는 결국 엉뚱한 짓만 해대는, 제가 가장 싫어하는 유의 영화들이거든요. 감당할 생각이 없다면, 애초에 그 지점으로 영화를 끌어다 놓지 않는 게 마땅하다고 봅니다. ⓒ erazerh



2007년 영화 베스트 10

2006년 영화 베스트 10

2005년 영화 베스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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