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퀸스 갬빗>. 배우 한 명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라는 것의 거의 최대치를 끌어냈음에도, 끝내 ‘위 아 더 월드’ 서사가 내 취향은 아닌 걸로.

단, 에피소드3의 엔딩은 기록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겠다. 엄마를 깔보며 쏘아붙이다 그대로 돌려받고, 그러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무심한 척 엄마 손을 잡고는 BGM ‘The end of the world’와 역시 무심한 듯 따뜻할 역광의 꾸밈을 받는 숏. 들뜨지도 가라앉지도 않은 채 패배를 매만지는 이 숏에서, 베스 하먼의 세계관인 평면의 64칸은 마침내 훅, 부풀어 입체로서의 형상을 갖춘다.

차분한 진동. 간만의 시네마틱 경험.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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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마 블루>를 마지막에 배치한 건 앞선 17, 212분에 달하는 인내의 시간을 보는 이 저마다의 삶에 축적케 하려 함이 아니었을까.(참을 인 자 17?) 점과 점을 빛의 속도로 오가는 시대, 디지털 플랫폼의 중심에서 접촉한 뜻밖의 아날로그적, 시간의 결?

 

그러고 보니 이 결이 바로 <지마 블루>의 서사를 이루는 물질인 것 같기도. , 분화, 다시 점. 디지털인 척 아날로그. 너와 나, 우주, 그 무엇이든.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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