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쌓아올린 몇몇 시스템은, 대표적으로 종교는, 악행을 견고하게 떠받치기 위해 고안-축조된 거대한 핑계가 아닐까, 라는 합리적 의심을 낳게 하는 영화.

 

그러니까, 악당이 먼저냐 변명이 먼저냐, 따위의.

 

등장인물 구도가 뭐 이렇게 나쁜 놈들로 빽빽이 짜였나 싶지만, 최근 수년의 국내외 사건사고 뉴스 중 몇 꼭지만 떠올려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긴.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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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스포)

 

과거는 매순간 쌓인다. (지금 막 또 쌓였다.) 자꾸만 모이는 이 과거는 어디로 갈까. 뭐, 대체로 분절돼 머릿속 곳곳으로 흩어지겠지. 즉, 기억이라는 구조.

 

이 분절들 각각은 벌어진 실재와 이뤄지지 않은 가능성들이 엉겨붙은, 마치 화합물 같은 상념 덩어린데, 몇몇은 뇌의 핵심 영역에 들러붙어 영영 떨어질 줄을 모른다. 착각과 망각과 재구성 등을 거친 이 녀석들은, 애석하게도 후회와 원망과 비관의 정서로 그득하기 십상.

 

그러다 영원히 수정할 수 없는 게 미래도 뭣도 아닌 과거로부터의 이 빌어먹을 현재, 즉 시간임을 깨달았을 때, 구더기한테 산 채로 파먹히는 돼지와 자신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비로소 받아들였을 때, 그는 아마도 ‘끝내야지’ 싶었으리라.

 

다만 그 전에, 자신의 시간을 누군가 한 번은 들러보길 바랐던 것 같다. 들러서, 훑어도 보고 어루만지면 좋았겠지. 엉망이든 말든, 살았었으니까. 물론 아무도 없었을 거. 기억, 기억, 기억, 다 혼자였다.

 

그렇게 그 누구와도 공유되지 않은 시간을 공유하는, ‘떠남’의 한 방식. 영화 <이제 그만 끝낼까 해>.

 

곱씹을수록 (그의) 삶이 참, 쓸쓸하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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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마 블루>를 마지막에 배치한 건 앞선 17, 212분에 달하는 인내의 시간을 보는 이 저마다의 삶에 축적케 하려 함이 아니었을까.(참을 인 자 17?) 점과 점을 빛의 속도로 오가는 시대, 디지털 플랫폼의 중심에서 접촉한 뜻밖의 아날로그적, 시간의 결?

 

그러고 보니 이 결이 바로 <지마 블루>의 서사를 이루는 물질인 것 같기도. , 분화, 다시 점. 디지털인 척 아날로그. 너와 나, 우주, 그 무엇이든.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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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피소드1 엔딩 시리우스가 들릴 때부터는 거의 울 뻔했다. 그 설렘들이 이렇게 또렷하게 떠오르는데, 이렇게나 오래돼서.

 

2. 예전에도 느꼈지만, 마이클 조던은 자신만의 구획들을 만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이다. 존경하니까 넘어서야 하는 대상, 복수해야 할 부류, 짓밟아야 하는 대상, 멱살 잡고 끌고 갈 팀원, 망신 줘도 괜찮은 부류 등.(가족 욕이나 신체조건 관련 막말도 가능)

 

3. 존중의 급은 천차만별이지만, 모든 구획의 존재 이유는 궁극적으로 같다. 요컨대 지배로 나아가기. 관찰하고, 체계를 잡고, 통제하고, 그렇게 끝내 지배자로 남기 위한 그만의 분류표.

 

4. 그를 GOAT로 만든 것엔 운동능력, 체력, 바디밸런스, 발목 등이 있겠지만, 내 구역을 내가 지배하지 않고선 참을 수 없는 지독한 경쟁심’, 그렇게 안팎으로 이뤄진 잔혹한 수준의 밀어붙임은 첫 손에 꼽혀 마땅하다.

 

5. “사람들은 말한다. ‘MJ? 착한 사람은 무슨, 폭군이면 몰라도’ () 당신 눈엔 그렇겠지. 이겨본 적이 없으니까.” - 마이클 조던. 에피소드7 中.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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