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에 칼이 돋아난 사람이 있다. 피부에서 튀어나온 수십개의 칼은 조금씩 자란다. 칼날 또한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날카로워진다. 그는 아무한테도 다가가려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할 뿐, 그의 말에는 관심 갖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오래전에 깨달았기 때문이다. 행여나 칼날에 스치기라도 할까봐 모두들 슬금슬금 피한다. 그러나 아무도 모른다. 칼의 반대쪽도 칼이었음을. 그리고 그의 몸 안쪽의 칼도 자라고 있었음을. 칼이 자랄 때 그의 고통 또한 자란다. 외로움은 뼈 속으로 소리 없이 침투한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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