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놀랍게도, 한국 여자핸드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수식어는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도…'다. 내가 기억하기로만 88올림픽 때부터 지금까지다. 이제는 아예 관성이 돼버린 듯하다. 명백한 문제점이 있음에도, 개선의 당위에 절박함은 빠져버린 꼴이다. 물론 잠시 뜨거워지기란 쉽다. 여자핸드볼을 향한 4년 주기의 저 시선들은 항상 그랬다. 예컨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주는(다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아줌마들.' 게다가 이번에는 여기저기서 '우생순 신화'를 끌어들였다.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 눈물을 쏙 뺄 감동을, 얼른 내놓으세요.

눈물겨운 메달 쟁탈전, 좋다. 그렇지만 그 뜨거운 시선들은 올림픽이 끝날 때마다 다 어디로 가버렸던 것일까. '4년간의 외면'이라는 진부한 반복. 때문에 코트 위에 설 준비가 항상 돼있었음에도, 여자핸드볼 선수들은 4년 주기의 '감동 제조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라는 수식이 신화를 만드는 데 유용하다고 믿기는 한 계속 그럴 것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드는 건 선수들 스스로가 아니라, 절박함을 보이라는 그 같은 강요인 셈이다. 물론 절박함이 진정으로 필요한 곳은 따로 있다. 절박함이 제 자리를 찾기 전까지, 선수들에게 올림픽은 투혼을 발휘해야 할 무대일 뿐일 테고. 내가 올림픽에서 가장 보고 싶은 장면은, 이기든 지든 승부 자체를 즐길 줄 아는 그녀들이다. 진심으로. 나의 바람은 요원한 것일까. ⓒ erazerh


# 어제 MB와의 오찬에 초대된 대표선수들의 표정은 경기 때만큼 열정적이지 못했다. 어려운 자리라 그런 것만은 아닐 테지. 향후 몇 년간 전망이 그리 밝을 것 같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핸드볼이든 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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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때놈 베이징 올림픽 개막. 덕분에 주말 내내 일에 파묻혀 사는 중이다. 그러니까 오늘 15시간 근무했는데 내일 또 할 일이 남은 건 뭐임? 모니터랑 종일 씨름한 탓에 눈알이 다 뻐근한데 말이다. '이 일로 먹고사니 어쩔 수 없지.'하다가도, 부지불식간에 닥칠 작업거리와 그와 어우러질 더위를 떠올릴 때면, 호러영화가 따로 없지도 싶다.

그러나 이보다 더 안타까운 사실. 도무지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온전히 어제 만난 '그 사람' 때문이다. '그 사람'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들어앉은 탓에 다른 무언가에 몰두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아, 할 일은 많은데. 조커, 당신 어쩔 거야.


# 바쁘건 말건 이 놀랍도록 매력적인 캐릭터에 관해서는 글을 쓰지 않을 수 없겠다. 그렇게라도 정리를 해놓으면, 이 들떠버린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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