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평론계' 나아가 '충무로'를 향한 비난의 화살은 영화 개봉 전부터 날아왔다. 시사회에 참석한 평론가나 기자의 비판 글이 올라오던 그때부터. 대개 영화의 짜임새를 문제 삼은 그 글들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뭇매를 맞았다. 반박의 논리는 "이 영화에서 그런 걸 바라는 당신이 이상한 사람"에서부터 시작해 "심 감독 열정의 반도 못 따라가는 네가 무슨 자격으로..."까지 이르렀다. 게다가 '이봐라, 디워를 비판한 평론가들이 다른 '형편없는' 영화들은 좋게 평가했다'를 주장하는, 다분히 비난을 의도한 조선일보스러운 짜깁기마저 떠돌아다녔다.

반면 디워를 긍정적으로 다룬 몇몇 글(결국은 심 감독의 열정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는 내용)은 '개념글'이라는 수식어로 조명 받으며 널리 읽혀 바라마지 않는 평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영화에 긍정적인가 아닌가가 글쓴이의 됨됨이마저 좌지우지하는 상황. 이해불가.

비판적인 내용으로 써내려간 영화평론이라고 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점은 좋더라, 발전 가능성이 있더라'를 거기에 첨가해야 할 의무는 없다. 영화 주체의 그간 고생을 헤아리고 격려해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고. 그렇다고 디워를 비판한 글들이 소위 '예술영화를 평하는 기준'을 디워에 들이댈 만큼 야박한 융통성을 보인 것도 아니다. 앞서 언급한 뭇매 맞은 평들은 디워 스스로가 지향한 지점, 그러니까 '한국형 블록버스터(?)로서의 가치'에 영화를 끌어다 놓고 그것에 대해 논했다. 그 정도 자본을 들이고 그 정도 마케팅을 펼친 '거대한' 오락영화에 어느 정도의 만듦새를 요구하는 것은 평론가건 누구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또 사실 필요한 의문이고 지적이다. CG의 훌륭함으로 다른 부족한 요소들을 덮고 말고는 어디까지나 관객 개개인이 판단할 문제일 뿐, '그렇게 봐야 옳다'가 끼어들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 논리들이 영화평론에까지 적용된 현 상황은 꽤나 우울하다. 대중의 기호나 시장 흐름에 적절히 맞추란 말, 그러니까 평론더러 죽으라는 말이, 아주 당연하게 오간다.

물론 한국 영화저널리즘에 헤아리기 쉽지 않을 정도로 많은 문제점이 놓인 건 분명하다. 평단과 관객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 또한 좁히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디워의 그것과 관련한 작금의 공세들은, 분명 핀트를 잘못 맞추고 있다. 영화평론은 대중과 보다 친해질 필요가 있을지언정, 대중의 입맛에 따라 다시 쓰여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 erazerh


# 사실 평단에 퍼붓는 이런 공세들은 그동안 영화언론에 쌓였던 불만이 그 자체로 표출됐다기 보다는, 한국사회의 '배타적 응집력'이 어떻게 생성되고 커 가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에 더 가깝다. '몰이해를 동반한 적 만들기'라는 이 빌어먹을 악습은 도대체 죽을 줄을 모른다. 정말 지독도 하다.


반응형

'FRA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케이트와 카메라, 그리고 키보드  (6) 2007.10.04
영화는 영화다  (6) 2007.09.09
영화평을 쓴다는 것  (2) 2007.07.29
영화를 본다는 것  (2) 2007.07.0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