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영화 베스트 10 + 20자평. 국내 상영작(타임크라임 제외), 가나다 순.


<노잉> 지구를 포맷하고픈 욕구. 그 블록버스터식 수사.

<디스트릭트 9> 멀리 갈 것도 없다. 이 많은 용산‘들’.

<똥파리> 폭력은 결코 죽지 않는다. 가난이 죄가 되는 한.

<마더> ‘끝까지 둔해빠진 새끼들’에게 바치는 제의(祭儀). 봉준호 최고작.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타란티노 가라사대, 영화 또는 영화관의 궁극. 황홀하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죽음에 대한 예의. 고로 삶에 대한 예의.

<불신지옥> 진짜 공포는 불신이 아닌 맹신에 깃드는 법. 무속 신앙의 성공적 귀환.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가족 판타지 해체 작업. 아들이 스타트, 아버지가 매조진다.

<차우> '질서 없음'이라는 질서의 구축. 낚였음에도 미워할 수 없다. 희한한 신공.

<타임크라임> 중년 남성의 욕망과 방황과 복귀에 관한 한, 가장 창조적인 내러티브.


이 중 올해의 영화 단 한 편으로는, <마더>를 꼽고 싶다. 봉준호는 확실히 변했다. 일단, 나는 ‘향숙이’라는 기표가 소비되던 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낱 농지거리로 둔갑시키고 실컷 킥킥대고 버려도 좋을 만큼 그 이름이 덜 비극적인 것이었나, 하는 문제(이때 <괴물>이 언급한 ‘끝까지 둔해빠진 새끼들’은 누구인가). 아울러 <괴물>을 가리켜 ‘정치 비판은 나오는데 정치적인 영화는 아니다.’라고 애써 우기던 역시나 둔해빠진 우리는, 후에 MB 정부 출범마저 이끌어냈지 아마.

기억하라는 주문(관객을 보는 눈)이 더 이상 필요할까. 그래서 <마더>일 수밖에 없는 거다. 죄 없는 종팔이를 세계 바깥으로 밀어낸 후, 아무도 기억하지 말기. 너무나도 잔혹하다면, 그게 당신 짓이었음을 기억하기. ⓒ erazerh


2008년 영화 베스트 10

2007년 영화 베스트 10

2006년 영화 베스트 10

2005년 영화 베스트 10


새해 福들 듬뿍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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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얼굴로 태어나서일까. 벤자민의 삶은 양로원에서 시작한다. 죽음이 일상인 그곳. 벤자민이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소멸’에 익숙해지는 것은 필연이다.

삶이란, 나이 먹음이란, 그런 것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점점 더 많이 목격해야 하는 것. 그러면서 내 죽음에 점점 더 가까이 가는 것. 그렇게 두려웠건만 피할 길은 ‘죽어도’ 없더라. 우리가 태어나던 그 순간에, 아마도 우리의 죽음 또한 세상에 함께 나왔으리라.

그런 점에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거의 고무적이기까지 하다. 소멸의 불가피성을 어떤 선순환 체계의 원리인 양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영화적 태도 덕분이다. 데이빗 핀처의 최고작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죽음을 둘러싼 아픈 시간들을 달래주는 몇 장면은 무척 매혹적이었고, 나는 눈물을 흘렸다. 그러니까 일찍이 ‘사랑하면서 살라!’는 이야기. 가슴 아플 수는 있어도, 땅을 치고 후회할 수는 없는 노릇일 테니.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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