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골목길, 전동 킥보드 한 대에 올라탄 중학생 남녀가 지나가던 고등학생을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다. SBS 보도에 따르면 가해 중학생 중 한 명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 2인 탑승 금지도 이미 어겼고 안전장비, 착용했을 리 만무하다.

 

천만다행으로 피해 학생은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어쩌면 이 사고는 서막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SBS 모닝와이드 캡처

 

 

# 1210, 봉인해제

 

나라가 앞장서서 헬게이트(지옥문)를 오픈, 대체 무슨 생각인지

 

실제로 여기저기서 이 같은 우려가 쏟아지는 중이다. 지난 5월 국회에서 통과돼 오는 1210일이면 시행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이 원인. 개정안에 따르면 만 13살만 되면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 PM)를 면허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속도 제한은 있지만 보호 장구 장착 의무는 없다.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학생이, 헬멧도 안 쓴 채, 본인과 보행자 모두를 위태롭게 만드는 좌충우돌 질주를 벌여도,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말이다.

 

이는 이번 개정안이 전동 킥보드의 지위를 도로교통법상 오토바이와 유사한 원동기장치 자전거에서 그냥 자전거로 바꾸는 데 초점을 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주 주행 적발 시 차량과 같은 처벌을 받던 게, 1210일부터는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범칙금 3만 원만 내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이용 가능 나이도 대폭 낮췄고(1613세 이상) 이륜자동차 면허증과 안전장비의 필요성마저 모두 제거했다. 유례없는 수준의 봉인해제.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사실 개정 전인 지금까지만 해도 사고는 차고 넘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료를 보면 2017117건이던 전동 킥보드 관련 사고 건수는 2018225건으로 두 배가 됐고, 지난해는 447건으로 급증했다.

 

사상자 역시 2017년과 2018년 각각 128(사망 4·부상 124), 242(사망 4·부상 238)에서 작년 481(사망 8·부상 473)으로 증가했다. 당장 지난 10월만 해도 전동 킥보드 탑승자의 사망 사고 보도가 3건이나 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킥보드 이용량 자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KEMA)에 따르면 201773,800대 규모였던 국내 개인형 이동장치 판매 대수는 지난해에는 2배 이상 증가해 164,200대가 됐다. 2022년이면 20만 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유형 전동 킥보드의 확산세도 만만치 않은 추세. 2018150대가량이던 서울 내 기기 수가 올해는 무려 35,850여 대로 늘었다. 거리 곳곳 보이지 않는 데가 없을 정도다. 편의성도 편의성이지만, 공유경제 개념이 집약된 사업인 양 정책 수혜를 200% 입었다는 평가다.

 

 

 

#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규모가 커졌고 이에 따른 사고 건수 증가도 눈에 두드러지면, 규제로 테두리를 둘러 문제의 확률을 통제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법은 정반대로 갔다. 킥보드 제조업체들과 이해관계에 놓인 게 아니냐는 의심이 차라리 더 상식적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전동 킥보드에 위험 날개를 선사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지난 5월 홍의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 이찬열 국민의힘 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관련 법안 3건이 통합돼 만들어졌다.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520184명이 투표에 참여, 183명이 찬성해 의결됐다.

 

정부도 힘을 썼다. 앞서 3월 대통령 직속인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5차 규제·제도혁신 해커톤 개최,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때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의 자전거화를 위한 규제 완화 방안이 도출됐고, 관련 법안 통과에 힘을 모으기로 했던 것.

 

갈 길을 미리 정해놓고는 다른 길은 거들떠도 안 본 느낌이다.

 

실제로 최근 JTBC 보도에 따르면 당시 개정안을 의결한 의원들이 전동 킥보드를 타본 경험이 없음은 물론, 자전거와의 차이를 모르는 이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안을 문제의식 없이 맞이한 꼴이다.

 

이렇듯 모르는 분야임에도 필드 한 번 안 나가보고 추진력만 귀신같이 발휘하는 걸 우리는 탁상행정이라 일컫는다. 가공된 청사진에 취한 나머지 검증도 않는 것. 이번 경우 신 비즈니스 모델 발굴 같은 성과에의 욕망, 나아가 이 새로운 탈것이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길 것만 같은 환상에 집단적으로 매몰됐던 건 아닐까.

 

무지의 소산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최근 경찰청은 규제가 풀리는 1210일부터 전동 킥보드 이용자가 급증할 것을 우려, 보도자료를 내고 안전수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가능하면 자전거도로로 통행 자전거도로가 없는 곳에서는 도로 우측 가장자리 통행 자전거용 인명 보호 장구 착용 음주운전 시 범칙금 3만원 야간 통행 시 등화장치를 켜거나 발광 장치 착용 등이다.

 

보행자를 다치게 하면 중과실 사고에 해당, 보험·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내 벌금에 처한다고도 전했다.

 

ⓒ erazerh

 

, 오토바이조차 인도 위를 당연한 듯 횡행하는 보행 시국에 킥보드 타는 이가 조심조심, 인도 주행을 지양해줄지는 의문.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13살이 중과실 사고를 내면 또 어떻게 처벌할 건가. 무엇보다, 애초에 없었어야 할 피해들이 아닌?

 

문제의 근원, 개정안을 다시 개정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여론이 워낙 싸늘해서일까. 새 개정안들은 속속 발의 중이다. 보호 장구와 면허의 필수화, 운전 가능 연령을 다시 만 16세 이상으로 올리고 제한속도를 20km로 낮추는 등의 내용이다.

 


 

모르는 건 잘못이 아니다. , 모르면서 밀어붙인 건 명백한 과오다. 그것도 거금의 혈세가 쓰이는 자리에서. 답은 나왔다. 우선 규제를 하루 빨리 강화-적용하되, 상식선을 넘어서는 수준의 법안이 어떻게 브레이크 한 번 없이 여기까지 왔는지 복기와 반성과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이런저런 검토를 다각도로 해주길 바라며, 이는 우리의 바람이전에 기본이어야 했다는 점도 잊지 말자.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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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여기서도.

 

[스토리뉴스 더#]12월 10일 헬게이트가 열립니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골목길, 전동 킥보드 한 대에 올라탄 중학생 남녀가 지나가던 고등학생을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다. SBS 보도에 따르면 가해 중학생 중 한 명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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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아름답거나 말거나 주말에도 집안에 콕 들어박힌 지 수개월, 나간다 해도 실내외 가릴 것 없이 내 얼굴을 감싸고 마는 마스크,의 답답함, 그리운 이를 만나 밥 한 번 먹는 것조차 큰 각오가 필요해진 기이한 형국. 이래저래 지치는 2020년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감내하고 힘을 보태왔지만 여전히 안개 같은 코로나19의 끝, 이쯤이면 누구라도 한두 번은 갑갑함을 ()’의 형태로 분출했을 법하다. 물론 이런 유형의 분노는 대개 직장·학교 같은 2차 집단의 동료나 제 3자로 향하지 않는다. 누구나 내 사회적 입지와 이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정도는 갖고 있고, 또 지켜야 하므로.

 

이에 화의 화살은 어떻게 보여야 한다는 압박이 비교적 말랑한 사람한테 향하기 십상이다. 조금 못 해도 늘 내 옆에 있을 것만 같은 그대들, 즉 가족 말이다.

 


 

실제로 코로나 앵그리(분노)는 코로나 바이러스 못지않게 창궐 중이다. 지난 8월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실시한 설문 결과를 살펴봤다. 연구팀은 코로나 뉴스와 정보에서 느낀 감정에 관해 물었는데, 주목할 점은 분노공포의 비중이 같은 달 초반에 비해 크게 늘었다는 사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의 상향 조정이 영향을 미친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1·2위 순서는 각각 불안분노로 이전 조사와 같았지만, ‘불안의 답변율이 15.2%p 줄어든 데 반해 분노11.5에서 25.32배 이상, ‘공포5.4에서 15.2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중 분노의 흐름이 만만한가족들로 흐르리란 건 어렵잖게 예상할 수 있다. 게다가 재택근무의 장기화 등으로 집에 함께 머무는 기간도 크게 늘었다. 여기에 휴직·실직 스트레스마저 가중되면 부부의 시간, 알콩달콩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실제로 통계청의 인구동향을 보면 지난 7월 전국의 이혼 건수는 9,787건으로, 전년 동월보다 3.1% 증가했다. ‘코로나이혼의 합성어인 코로나 이혼(Covidivorce)’이라는 글로벌 유행어마저 생겼을 정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해외 자산가들 사이에서도 이혼이 급증해 전문 변호사와 로펌이 뜻밖의 호황을 맞고 있다고 한다. 헤어지는 이유는 우리와 많이 다르겠지만, (타의에 의해) 일정 시간 이상 얼굴을 맞대는 게 사랑을 숙성시켜 주는 건 전 세계적으로 아닌 듯하다.

 

 

부부만은 아니다. 1년이 다 돼가는 간헐적 등교에 부모 자식 간 다툼도 늘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자녀와 갈등을 겪는 이유로 집에만 있다 보니까 부딪히고 싸움이 빈번해져서(26.1%) 외출 부족으로 자녀가 힘들어 함 매 끼니 준비에 어려움(21.6%) 등을 꼽았다.

 

아이의 학습에 더해, 부모로서 자녀와의 관계를 정립하는 데 전보다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셈. 아이 입장도 마찬가지다. 집안에만 머무르다 보니 부모와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가 빈번하다.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청소년들의 가족 관련 상담 건수는 32,08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907건보다 2.5배나 증가했다.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매사 불만만 표출하는 아이에 섭섭’, ‘사사건건 간섭만 하고 내 마음은 모르는 부모님 때문에 힘들어등등. 말하지 않아도 알 법한, 2020년 대한민국 가정들의 마음의 소리.

 

 

가족을 빼고는 쓸 만한 소재를 생각할 수 없다. 가족은 다른 모든 사회 영역의 상징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는 미국의 칼럼니스트 안나 퀸드랜의 말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바탕인 동시에 집약체로서 가족의 전방위적 중요도를 언급한 것일 터.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 것과 마찬가지이듯, 가족과 돌이킬 수 없이 멀어지면 내 모든 관계가 탄력을 잃을지도 모르겠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효과적이고 안전한 백신이 등장해도 빨라야 2022년에나 코로나 종식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때까지 코로나파동을 현명하게 피하고 또 헤쳐 나가는 건 우리 각자의 몫. 무엇보다 평소 삶을 영위하는 주요 동력으로 가족을 꼽아왔다면, 이왕 공유하게 된 시간만큼은, ‘전투태세로 보내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우리 잘못이 아닌, 코로나 탓. 우리끼리 화를 내면 지는 게임이다.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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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여기서도.

 

[스토리뉴스 더#]‘집콕’이 부른 뜻밖의 전투태세…가족끼리 왜 이래

하늘이 아름답거나 말거나 주말에도 집안에 콕 들어박힌 지 수개월, 나간다 해도 실내외 가릴 것 없이 내 얼굴을 감싸고 마는 마스크,의 답답함, 그리운 이를 만나 밥 한 번 먹는 것조차 큰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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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와도 곧바로 후다닥 건너지 말고 좌우로 자동차가 오는지 살피세요.”

 

교통안전에 관해 보호자나 교육기관이 어린이한테 건넬 법한 조언이다. 그런데 여기에 반드시 추가해야 할 게 있다. 두 번 세 번 강조하고 밑줄을 몇 번 쳐도 모자랄.

 

바로 “오토바이를 주시할 것.”

 

실제로 어제도 오늘도 아주 많은 오토바이들이 보행자 신호가 켜진 횡단보도 위를 부다다다내달린다. 자신의 신호를 어기고는 행인 사이를 냅다 가로지르는가 하면, 반대편에서 맹렬한 기세로 달려와 보행자를 스치듯 지나쳐서는 방향을 휙 틀어 인도(人道)로 질주하기 일쑤다.

 

남다른 동선. 장기나 바둑판이었다면 유려한 행마같은 소리를 들었을 법하지만, 이곳은 길 위다. 사람이, 생명들이 오가는 공공의 장소라는 말이다.

 

 

시민 안전을 위협한다는 건, 다시 말해 모조리 불법이라는 이야기다. 우선 오토바이가 정지신호를 무시한 채 쌩하고 지나가는 짓은 당연히 위법, 여기에 보행자 옆에서 횡단보도를 함께 달리는 행위도 법규 위반이다.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에 따르면 이륜자동차, 즉 오토바이는 불가피하게 횡단보도 위를 지나갈 때는 시동을 끄고 내려서 끌고가야 한다. 오토바이를 타고횡단보도 위를 내달리는 모든 운전자들한테는 범칙금 4만 원에 벌점 10점이 부과돼야 하는 것.

 

가장 위협적인 인도 질주는 말할 것도 없다. 다니면 안 되는 길 위를 달렸으므로 또한 범칙금 4만 원에 벌점 10땅땅’.(도로교통법 제13조 제1) 특히 인도에서는 사람을 다치게 하면 12대 중과실 보도침범사고에 속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루도 안 거르고 만나는 일상적 풍경이 이렇듯 모조리 위험천만한 불법이었던 셈. 자동차들 사이로 요리조리 빠져나와 정지선 저 너머에 안착한 부지런함 역시 아니나 다를까. 정지선 위반, 4만 원짜리다.

 

 

 

위험일상이 한데 엉켜 있다는 아이러니. 더 큰 문제는 오토바이들의 위법이 줄기는커녕 되레 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교통사고 사망자는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한 반면, 오토바이 운전자는 131명에서 148명으로 사망자가 13% 증가했다.

 

정부 당국은 이에 대해 코로나19 상황으로 배달음식 주문 등이 증가, 오토바이 통행량 자체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전부터 동네 식당들에 더해 식음료업계 전반, 유통가에 오토바이가 주 운송수단인 플랫폼 시스템은 빠르게 스며들었다. 취업난-재취업난에 시달려온 수많은 20~40대 등이 이 시스템으로 흡수됐음은 물론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추산에 따르면 이들을 포함한 국내 플랫폼 노동자는 50만 명 내외. 코로나19로 배달 건수가 최대치에 달한 지금은 인원이 훨씬 증가했으리라. 단 어디까지 개인사업자 신분, 고용 안정이나 최저임금을 보장받지는 못한다.

 

그래서 소소한 건당 배달료로 풀칠이라도 하려면 가능한 한 빨리움직여서 많이배달해야 한다, 규정을 일일이 지키면서 다니기 어렵다, 고 그들은 주장한다. 물론 타인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한, ‘이 될 수 없는 명제다.

 

 

생계를 위해 오토바이에 올라탔고, 한정된 시간 안에 더 바삐 움직여야 하고. 여기에 오토바이니까’, ‘다들 이 정도는 어기니까따위의 느슨한 인식들과 단속 부재가 겹겹 쌓인 형국, 운전 종사자 및 지켜봐야 할 자들의 마음가짐과 행동거지가 모조리 어떤 을 넘어버린 셈이다. 시민 모두의 안전과 운전자 생명이 달린 만큼 대책이 시급하다.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당국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5월부터는 버스·택시 기사,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1,000명 규모의 이륜차 공익제보단을 운영하며 신고 활동을 대폭 강화했다.

 

공공기관과 배달업계, 민간전문가와 머리를 맞대고자 최근에는 이륜차 고통안전 협의회도 구성했다. 중개업자가 오토바이 운전자에 대해 안전관리 책임을 다하도록 하고, 종사자 보호를 위해 불공정거래 행위 금지·안전장비 대여 등이 규정된 표준계약서도 마련해 배포한다는 계획.

 

또 도로교통공단과 교통안전공단, 배달앱 업체 간 논의를 거쳐 운전자 교육 콘텐츠와 교육방법 등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오토바이를 모는 이들 스스로의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한 만큼 적절한 조치. , 교육이수자에 대한 실질적 우대방안은 물론 (세금 투입 교육들의 운명이 늘 그렇듯) 허울뿐인 상부 보고용 짝퉁교육이 되지 않도록 할 지속적인 감시 체계 또한 요구된다.

 

 

 

아울러 인식이 바뀌어도 정작 급하면 몸에 밴 습관이 나오기 십상. 사전 차단과 감시도 좋지만 근본적으로 처벌 수위를 높여 그 가능성을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겠다. 운전자에 더해 중개업자를 포함한 플랫폼 체계 전반에 책임을 묻는.

 

터치 한 번이면 끼니 해결이 가능한 시대지만, 그게 시민 다수의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한 이는 불편한 편리일 수밖에 없다. 간편함을 즐기되 위험과는 이별하기, 플랫폼 시대에 탑승한 우리의 과제다.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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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여기서도.

 

[스토리뉴스 더#]길 위의 공포유발자들…‘선 세게 넘었습니다만’

“횡단보도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와도 곧바로 후다닥 건너지 말고 좌우로 자동차가 오는지 살피세요.” 교통안전에 관해 보호자나 교육기관이 어린이한테 건넬 법한 조언이다. 그런데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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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 건강과 형편 걱정을 비롯해 일상 전반에 뿌리내린 심리적 위축이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구직자들도 마찬가지. 가뜩이나 좁은 취업 구멍을 바이러스가 막아버린 형국, 코로나 이전보다 눈높이를 낮출 수밖에 없다.

 

최근 취업포털 커리어가 구직자 374명에게 물어본 결과, 중소기업에 취직해 경력을 쌓겠다는 답변은 63.6%로 나타났다. 대기업·공공기관·공기업 우선이라는 응답(13.1%)을 압도한 것. 2년 전 실시된 조사에서 25.4%만이 첫 직장으로 중견·강소·중소기업에 입사하고 싶다고 답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커리어 측은 코로나 여파로 구직자들의 취업 선호 기업군이 변했다고 말한다. 목표치가 조금 더 현실에 맞게 조정되는 모양새. 워낙 불안한 시기인 만큼 확률이 떨어지는 특정 기업보다는 일단 일자리를 확보하는 걸 1차 목적지로 삼게 된 셈이다. 실제로 국내 10대 그룹사 중 올 상반기 신입 공채를 실시한 곳은 절반에 그치기도 했다.

 


 

# 이건 중기 입장도 들어봐야

 

그렇다면 중소기업은 어떨까? 넘쳐나는 예비 인재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을까?

 

중소기업중앙회가 520일부터 3일간 국내 300개 중소기업(제조업 135, 비제조업 165)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관련 중소기업 인력수급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 기업의 15.3%는 자사의 고용인력이 과다하다고 판단했고, 7.7%만이 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회사에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인식보다 일에 비해 사람이 많다는 인식이 2배나 더 되는 것. 과하다고 여기는 곳들의 95.7%는 코로나에 따른 일감축소가 그 이유라는 데 동의했고, 28.3%는 계절적 요인에 의한 단기 일감축소도 꼽았다. 수년간 회사의 성장이 정체됐기 때문이라는 답변은 17.4%였다.

 

많다는 생각이 생각에만 그치지는 않을 터. 실제로 고용인력이 과다하다고 응답한 기업 10개 중 약 3곳은 코로나 발생 이후 감축을 이미 시작했으며, 평균 10.2명을 줄였다고 답했다. 제조업종은 평균 20.3명을 줄여 비제조업(7.2)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자들은 목표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한다고 했지만, 정작 중소기업들은 이렇듯 손사래를 치는 형국. 인력이 과하다고 답한 곳들만 그런 것도 아니다. 나머지, 즉 인력이 부족하거나 둘 다 아닌 보통이라고 말한 기업 중에서도 올해 고용계획이 있는 곳은 18.5%에 그쳤다. 예상 인원도 업체당 평균 3.3명에 불과했다.

 

300개 중소기업 중 81.5%는 사람을 줄이면 줄였지 더 뽑을 계획은 없는 셈이다. 코로나19라는 초대형 악재가 지금 당장은 물론 근미래에 대한 불안감마저 증폭시켰기 때문일 터. 실제로 중소, 특히 제조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역대 최악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527일 발표에 따르면, 국내 중소 제조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보다 4포인트가 내려간 41포인트로 나타났다. 100보다 높으면 경기 호전을, 반대의 경우 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많다는 이 수치에서 100은커녕 50에도 못 미친 것. 이는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한은은 중소 및 내수기업뿐만이 아닌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BSI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대기업·수출기업이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수출 부진을 겪는 가운데 중소·내수기업도 제품 납품 차질 등 영업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이름처럼 산업 생태계든 우리 국민의 일자리 체계든 딱 허리에 자리 잡고 있다. 하나둘 무너지면 이 같은 구조는 점차 기형적으로 쪼그라들 테고, 이는 여러 형태의 시련이 돼 국민 각각을 괴롭힐 것이다.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중소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책은 피해 기업에 대한 특별보증 및 지원 확대, 고용유지지원금 상향 지원 확대, 소득세 및 법인세율 인하 등이다. 관건은 역시 돈, 그리고 절차상의 효율성인 셈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신경희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 코로나19 관련 해외의 중소기업(SMEs) 지원정책 동향을 통해 정부도 피해 기업 지원을 위해 대출금리 인하, 정책자금 보증과 대출업무 실행,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등 여러 정책을 내놓는 중이면서도, “다만 이를 모르거나 체감하지 못하는 업체가 다수라고 지적했다.

 

신청한 자금이 지연돼 필요할 때 지원받지 못하거나, 복잡한 절차와 서류로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자격 없는 이가 허위로 지원금을 가로채는 일도 우려되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관해 신 연구원은 일시적 미봉책이 아닌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업종별 세밀한 정책, 간편 신청 같은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현재 기업은행·중소기업 진흥공단·신용보증기금 등이 특별자금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도 관련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귀도 열어놓은 편이다.

 

, 상처가 난 딱 부위에 적절한 시기에 약을 발라줄 수 있느냐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 ‘무엇을지원할지와 더불어 어떻게지원할지가 동시에 고민돼야 한다. 기업의 유형을, 어려움의 유형을 조금 더 잘게 쪼개되 신청-지원이 양방향으로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저마다의 최적화된 경로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다시 한 번, 행정은 타이밍의 예술이다.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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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여기서도.

 

[스토리뉴스 더#]중기 가겠다는 구직자들, 있는 사람도 내보내는 중기들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 건강과 형편 걱정을 비롯해 일상 전반에 뿌리내린 심리적 위축이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구직자들도 마찬가지. 가뜩이나 좁은 취업 구멍을 바이러스가 막아버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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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ood, The Bad And The Ugly>(1966)

 

얼마 전 서울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첫 사망자가 나왔다. 4 7일 마포구는 지난달 폐암 말기 상태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44세 남성이 어제(6) 숨졌다고 전했다.

 

남성의 부인은 집단감염이 발발했던 구로구 콜센터의 직원. 남편에 앞서 확진됐다가 지금은 완치된 상태다. 부부의 자녀들도 확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아들은 완치됐지만 딸은 여전히 입원치료 중이라고 한다.

 

4100시 기준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사망자는 208명이다. 치명률은 1.99%. 일일 확진자 그래프는 몇 주 전과 달리 완만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고, 치명률은 세계 평균(6.11%)보다 낮다.

 

, 이들 수치가 그저 숫자에 그치지는 않는다는 사실. 일주일치 사망자가 ‘+1’까지 내려갔다 한들 환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1은 틀림없이 지금 떠나서는 안 될 누구일 테고, 또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일 테니. 물론 그 누구는 당신일 수도 있다.

 

숫자 너머 아직 오지 않은 비극의 당사자는 정해지지 않았다. 나만 잘하면 피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지금 하는 나 하나쯤이야따위의 사고방식은, 정말로 곤란하다.

 


 

# 좋은 님들

 

다수가 잘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국가 위기경보가 심각단계임에도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사재기 풍경을 찾아볼 수 없는 나라로 주목을 받았다. 그만큼 침착하고, 상황 판단력이 뛰어나다. 공공장소나 밀폐된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이를 찾기 힘들 정도. #인내와 #배려가 한국인 고유의 해시태그가 돼버린 느낌이다.

 

정부가 잘못할 때 서슴없이 질타를 쏟아내다가, 필요할 때면 한데 뭉쳐 시키는 대로 잘 따르기도 한다.(feat.마스크 5부제) 숱한 역사적 고난 덕에 이런저런 상황별 위기탈출 DNA를 저마다 몇 개씩 장착하게 된 걸까?

 

일선 의료진과 방역당국, 관련 기관·업체 또한 든든한 편이다. 때로는 선제적 조치가 빛을 발했고(진단키트), 때로는 임기응변(드라이브 스루 진료소)에 세계가 놀랐다. 진단키트를 비롯한 방역물품 지원 요청이 각국에서 쇄도하는 등 어느새 우리가 방역계의 글로벌 롤모델 국가가 된 듯도 하다.

 

아울러 이런 흐름이 각국의 비상식적 대처와 대조되면서는, ‘선진국=서구사회라는 고정관념에 적잖게 균열마저 나는 모양새다.

 

The Good

 

# 나쁜 놈

 

연못 위에 작은 돌 하나를 던지면 물결은 잔잔하되 전체로 퍼진다. 표면 전체가 물결의 파장 안에 드는 셈. 모두가 묵묵히 잘해도 단 한 명이 일탈로 모두의 안전이 잠식돼버리는 꼴이다. 이를테면 자가격리 행동수칙 위반자들.

 

우선 이상 증상이 있음에도 유학 스트레스를 풀고자제주도 곳곳을 누빈 일명 강남 모녀, 자가격리 규칙을 어기고 미술관·복권방 등을 방문한 군포 확진자 부부는 어떤가. 귀국 후 역시 자가격리를 위반-자택 대신 파주의 친척 소유 건물에 임시 거주하며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다 코로나19로 확진된 한 방송 PD도 있다.

 

나와 내 가족 아닌 타인의 사정 따위 내 알 바 아니라는 마인드가 흘러넘친다.

 

618시 기준, 이처럼 자가격리 수칙을 어기는 등 감염병예방법이나 검역법 위반으로 사법처리 절차를 밟고 있는 사례는 67, 75명에 달한다. 이 중 6명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기까지 했다. 처벌조항도 강화돼 벌금은 1,000만 원까지 매기는 게 가능하며(기존 300), 징역도 살릴 수 있다. 누가 봐도 나쁜 짓이니까.

 

The Bad & wave

 

# 방심한 놈

 

현재 우리나라에서 신천지는 비상식적 집단, 다단계식 사이비 군단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악의가 없었다고 해도 대구·경북 지역의 폭발적 집단간염 중심에 신천지의 게릴라성 행보가 있었음은 명명백백하다. 종교탄압 운운하며 매주 오프라인 예배를 갖는, 실제로 집단감염을 일으킨 일부 교회들의 민폐력역시 만만치는 않다.

 

이렇듯 유례없는 감염병 대유행 시대 안에 들어섰음에도 기존 종교관에 갇혀 단 한 걸음을 못 떼고 있는 이들. 상황 판단 능력치가 제로거나 지나치게 오만하거나, 둘 중 하나지 싶다.

 

많은 사람이 경고했듯 유흥업소에서도 터졌다. 7일에는 보이그룹 초신성 출신 윤학이 일본에서 온 후 확진됐다는 사실, 그리고 그와 접촉한 유흥업소 여종업원 및 그 룸메이트 여성의 확진 판정 소식이 보도됐다. 서울시는 업소 내 접촉자 110여 명의 전수조사를 진행 중. 방역당국은 초긴장 모드다. 방심 또는 한심, 욕망들이 감염 공포마저 집어삼켰던 모양이다.

 

종교단체, 술집, PC방 등 집단감염의 온상이 될 수 있는 공간은 전국 도처에 널렸다. 의도야 어쨌든 파장의 잠재력은 앞서 본 나쁜 짓과 다르지 않을 터. 개인이 책임지고 말고 할 규모의 결과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방심은 금물. ⓒ Misortie

 

# 열린 결말

 

앞서 말했듯 감염병예방법 개정으로 자가격리 위반에 관한 처벌이 강화됐다. 서울시는 휴업 권고를 듣지 않은 시내 422개 유흥업소(룸살롱, 클럽, 콜라텍)에 대해 19일까지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사실상 영업정지다. 조금 더 빨랐으면 어땠을까도 싶다.

 

코로나19가 만든 소용돌이. 나라살림과 일상과, 국민들의 목숨마저 빨려들고 있다. 확실한 건 여전히 발병의 절정과 결말을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뿐이다. 완전하고 안전한 백신과 치료제가 우리를 구원하기 전까지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구원해야 하는 셈이다.

 

재난영화의 공식, 주인공이 곧 닥칠 재난을 열심히 경고해도 제 잘난 맛에 돌출 행동을 하는 인물은 꼭 등장한다. 나 하나쯤은 괜찮지 않겠냐고? 물론 괜찮을 거다. 영화라면. 대개 해피엔딩이 잘 마련돼 있으니.

 

, 현실의 결말은 아직 오지 않았고, 뻥 뚫려있다. 그 구멍으로, 당신 하나 때문에 몇 명의 ‘n차 감염자가 빠질까. 당신한테 달렸다. ⓒ erazerh

 

 

좋은 사람 되기, 어렵지 않아요 = 대중교통 등 실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쓰기 기침·재채기는 옷소매로 가리고 하기 손 자주·꼼꼼히 씻기 행사·모임 자제 등 조금만 더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대상자가 될 경우 수칙 꼭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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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여기서도.

 

[스토리뉴스 더#]좋은 놈, 나쁜 놈, 방심한 놈

서울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첫 사망자가 나왔다. 4월 7일 마포구는 지난달 폐암 말기 상태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44세 남성이 어제(6일) 숨졌다고 전했다. 남성의 부인은 집단감염이 발발했던 구로구 콜센터의 직원. 남편에 앞서 확진됐다가 지금은 완치된 상태다. 부부의 자녀들도 확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아들은 완치됐지만 딸은 여전히 입원치료 중이라고 한다. 4월 9일 0시 기준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사망자는 204명이다. 치명률은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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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활동의 주체’.

 

학창시절 배운 기억들 나실 런지 모르겠지만, ‘가계-기업-정부를 통칭하는 이 말을 교과서 밖으로 끄집어내야 할 것 같다. 3주체, 즉 경제라는 무대 위 등장인물 모두가 유례없는 위기에 빠진 탓이다.

 

한때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나 싶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20일 신천지대구교회에서 31번 확진자가 나온 후부터 확산 일로로 치닫고 있다. 위협은 실재가 됐고 경제 활동의 각 주체들은 공포를 느끼는 중. 마음껏 움직일 수가 없다.

 

렇게 북적거리던 도심은 한산해졌고 각종 행사와 스포츠 이벤트가 줄줄이 취소됐다. 공장은 기계를 멈췄으며 가게들은 셔터를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겨울이 제대로 된 추위도 없이 시답잖게 끝나나 싶었는데, 웬걸 돈의 흐름은 봄이 다 돼서야 강추위를 만나버렸다. 말 그대로 프로즌(frozen), 경제 주체가 다 얼어붙었다.

 

말 그대로 <frozen>

 

우선 일반 가정을 의미하는 가계. 한국은행이 225일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96.9로 전월 대비 7.3포인트 급락했다. 100보다 작으면 소비자의 주관적 기대 심리가 과거(2003~전년 12) 평균보다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이번 낙폭은 2008년 조사 이래 세 번째로 큰 것으로, 20156월 중동 호흡기증후근(메르스) 발생 때와 같은 수치다. 비관 심리가 그만큼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의미.

 

아울러 현재경기판단 지수와 향후경기전망 지수의 하향세가 두드러졌는데, 각각 전월 대비 12포인트와 11포인트가 하락한 6676으로 집계됐다.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 물론 현재와 비교한 6개월 후 전망이 모두 비관적이라는 뜻. 돈을 쓸 데도, 쓸 마음도 없는 것이다.

 

국민들이 지금의 암울함이 당분간 사그라지지 않을 걸로 보는 셈인데, 문제는 이번 조사가 210일부터 17일 사이에 이뤄졌다는 점. 확진자수가 급증하기 이전임을 감안하면 실질적 수치는 훨씬 더 악화됐을 게 자명하다.

 

 

불황의 그림자를 최전선에서 맞이하는 이들, ‘자영업자는 또 어떨까. 이들의 체감 경기는 더 어둡다. 자영업자의 2월 가계수입전망은 87, 한 달 전보다 8포인트가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목을 잡은 20093(79) 이후 가장 낮은 수치. 메르스 사태 때의 94만 못 하다.

 

사실 자영업 쪽은 굳이 숫자를 들추지 않아도 그 불황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기는 하다. 음식점이나 주점 업종의 경우, 손님이 전무한 시간이 매우 길어졌다. 배달에 치중하는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하루 종일 문을 열어놔도 매출이 ‘0’인 곳이 적지 않다.

 

가게를 열 수도 닫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한은은 226일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즉 기업체가 느끼는 체감 경기에 관한 수치를 발표했다. 100보다 높으면 경기 호전을 예상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 반대는 악화 예상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한은에 따르면 제조업의 2월 업황BSI65. 전월 대비 11포인트 감소했다. 다음 달 업황전망BSI 또한 698포인트가 줄었다.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른 1월의 기대감이 바로 붕괴된 셈. 대기업(-11포인트)과 중소기업(-11포인트), 수출기업(-13포인트) 및 내수기업(-10포인트)을 가리지 않고 기업 심리 전반이 무너졌다.

 

비제조업이 느끼는 공포도 못지않다. 비제조업의 2월 업황BSI649포인트 하락했고, 다음 달 업황전망BSI(68)도 전월 대비 6p가 떨어졌다. 역시 메르스 사태가 있었던 20156월의 -11포인트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한은 관계자는 소비 부진과 국내외 여객 감소 등으로 도소매업과 운수창고업 지수가 큰 폭 하락했다고 전했다. 물론 심리에서 그치는 건 아니다. 중국공장에서 부품 수급을 못 받아 문을 닫은 자동차공장과 하청 업체들, 확진자가 다녀가는 바람에 문을 걸어 잠근 대형마트·백화점·면세점. 직원 중 확진자가 나와 폐쇄된 사업장들. 위기는 실체다.

 

 

이처럼 경제 활동 주체의 양 축인 가계와 기업이 휘청거리는 시기, 나머지 한 주체인 정부는 뭘 하고 있을까?

 

정부 또한 아프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전에 없이 뜨겁다. 국가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상향 조정했고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전 부처가 코로나19만 보고 움직이고 있다. 대구와 경북 청도는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돼 병상과 인력, 장비, 방역물품 등 모든 필요 자원을 지원받는다. 메르스(116,000억 원)에 버금가는 슈퍼 추경 편성도 확실시된다.

 

다만 성급한 낙관론을 펼친 뒤 곧바로 대규모 감염이 발생했다는 점, “대구·경북 봉쇄”, “중국서 온 한국인이 원인따위의 없던 정도 떼도록 만들 법한 보건당국 및 여권의 말들, 마스크 가격 폭등과 수량 부족 현상이 제때 해결되지 못했다는 것, 다른 나라로부터 바이러스 대우를 받은 국민들의 상처 등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세계가 주목하는 부지런하고 투명한 방역 체계,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현장 밀착형 공무원과 관련 종사자들의 노고는 인정받아 마땅할 터. ‘신천지라는 비상식적 집단의 게릴라성 행보가 정부의 어깨를 부지불식간에 짓눌러버린 점도 부정하기는 어렵다.

 

ⓒ 위키피디아

 

이렇듯 경제 활동의 3주체 모두가 곤란한 상황. 일단은 회복이 급선무다. 식상한 말이기는 하지만, 우리 민족은 늘 어려울 때 강했다.

 

지금도 그러는 중이다. 대구 의사회장의 호소 하루 만에 250명의 의료인이 대구로 자원봉사를 나선 것, 고통 분담 차원에서 당분간 임대료를 내리겠다는 건물주들, 뒤질세라 마스크 지원을 주고받은 대구와 광주의 달빛동맹.

 

위기가 없는 게 최선이겠지만, 일단 터져버렸고, 해결해야 하며, 그럴 역량이 우리에게는 있다. 이제 시작이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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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뉴스 #더]2020 코리아, 코로나 공포에 유례없는 ‘겨울-봄’ 맞이

‘경제 활동의 주체’. 학창시절 배운 기억들 나실 런지 모르겠지만, ‘가계-기업-정부’를 통칭하는 이 말을 교과서 밖으로 끄집어내야 할 것 같다. 3주체, 즉 경제라는 무대 위 등장인물 모두가 유례없는 위기에 빠진 탓이다. 한때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나 싶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월 20일 신천지대구교회에서 31번 확진자가 나온 후부터 확산 일로로 치닫고 있다. 위협은 실재가 됐고 경제 활동의 각 주체들은 공포를 느끼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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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_날_낳으시고_동생은_굳이_왜

 

 

태정태세문단세에서 두 번째로 등장하는 는 태종, 우리가 잘 아는 이방원이다. 그는 두 차례 왕자의 난()’을 일으켜 이복형제와 정적을 축출, 조선의 세 번째 왕이 됐다. 눈앞의 권좌에 앉고자 피를 나눈 가족마저 짓밟는 이 같은 사건을 우리는 국사나 세계사 책에서 적잖이 봤다.

 

물론 흘러간 일만은 아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하나의 권력을 두고 가족끼리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양 치고받는 사건들은 익숙하다. 다행히도, 중세시대마냥 목숨을 직접 빼앗지는 않고 있지만.

 

태정세문단
예성중인명선

 

가장 가까운 사례는 한진그룹의 일명 남매의 난이다. 지난해 4월 고() 조양호 전 회장이 별세한 후 그룹을 이끌고 있는 건 조원태 회장. 집안 막내인 조현민 전무도 물컵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지 14개월 만에 만에 한진칼 전무로 복귀했다. 하지만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만은 예상과 달리 지난 11월 정기인사에서도 돌아오지 못했다.

 

그러다 조 회장이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이 애착을 보인 호텔 쪽을 정리하려 들자 억지 봉합이 터진 것. 조 전 부사장 측은 연말 성명을 내고 조 회장이 공동 경영 유훈과 달리 그룹을 운영해왔고 지금도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작심 지적했다.

 

이후 조 회장이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자택을 찾았다가 큰 언쟁을 벌이는 등 남매의 전선이 집안 전체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물론 모자(母子)는 곧장 사과문을 발표했고 남매 간 만남도 성사될 전망. 그러나 핵심 권력은 하나, 유훈에 대한 해석도 서로 다른 만큼 한 번 뒤틀린 이들 두 사람이 레고마냥 쉽게 끼워 맞춰질 확률은 제로에 가까워 보인다.

 

이렇듯 재벌가 다툼은 대개 총수의 유산, 즉 경영권을 나누는 과정에서 발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공동 경영 유훈을 남긴 조양호 전 회장도 선친인 조중훈 창업회장의 별세 후 유사한 경로를 밟았다. 형제인 차남과 4남이 유언장 조작설을 제기하며 소송을 거는 등 형제의 난한가운데 서있었던 것.

 

그렇다고 한진가 혼자 유별난 건 아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기업들 상당수는 각종 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우선 범현대가에서는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건강이 심상찮던 2000년부터 경영권 분쟁이 시작, 무려 10년간 이어졌다. 장남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은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갈등을 겪었고, 정몽헌 회장 사후에는 부인인 현정은 회장과 정상영 KCC 명예회장 간에 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일명 시숙의 난이 터졌다.

 

2006년에는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로 있던 현대중공업그룹이 그룹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시동생의 난이라는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롯데가 형제도 유명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그룹 주도권을 놓고 긴 싸움을 이어온 것. 다만 지난해 일본의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개최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신 회장과 롯데홀딩스 이사진의 재선임안이 원안대로 통과, 신 전 부회장의 이사직 복귀가 물건너가면서 신동빈 회장 원톱 체제는 굳어지게 됐다.

 

 

두산그룹 역시 고 박용오 전 회장이 2005년 동생인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에 대해 경영상 편법 활용으로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 형제의 난 역사 중 한 페이지를 장식했었다. 이후 17개월간 계속된 법정 다툼은 박용성·용만 형제의 특사 후 경영 복귀, 박용오 전 회장의 퇴출로 막을 내렸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을 떠나보낸 금호그룹도 마찬가지. 고 박인천 창업회장의 3남인 박삼구 회장과 4남 박찬구 회장의 형제 분쟁은 금호그룹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으로 갈라놨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한테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고 이병철 창업회장과 장남인 고 이맹희 회장이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이밖에 조석래 명예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인 조현준 회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발한 효성그룹판 형제 반란도 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모태인 동아제약 시절 강신호 명예회장과 차남 강문석 전 대표의 갈등, 부자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 다툼을 벌였다.

 

대한전선그룹 또한 고 설원량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받자 이복형제들이 반발, 부자의 난을 겪은 바 있다. 대림그룹의 경우 이복 삼촌-조카인 이재우 대림통상 회장과 이부용 전 대림산업 부회장이 대림통상 경영권을 놓고 숙질 전쟁을 펼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을 거치지 않은 재벌가가 단 하나라도 존재할까 싶을 정도다. 한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그룹사의 구조적 특성상 노른자위는 1인자가 독차지하기 쉽다, “창업 세대에서 2-3대로 넘어갈수록 파이를 나눠먹을 인원이 늘어나 가족 상잔 비극의 확률은 더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물론 눈살 찌푸려지는 사례만 있었던 건 아니다. SK, LG, GS, 신세계 등 도드라지는 분쟁을 삼가온 곳들도 있다.

 

심지어 앞서 소개한 금호그룹의 경우, 3남과 4남이 싸우기 전에는 장남 고 박성용 회장이 본인이 65세가 된 해에 동생 고 박정구 회장에게 경영권을 그대로 물려주며 아름다운 우애를 몸소 실천하기도 했다.

 

나아가 삼천리그룹을 세운 고 유성연·이장균 회장 콤비의 사연은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절절하다. 한국전쟁 전후 목숨 부지조차 힘들었던 시절, 서로 의지하며 버틴 두 사람은 그 인연을 바탕으로 훗날 동업을 일궜다. 이후에도 합리적이고 절제된 공동 경영 원칙은 흔들리지 않았고, 피 한 방울 나누지 않았음에도, 한 지붕 두 가족 인연은 여전히 끈끈하다.

 

이장균 회장(좌)과 유성연 회장. ⓒ 삼천리

 

맹자의 사단(四端) 중 하나로 사양지심(辭讓之心)이란 게 있다. ‘인간이라면 겸손하여 남에게 사양할 줄 아는 마음을 갖춰야 한다는 뜻. 퇴계 이황 선생은 기세로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닌, 허물 고치기에 인색하지 않고 죽기로 의리를 지키는 것에 진정한 용기가 있다고 설파하기도 했다.

 

국민 다수가 눈여겨보는 가문의 구성원이라면, 특히 지금의 그 자리를 본인 능력으로 쟁취한 게 아니라면, 꼭 새겨둬야 할 덕목들이 아닐까.

 

그래야 피는 물보다 진한 척이라도하지 않겠나. 그 기업에 그쪽 집안사람들의 수고 외에도 수많은 노동자의 시간들이, 나아가 국민의 공()이 스며있음을 안다면 말이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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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뉴스 #더]물보다 연한 피…재벌가의 ‘의상한’ 형제들

‘태정태세문단세…’에서 두 번째로 등장하는 ‘태’는 태종, 우리가 잘 아는 이방원이다. 그는 두 차례 ‘왕자의 난(亂)’을 일으켜 이복형제와 정적을 축출, 조선의 세 번째 왕이 됐다. 눈앞의 권좌에 앉고자 피를 나눈 가족마저 짓밟는 이 같은 사건을 우리는 국사나 세계사 책에서 적잖이 봤다. 물론 흘러간 일만은 아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하나의 권력을 두고 가족끼리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양 치고받는 사건들은 익숙하다. 다행히도, 중세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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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커도 아니면서 불장난-질을.

 

 

지금 장난하새우?”

 

1126일 인천시 남동구가 소래포구에 20m 높이의 새우 모양 전망대를 짓기로 했다는 소식에, 한 포털 사용자(네이버 아이디: bals****)가 남긴 댓글이다. 다른 네티즌들의 반응도 호의와는 거리가 멀다. 부족한 주차시설이나 확충하지 무슨 짓이냐, 바가지나 씌우지 말아라 등의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인천 행정당국을 향한 이런 비판은 처음이 아니다. 인천시는 전국 최초의 사이다 생산지라며 중구 월미도에 인천 앞바다 사이다 조형물을 설치하려다, 최근에야 사업 올스톱을 선언했다. 일제강점기의 착취와 강제 근대화를 미화한다는 반발 여론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맥락 없는 조형물로 비판 거리 생산하기, 물론 인천만의 나 홀로 특기는 아니다. ‘세금 도둑질이란 손가락질을 수집하는 조형물 논란은, 다시 말해 흉물논란은, 장소와 종류를 가릴 줄 모른다.

 

새우 전망대 조감도 = 남동구

 

전북 무주군은 지난해 만화 캐릭터인 태권브이 조형물을 향로산(해발 420) 정상에 33높이로 세우려다 거센 반발을 샀다. 이에 지난 9월 조형물을 포함,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해온 태권브이랜드 조성사업 전체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단 최근 해당 공무원과 의회가 한목소리로 찬성의 화음을 내는 등 사업은 다시 기지개를 펴는 모양새다.

 

신안군은 지난 8신안군 황금 바둑판 조성 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군 관계자는 이세돌을 배출한 신안군을 바둑의 고장으로 널리 알리고자 황금 바둑판 조성에 나섰다고 전했다. 그래서 순금 189kg이 필요하고 이에 2020년부터 3년간 100억 원 이상을 마련하겠다는 것. 역시 여론은 비난 일색이었다.

 

이 같은 조형물이 상상만으로도 반대를 부르는 이유는 명백하다. 정책 관계자의 뇌내망상에서 촉발된 비공감형 판타지, 즉 주민의 삶과 동떨어진 어떤 무례한 형상인 주제에 현실화를 꿈꾸며 주민이 낸 세금은 끊임없이 탐해대기 때문이다.

 

태권브이랜드 조감도 = 무주군

 

다행인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을 하나씩 말하자면, 다행인 건 이들 조형물이나 사업이 실제로 삽을 뜬 상태는 아니라는 것. 제발 멈추라고 요구할 시간은 남았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은 점은, 안타깝게도, 돌이킬 수 없는 것들도 이미 많다는 사실이다.

 

먼저 경북 군위군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공중화장실인 대추 화장실이 있다. 지역 특산품 홍보의 일환으로 20167억 원 가까이 들여 지은 거대한 대추형(?) 화장실로, 면 소재지에서 먼 탓에 이용객은 매우 거의 없다. 흉물스러움을 구경하고자 찾은 이들을 관광객이라고 환영할 수는 없는 노릇.

 

강원도 고성군에는 무릉도원권역 활성화 센터라는 조형물 및 건축물이 존재한다. 장독을 짊어진 지역 청년의 모습을 16m 높이로 형상화한 것으로 약 15억 원이 들었지만 사실상 무쓸모’, 지금은 방치된 상태다.

 

전남 화순군도 만만치 않다. 자치단체의 장이 바뀔 때마다 지역을 상징하는 조형물도 하나씩 늘었다. ‘대형 포도 조형물’, ‘청동 조형물’, ‘대형 붓 조형물이 차례차례 들어섰는데 합쳐서 혈세 17억 원이 태워졌다.

 

(왼쪽)대추 화장실 = 다음 로드뷰 / 무릉도원권역 활성화 센터 = 고성군

 

이밖에 경북 포항시의 과메기 홍보용 은빛 풍어 조형물(3억 원)’, 충북 괴산군의 대형 무쇠솥(5억 원)’, 전북 고창군의 주꾸미 미끄럼틀(5억 원)’, 전남 완도군의 황금전복 조형물(2억 원)’, 강원 인제군 소양강의 마릴린 먼로 동상(5,500만 원)’ 등 세금 녹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들을 꼽자면 끝이 없다.

 

지방에만 한정된 건 아니다. 사진만 봐도 냄새가 나는 듯하다던, 서울시장표 설치 미술품 슈즈트리(14,000만 원)’도 비난의 총량으로는 그 어느 것에도 뒤지지 않았다. 4억 원이 투입된 강남구의 말춤 추는 손목은 어떤가. 한류? 발목도 만들어 더블로 가지 그랬나.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공공조형물(公共造形物), 즉 국가나 공공 단체가 설치·관리해 일반 사람에게 공개하는 조형물은 올 6월 기준 전국 6,287점에 달한다. 최소가 이 정도, 파악이 되지 않는 것들 또한 무수하다고 한다. 이토록 좁은 나라에 이토록 많은 조형물이라니, 그 모양은 물론 수치까지 기괴하기 짝이 없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은빛 풍어 = 포항시 / 주꾸미 미끄럼틀 = 고성군
황금 전복 = 완도군 / 마릴린 먼로 동상 = 원주지방국토관리청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모르는 분야임에도 추진력 하나는 귀신같기 때문.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식한데 용감해서다. 우선, 결정권자는 대개 지역과 지역 주민에 대한 애착도나 이해도가 낮다. 그러다 보니 해당 공간이 품은 시간을 가꾸고 표현할 방법 같은 걸 고민할 리 만무하다.

 

자치단체 현장의 볼멘소리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자리에 오는 사람마다 성과 지향적인데, 지역 축제와 결합된 조형물정도는 돼야 업적으로 여긴다는 것. 특산물이면 특산물, 옛것이면 옛것 등 손쉽게 집히는 소재를 물리적 덩어리로 부풀려 가공해야 성에 찬다는 거다.

 

그 와중에 본인이 설치 미술이나 인문학에 관한 식견을 갖췄을 확률은 매우 적은데, 대개 전문가의 조언은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누가? 그 결정권자가가. 콕 집어 말하면 자치단체의 장되시겠다.

 

물론 모르는 건 잘못이 아니다. 문제는 그 미숙함을 끝끝내 밀어붙이는 욕망이다. 이를테면 장()으로서의 내 이력서, 거기에 새겨 넣을 몇 마디 문구를 향한 집념 같은 것. 그렇게 제막식 테이프를 끊는 그날의 희열만 상상하다 보니, 시공간적 맥락이 부재한 객체로서의 조형물만 자꾸 느는 것이다.

 

주윤발이 아니라면 돈 태우지 말자. <영웅본색>

 

지으신 그 모든 걸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이런 유형의 흡족은 신()이나 국토 개발형 독재자한테는 어울리겠지만, 지역 주민이 뽑아준 자가 취할 태도로는 적합하지 않다. 그 자리는 지역의 대장 노릇을 하는 곳도, 다음 스테이지로 가는 발판도 아닌, 일꾼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스스로 깨닫기 어려워 보이는 만큼 강제적 장치는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소중한 예산으로 수상쩍은 일을 벌일 때는 반드시 외부 전문가들의 검토와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물리적인 억제력 말이다. 새로운 척하는 낡은 흉물은, 이미 차고 넘친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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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뉴스 #더]세금 도둑 전성시대: 흉물에 혈세를 태워?

“지금 장난하새우?” 11월 26일 인천시 남동구가 소래포구에 20m 높이의 ‘새우 모양 전망대’를 짓기로 했다는 소식에, 한 포털 사용자(네이버 아이디: bals****)가 남긴 댓글이다. 다른 네티즌들의 반응도 호의와는 거리가 멀다. 부족한 주차시설이나 확충하지 무슨 짓이냐, 바가지나 씌우지 말아라 등의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인천 행정당국을 향한 이런 비판은 처음이 아니다. 인천시는 전국 최초의 사이다 생산지라며 중구 월미도에 ‘인천 앞바다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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