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용이 드러납니다. 스포일러에 민감한 분들은 그냥 지나쳐 주세요~

멍청한 아카데미가 선택한 영화답지 않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판타지도, 진부한 감동 일대기도 아니다. 영화는 사실적인 꿈과 고민을 담고 있으며, 현상에 대해서도 솔직하다. 아니, 꽤나 비정하다. 감정은 절제되고 시선은 담담하게 흐른다. 그리고서는 울부짖어야 할 곳에 멈춰선 채 울지도, 아픔을 터뜨리지도 않는다.

극한의 고통은 감정을 표출할 기운마저 앗아가는 것. 감동 따위는 없다. 운명의 거대한 무게는 초라한 인간들에게 많은 시간을 허락할 만큼 관대하지 않다. 죽는 자와 남는 자 모두가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정말 슬프지만 슬픈 척하지 못한다. 그래서 더욱 슬프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삶에 대한 작은 철학, 그리고 운명에 갇힌 인간들의 슬픈 소통을 아무런 수사 없이 스토리와 캐릭터만으로 오롯이 전달해낸다. 물론 깊은 울림과 차분함을 오가는 모건 프리먼의 내레이션과 힐러리 스웽크의 명연기에 그 공을 어느 정도 떼 주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 erazerh

* 영화를 다 본 후, 불현듯 Pyramid Song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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