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놈 목소리>에서도 설경구는 연기를 잘한다. 그만의 고유한 부르짖음은 항상 강렬하고 또 절박하게 울린다. 하지만 그의 다양한 필모그래피 속에서, 내가 느끼는 설경구의 에너지는 여전히 한 종류뿐이다(물론 나만의 느낌일 수도 있겠다). 분노/절규의 표정으로 나타날지라도 그것을 만들어내는 감정의 성격은 다양할 진데, 설경구의 에너지에서는 그 감정들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말하자면, <광복절 특사>와 <실미도>와 <그놈 목소리>에서 설경구는 모두 동일한 표정으로 부르짖는다. 열기는 가득하지만 내면 깊은 곳은 왠지 공허한 듯한 느낌. 물론 작품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설경구의 진면목을 가장 잘 끌어내는 감독은 이창동이다. <박하사탕>과 <오아시스>를 개인적으로 싫어하지만, 설경구의 표정은 두 영화에서 비교적 다양했다. 보다 넓은 스펙트럼을 오가는 그를 기다려본다.

2. 현상수배극 <그놈 목소리>는 윤리적으로는 매우 옳은 영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강우석 감독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든다. 왜일까.

3. 형사로 열연한 김영철 씨는 완전한 미스캐스팅.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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