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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가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느낌적으로 신(神)이랑 비슷한 뭔가를 고르자면, ‘시간(time)’만 한 게 또 있을까 싶다. 오직 시간만이 저 많은 별과 개체들, 이 무한한 점들 하나하나를 관장하고 또 공평하게 대할 줄 알기 때문이다. 물론 종(種) 간에 서열 따위를 매기지 않으며, 할 것과 하지 말 것을 *.TXT로 만들어 공유해주기를, 떠받들어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충성은 필요 없는, 오직 입장과 퇴장만 허락되는 영역. 일단 스타트, 하면 쉬거나 미끄러질 수 없으며 오직 엔딩으로 달려대는데, 저마다 사연으로 가득할 우리들 각각의 구간은 시간 전체로 놓고 보면 명멸하는 점조차 되지 않을 거다. 보잘 것 없는, 유니크함.
이러니 아끼지 않을 수 도리가 없다. 뭘? 내 구간 자체를. 그러면, 중요한 건 도달해야 할 어떤 지점이 아니라 이제 막 흘러가고 있는 지금 이곳이 된다. 물론 붙들 수 없으니 잠자코 흐름을 느껴본다. 촉감도 상상해보면 좋겠다. 시간의 공기, 결. Hail.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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