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지으시고 마지막날 제6일에
사람을 지으시다'

그러므로 말째야
대자연의 6분의 1에 지나지 않으며
맨 끄트머리 말석이 네 자리야

물과 흙과 돌멩이...... 하루살이까지도
앞서 태어나신 형님들이시고

가장 마지막 끝날 끝순간에
말째로 지으신 바 사람아
가장 잔인하고 흉물스런 짐승아

- 유안진, <사람>


도마는 칼날을 받아냈다
벌써 십 년을 해온 일이다
대부분 죽은 것들이 도마를 거쳐갈 때마다
칼자국이 남았다 시체를 동강내는 칼날 밑에서
도마는 등을 받쳐주었다
도마의 등뼈에 수없이 파인 골짜기
핏기가 스몄다
시체들의 찌끼가 파묻힌 자리에선
아무리 씻어도 냄새가 났다
도마는 칼날에 잘리는 시체들의 마지막 생의 향기를 안다
생을 마감할 때 잠시 미끄러져 달아나려 했던 두려움을 안다
시체들을 통과한 칼날을 받아내며 살아가는 도마
죽음을 섭생하고는 빽빽하게 영생불사의 날짜를 새겨놓는다
도마는 죽지 않는다

- 윤의섭,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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