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없는 살림에 TV를 샀다. 쓰던 게 고장 나서 더 큰 걸로. 어제 도착했다.

 

2. 전에 쓰던 비교적 작은 TV, 전원을 뺀 그 TV를 아침에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보다 훨씬 좁은 사이즈의 가방 안에 한 아이가 갇혔었다는 것.

 

3. 그 아이가 사망했단다. 오전에 갑자기 눈물이 터져서 사람 없는 곳에 한참이나 가있어야 했다. 아이가 불쌍해서인지, 그 가해 고깃덩어리들을 처형하지 못할 거라는 분함 때문인지. 아무래도 너무 불쌍해서였던 것 같다.

 

4. 지옥은 이 세계일까, 가해자 새끼들일까, 봐줬던 새끼들과 봐주게 될 새끼들도 다 한통속의 기획자가 아닐까. 이젠 모르겠다. 영화 곡성에서처럼, 세계를 관통하는 유일한 법칙이라곤 특정 형태로 규정지을 수 없는, 이 세상 모든 얼굴로 변용이 가능한 뿐인 것 같다.

 

5.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며 죽어갔을까. 그 갑갑함을 벗어날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을까. 이젠, 울음을 멈추길.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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