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


우연히 보게 된 웹툰. 다른 회는 그저 그런 것 같은데 이 에피소드만큼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원래는 까만색 지금은 회색인 개 한 마리, 과거에는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현재는 집안 소품과 다름없는 신세다. 시간은 결코 되돌릴 수 없는 법이거나 말거나 녀석은 사랑 받던 그때 그 시절을 자꾸 소환해댄다. 물질적 시간의 역방향으로 흐르는 머릿속 시간. 어마어마한 간극이 생길 수밖에(나는 바로 이 간극 때문에 삶이란 녀석이 본질적으로 비극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행복해!’ 라는 주문을 늘 외우지 않으면 안 되는 게 나라는 인간).

같은 맥락. 나는 <시>에서 미자가 '내 인생의 아름다웠던 순간'을 말하는 숏이 참 좋다. “미자야 이리와.”라고 부르는 언니, 그 손짓, 반쯤 쳐진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 “내가 정말 예쁘구나.”라고 생각하는 서너 살의 미자. 그리고 그 생애 최초의 기억을 부여잡고픈 예순여섯의 미자. 영영 오지 않을 어떤 순간, 그러나 오지 않음이 명백해질수록 우리 뇌는 그 시간을 더 자주, 이토록 참 잔인하게도 불러낸다. 세월의 흐름이 만들어버린 간극, 그로 인한 가슴 시림을 이 숏만큼 간결하고 담백하고 또 오롯이 담아낸 이미지를, 나는 또 만날 수 있을까. ⓒ erazerh



# 1995년, 내 삶에서 가장 힘든 시절이었던 그때. 꼬리를 참 신나게도 흔들던 녀석의 첫 모습을 난 아직 기억한다. ‘이게 개야 천사야!’했을 정도였지 아마. 참 많은 시간을 녀석과 같이 보냈다. 이제 17살. 계륵이 돼버린 아이(그래도 넌 행복한 개임. 웬만한 사람 같으면 너 똥칠하는 거 못 견디고 이미 내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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