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몽상가들 (The Dreamers / I Sognatori, 2003)
감독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출연 : 마이클 피트, 에바 그린, 루이스 가렐, 로빈 레누치

원래 오늘 개봉 예정이었지만 2월로 밀린 듯하다. 각종 영화제에서 이미 선보이기는 했지만 다시 한번 볼거라 굳게 마음먹고 있었는데... 아쉽다. <시티 오브 갓>도 위태위태하다.


영화는 시네마테크 관장이던 앙리 랑글루와가 정부의 부당한 간섭에 의해 해고되고, 사람들이 서서히 거리로 나오는 그 때를 회고하면서 시작한다. 어떻게 동시대 패러다임과 마주할 것인지에 대해 혼란스러워 했던<혁명전야>를 거쳐, 베르톨루치 감독은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서 68년이 남긴 허무와 가치전복의 상처를 기이한 섹스라는 장치 안으로 밀어 넣으며 '성의 정치학'에 관한한 첫 목록에 등장해야 할 감독으로 인식되어 왔다.

환갑이 넘은 그는 <몽상가들>에서 68년의 정체성으로 다시 한번 돌아간다. 영화는 거리를 자세하게 관찰하거나 역사를 하나하나 기록하지 않는다. 베루톨루치는 아직 성장하지 못한 아이들이 서로 소통하는 과정, 그리고 그 관계들이 그려내는 미묘한 감수성의 떨림을 가지고서 당시의 미숙하지만 순수했던 열정을 추억하고 있다.(또는 그랬다고 믿고 있다)

권력은 그야말로 거리에 있었고 영화와 섹스를 말하는 것이 곧 혁명과 자유를 상징하던 그 시절. 이미 성장해버린 육체와 여전히 자궁 안에 있는 정신이 혼융된, 완전하지 않기에 기괴함에도 순수했던 성적 유희는 금기의 체계를 깨는 것이 존재로 다가가는 또 다른 방법일 수도 있다는 베르톨루치의 수평적 세계관을 반영한다. 영화로써 세상과 소통하고, 또 삶과 대화 그 자체가 누벨바그 영화같은 세 아이들의 몽상은 결국 베루톨루치의 몽상이자 자위의 회고담이 아닐까.

감독의 거억이 과잉된 자의식으로 함몰되지만 않았다면, <몽상가들>은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솔직하고 가장 재치있는 '역사 기록법'으로 회자될 수 있을 것이다.


밑에 포스터는 너무 에로틱하고 불순한 상상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심의에서 반려되었다고 한다. 행여나 국민에게 건전하지 못한 정서가 심어질까봐 사춘기 초기의 철없는 상상력까지 동원해대는 심의위원님들의 지랄에경의를 표한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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