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이 대중적인 인지도를 구가한 반면, 주성치는 마니아가 아니고서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기가 막힌, 가혹한 상상력의 극단을 스크린에 투영해왔다. 그것도 매우 태연하고 뻔뻔한 얼굴을 하고서 말이다. 과장과 막무가내의 패러디, 자기학대가 뒤섞인 그만의 독특한 농담은 일명 주성치사단을 형성하며 90년대 홍콩영화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쿵푸 허슬>은 보다 보편적인 웃음을 표방한 영화다. 솔직히 영화를 보기 전에는 걱정이 조금 앞섰다. 주성치 고유의 색깔이 많이 사라진 건 아닐까... 하지만 그것은 기우임이 곧 드러났다. 극단적인 뻔뻔함은 모습을 감췄지만, 그래도 주성치는 주성치였다.

패러디는 유쾌하고 캐릭터들은 개성을 잃어버리지 않은 채 서로 절묘하게 호흡한다. 테크놀로지는 <소림축구>에 이어 상상력에 생명을 불어 넣으며 그 임무를 200% 수행한다. 예전처럼 과잉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농담들은 여전히 폭발적이다. 그리고 그 모든 플롯은 주성치라는 희극지왕의 이름 아래 하나의 정점으로 달려간다. 그래서 관객은 즐거워진다.

나는 "그 영화 재미있냐?"라는 질문을 그다지 반기는 입장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 대해서 만큼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쿵푸 허슬>은 정말 재미있는 영화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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