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적 재미를 살려가다가 스스로 장르적 함정에 함몰되는 영화.

<큐브>처럼 '왜 내가 여기에 있는거지?'로 시작, 잔혹하게 당한 희생자들과 형사의 추적을 보여주고, 그것과 갇힌 자들의 과거가 맞물려 점점 더 의문이 증폭되는 순간 .. 엉뚱한 지점에 가서는 '내가 범인이다! 놀랬냐?'를 외치는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나 <디 아더스>가 뛰어난 이유는 결말로 인해 영화 내내 이어지던 내러티브가 붕괴되고 또 다른 내러티브가 창조되는, 구성력의 치밀함 때문이다. 대사를 비롯, 플롯들은 마지막에 이르러 얼굴을 바꾼 채 숨기고 있던 또 다른 의미들을 쏟아낸다. 정확한 계산력, 혹은 심리전의 승리다(조금 다르지만 <야곱의 사다리>의 결말도 뛰어나다).

반면 <쏘우>의 결말은 매우 뜬금 없으며, 결말로 인해 뒤바뀌는 상대적 상황이 애초에 설정되지 않았으므로 놀라고 싶어도 놀랄 수가 없다. 범인의 동기 또한 어이 없는 수준이다. '유주얼 서스펙트의 범인은 절름발이다. 브루스 윌리스는 귀신이다. 쏘우의 범인은~?'이라며 매너없는 마케팅으로써 궁금증을 유발하려 들지만, 정작 남는 건 범인의 썰렁한 커밍아웃 뿐.

어이없는 카피에 속았다고 탄식하는 순간.. 결국 반전은 이루어진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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