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우다 병으로 죽는 사람, 물론 매우 많다. 그걸 알면서도 피울 사람은 계속해서 피운다.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물론 매우 많다. 그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차를 탄다. 광우병 걸리는 사람? 로또 당첨된 다음날 번개 맞을 확률 비슷하다고 치자. 단 한 명이 재수 없게도 그 병에 걸렸을 때, 그때도 사람들은 담배나 자동차 대하듯이 미국산 쇠고기를 마주할 수 있을까.

정부 입장을 대변한다고 나온 한 패널의 입에서 "위험요인은 세상 곳곳에 어차피 존재하는데, 걸릴 확률 매우 낮은 광우병 갖고 뭘 그리 설레발들이냐." 따위의 말이 튀어나왔다. 확률로 따지자면 사람들의 불안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는 얘기다. 이 정권의 뇌 시스템은 주로 이런 식이다. '서민', '경제' 같은 단어를 늘 입에 품되, 그것들이 내 몸을 치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싶을 땐, 효용론을 들어 가장 먼저 용도 폐기하기.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로또 당첨되고 번개 맞을 확률과, 이 정부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확률은, 어쩌면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 erazerh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가장 안타깝게 다가오는 건, 미치고 안 미치고를 떠나 '소들의 운명'이다. 정말, 진심이다. 뇌, 척추, 소장, 혓바닥. 오늘은 또 몇 마리가 부서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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