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즌 1의 네 번째 작품. '제니퍼'는 흉측한 얼굴과 아름다운 몸을 동시에 지닌 한 여성, 혹은 괴물의 명칭이다. 식인동물의 잔혹한 행동과 팜므파탈적 유혹력, 그리고 다소의 순진함이 거칠게 뒤섞여 있는 이 창조적인 캐릭터의 주변에서는, 그래서 죽음의 덫 또한 다소 변주된 채 마련된다.

본능과 본능의 충돌을 아슬아슬하게 빗겨가며 살아가는 괴생물체, 그 존재를 상상에서 끌어내온 것은 마초의 위선적 욕망이다. 제니퍼를 죽음에서 구해준 한 남자는 그녀를 옆에 두고 '보호'하려 하지만, 그 본질은 엎드려 흐느끼던 제니퍼의 뒷모습을 떠올리면서 느꼈던 야릇한 쾌감에 다름없다. 다리오 아르젠토는 이처럼 '보호본능'으로 포장되곤 하는 남성의 성욕들에 -정확히 말하자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서의 육체로만 환원시키려는 무분별한 욕망들에- 제니퍼라는 독특한 개체를 주입시키고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공포의 근원을 찾아낸다.

제니퍼에 대한 두려움은 결국, 살해당할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이 아니라, 신속하게 전개되는 잔혹극을 그저 눈 뜨고 지켜봐야만 하는, 무기력의 확실성에서 기인하는 셈이다. 눈먼 욕망으로부터 발단된 몸 간의 거래는 그 대가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대시키면서, 그저 본능으로의 회귀만을 반복해서 요구한다. 그 결과는? 물론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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