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즌 1의 열세 번째 작품으로 이와이 시마코의 단편소설 <정말 무서운>이 그 원작이다. 감독인 미이케 다카시는 음습하고 황량한 풍경 안에 기괴한 캐릭터들을 집합시켜놓고는, 기가 막힐 정도의 신체 훼손과 변형을 선보이며 지옥도의 느낌을 고스란히 이미지로 전달해낸다. <임프린트>의 공간적 배경은 이를 테면, 버려진 영혼들의 무시무시한 전쟁터, 요수의 공간, 혹은 낙태된 아이들의 땅덩이(?) 정도가 되겠다.

착취와 학대가 일반화된 구조는 자연스레 폭력성의 확대 재생산을 낳는 법. 인간은 어느새 괴물이 되어가고, 광기는 전염과 세습을 통해 그 생명을 이어간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되 끝은 심히 창대한, 인간 잔혹사. 어딘가 숨어있을 악마의 그 얼굴은, 타인의 몸과 마음에 가혹한 상처를 남기는 행위들과 그 '흔적'의 연쇄반응을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기어이 포착되고야 만다.

(단지 뒤틀린 욕망, 본능, 적응력과는 다른) 어떤 '사탄의 유희'같은 것이 내면에 들어설 때 발생하는 분열, 그리고 그것이 자아내는 관계맺음의 내파/외파를, 미이케 다카시는 여전히 상상하고 두려워한다. 물론 거기에 '끝' 따위는 없으며, 주체의 구분 또한 무의미하다(착신아리의 아이, 오디션의 여자). 문제는, 미이케 다카시의 끔찍한 상상력이 한 여름밤 무서운 꿈, 딱 거기에만 머물러 주면 참 좋겠지만, '세상이, 아니 악마가, 과연, 그래줄까?'하는 걱정이 여기에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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