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트 93>은 각종 정치적 욕심들이 쳐놓은 장막, 그 흙탕물 같은 수사를 걷어내고는, 혼란으로 각인된 9ㆍ11 당시의 시공간만을 한정적으로 스크린에 옮긴다. 유일하게 '임무'에 실패한 항공기 '유나이티드93'과 미연방항공국, 관제 센터를 오가는 핸드 헬드의 향연은, 비극에 휩싸인 표정들의 면면을 엮어서는, 승객과 승무원, 테러범(이라 일컬어지는) 등 모두가 겪었을 현장의 고통을 생생하게 증언해낸다. 어떤 특정한 정치적 방향을 직접 드러내지는 않지만, 상처를 뒤덮은 수많은 잡소리 대신 그들의 잊혀진 기도에 귀 기울일 것을 권한다는 점에서, 그래서 새로운 출발점을 누군가는 찾아 나서길 희망한다는 점에서, <플라이트 93>은 오히려 정치적 사유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영화가 된다. ⓒ erazerh
반응형
'FIL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일런트 힐] 복수는 가능, 구원은 불가능 (8) | 2006.10.03 |
---|---|
[5x2] 헤어짐에서 만남까지, 그 균열의 연대기 (4) | 2006.09.23 |
[괴물] 무엇보다도, 희망은 있는가 (17) | 2006.08.15 |
[마스터즈 오브 호러] 제니퍼 (6) | 2006.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