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외인간 (Rabid, 1977)
감독 : 데이빗 크로넨버그
출연 : 마릴린 챔버스


10여년 전, '숨은 영화'찾기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매니아로서 임무라 생각했기에 하나하나 발견할 때마다 일종의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다.-_- 물론 그런 혼자만의 착각(?)은 전적으로 '키노'때문이었다.

뻔한 얘기지만, 그런 영화에는 '호러'가 빠지지 않는다. <네크로맨틱> 등을 어렵사리 구입했던 기억도 난다. 어찌해서 알게된 많은 호러작가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은 단연 '데이빗 크로넨버그'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신체와 기계를 미묘하게 엮어 그 경계로서 인간관계에 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영화들로 구성된다.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인간과 기계문명, 시스템의 모순을 가장 잘 파고드는 감독 중 한 명일 것이다.

다른 많은 호러영화와는 달리, <열외인간>은 아주 쉽게 구했다. 이상한 제목으로나마 이미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아주 구린 화질에도 나름대로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재발매했으니 보다 마음껏 즐길 수 있겠지만...

<열외인간>은 그 자체보다는, 전형적인 크로넨버그식 신체변형이 자리잡은 영화라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물론 이 영화 역시 어느 정도의 '의미'는 보여준다. 남녀의 성기를 합한 것처럼 생긴 촉수가 불특정다수를 공격하고 지하철, 극장 등 일상적 장소는 순간 오염의 공간으로 바뀐다. 크로넨버그는 에로티시즘적 신체변형을 통해 대중의 이성을 불신하고 도시를 통제불능의 공간으로 묘사한다.

요즈음 관객이 보기에는 고어적인 면도 약하고 시시할 수도 있겠지만, 크로넨버그에 관심이 있다면 꼭 봐야할 영화다. (하긴 관심있는 사람은 벌써 봤을 듯...) ⓒ erazerh

* 크로넨버그의 최고 걸작 <비디오드롬>, <데드링거>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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