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전체의 분수령인 3차전. 치열한 연장 12회 접전 끝에, 투수력과 섬세함에서 앞선 삼성 라이온스가 4-3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8회말 김태균과 심광호가 연달아 홈런을 쳤을 때 승부는 한화 쪽으로 많이 기운 듯 보였다. 삼성의 ‘KO펀치’가 무너졌고, 한화의 ‘불패’ 아직 구대성은 올라오지도 않은 그 때, 분위기로 보아 한화가 한 점을 뽑는 것은 시간문제이지 싶었다. 하지만 웬걸. 오상민과 임동규가 주눅 들지 않고 의외로 침착하게 잘 던졌고, 정말 중요한 순간, 권혁이 빛을 발해주었다(구위는 2년 전보다 다소 떨어져 보였지만, 안정감은 더 느껴졌다).

구대성은 3이닝이 한계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역시나 12회 선두타자 조동찬에게 안타를 맞았다. 양준혁도 나름 괜찮은 번트 실력을 보여주었고, 무엇보다도 1사 2루에서 런다운에 걸린 2루주자 조동찬의 움직임이 매우 좋았다. 덕분에 타자주자 김창희가 2루까지 갈 수 있었으니. 그러고나서 터진 박진만의 행운(?)의 결승타. 결과론이지만, 한화는 박진만과는 조금 더 어려운 승부를 가져갔어야 했다. 비록 3할 타자는 아니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어떻게든 제 몫을 해내는 선수가 바로 박진만이다(WBC, 아시안게임, 수많은 한국시리즈 등). 삼성이 그를 데려온 이유는 ‘유연한 수비 능력 + α’가 아니었던가. 어쨌든 12회초 삼성의 세밀한 공격은 왜 이 팀이 리그 1위 팀인지를 잘 설명해주는 대목이었고, 배영수마저 투입하는 강수를 둔 삼성은 결국 어렵사리나마 승리를 챙김으로써 시리즈를 한결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게 됐다.

한화는 8회 막강 화력을 뽐냈음에도, 5회말 만루 상황에서의 김태균의 삼진과 11회말 1,3루 데이비스의 삼진 등 정말 중요한 길목에서는 권오준과 권혁의 직구에 가로막힘으로써, 결국은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고야 말았다. 4차전 선발은 삼성은 전병호, 한화는 류현진으로 예고된 상태. 삼성은 여차하면 바로 배영수, 임창용을 투입하며 상승세를 이어갈 태세인데, 불펜에 믿을 만한 투수가 문동환밖에 남지 않은 지금, 한화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은 여간해서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류현진의 위력투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 erazerh

라이온즈 마운드 사상 권오준만큼 자신 있게 던진 투수가 또 있었을까. 전성기 임창용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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