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우리는 집이라는 공간을 점유한 대가로 집값이나 월세 같은 주거비는 물론 관리비도 내며 산다. 관리비는 전기요금 및 수도요금, 청소비 등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 드는 돈. 매달 발생하는 만큼 액수의 높낮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 관리비 시스템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포착됐다. 2 6일 국토연구원 윤성진 부연구위원은 보고서 '깜깜이 관리비 부과 실태와 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 단독·다가구·빌라 등 비아파트 주택들이 관리비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였음을 지적했다.

 

이들 주택은 '공동주택관리법' 23조에 의해 관리비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아파트와 달리 관리비가 임의로 부과되는 실정이다. '집합건물법' '민간임대주택법'에 관리비 관련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인지도도 낮고 구속력도 부족해 실제로 지키는 비율은 낮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도 관리비에 관한 내용은 없다. 비아파트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에게는 관리비 세례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부당한 관리비, 유형도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실질적 관리도 내역도 없는 일명 '깜깜이 관리비'가 있다. 실제로 세입자가 관리비 내역 공개를 요구해도 관행대로 내는 것이라며 이를 거부하는 집주인이 적지 않다. 보고서는 관리비가 사실상 '2의 월세'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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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관리비' 실태…세입자가 집주인보다 10배 더 냈다 [스토리뉴스 #더]

[BY 뉴스웨이] 우리는 집이라는 공간을 점유한 대가로 집값이나 월세 같은 주거비는 물론 관리비도 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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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賃借)란, 세 들어 산다는 건, 그저 물리적 공간을 빌려 쓰는 ‘거래’ 차원에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셋방살이를 반복해대면 그 구질구질함에 치이다 못 해 어느새 서글픔과 분노가 뒤섞인 무언가가 마치 내 원래 성격인 양 마음 안에 콕 박혀 버리는데, 굳이 말하자면 계약서 쪼가리에는 담기지 않는 임차인 가족 특유의 ‘상처’ 정도 되겠다.

 

이를테면 소중한 자식이 하필 하나가 아니고 둘 혹은 셋인 걸 ‘미안’해하며 집주인한테 그래도 “시끄러운 아이들은 아님”을 어필해야 하는, 부모의 그 심경을 들여다보며 생긴, 잘 지워지지 않는 염병할 정서적 얼룩 같은.

 

그렇게 집이란 놈은 물리적 크기도 크기지만 정서적으로 현격한 차이가 깃든 이분(二分)의 세계로 각인되고, ‘아늑한 집’이 아닌 ‘구질구질한 집’ 언저리에 놓였다는 태생적 불안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첫 가난’은 그런 거다.

 

물론 이건 두려움일 뿐, 환상으로 가는 다리가 아니다. 돈에 환장한 욕망과 무관하단 말이다. 환상을 버리면 된다고? 품은 적이 있어야 버리지. 그저 최악에서 한 뼘이라도 더 멀어지면 생존 확률이 올라갈까, 내 부모와 내가 느낀 기분을, 부모로서 나와 내 자식은 패스하길 희망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생존의 길이 좁아진 데 일조한 자들이, 아파트 환상을 품어도 나보다 수천 배는 더 품었을 자들이, 집이고 정서고 따질 필요 없는 평온한 곳에 저마다 높은 성을 쌓아 들어앉은 자들이 ‘세 들어 사는 삶’ 찬양에 여념이 없다.

 

그것도 제일 예쁘고 깔끔한 임대주택 하나 골라 카메라 끼고 ‘이 정도면 살만 하네’ 따위의 멘트를 첨부하면서.

 

이제 난, 그들이 적폐로 지정한 자들한테서 종종 감지된 처량한 수준의 상황파악 능력과, 아울러 정치적 계산 앞에서 제한 없는 뻔뻔함을 자랑하는 얼굴가죽을, 되레 그들에게서 본다.

 

&이게 내 마지막 실망이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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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셋방서도 살았고, 가난할 만큼 가난해봤는데, 그저 내 새끼는 내가 느낀 기분 느끼지 않게 작은 공간 하나 마련하고플 뿐인데, 이걸 눈먼 욕망으로 치환하고 ‘환상’ 따위 워딩으로 뒤덮어버리네. 구역질에 목이 멘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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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활동의 주체’.

 

학창시절 배운 기억들 나실 런지 모르겠지만, ‘가계-기업-정부를 통칭하는 이 말을 교과서 밖으로 끄집어내야 할 것 같다. 3주체, 즉 경제라는 무대 위 등장인물 모두가 유례없는 위기에 빠진 탓이다.

 

한때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나 싶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20일 신천지대구교회에서 31번 확진자가 나온 후부터 확산 일로로 치닫고 있다. 위협은 실재가 됐고 경제 활동의 각 주체들은 공포를 느끼는 중. 마음껏 움직일 수가 없다.

 

렇게 북적거리던 도심은 한산해졌고 각종 행사와 스포츠 이벤트가 줄줄이 취소됐다. 공장은 기계를 멈췄으며 가게들은 셔터를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겨울이 제대로 된 추위도 없이 시답잖게 끝나나 싶었는데, 웬걸 돈의 흐름은 봄이 다 돼서야 강추위를 만나버렸다. 말 그대로 프로즌(frozen), 경제 주체가 다 얼어붙었다.

 

말 그대로 <frozen>

 

우선 일반 가정을 의미하는 가계. 한국은행이 225일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96.9로 전월 대비 7.3포인트 급락했다. 100보다 작으면 소비자의 주관적 기대 심리가 과거(2003~전년 12) 평균보다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이번 낙폭은 2008년 조사 이래 세 번째로 큰 것으로, 20156월 중동 호흡기증후근(메르스) 발생 때와 같은 수치다. 비관 심리가 그만큼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의미.

 

아울러 현재경기판단 지수와 향후경기전망 지수의 하향세가 두드러졌는데, 각각 전월 대비 12포인트와 11포인트가 하락한 6676으로 집계됐다.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 물론 현재와 비교한 6개월 후 전망이 모두 비관적이라는 뜻. 돈을 쓸 데도, 쓸 마음도 없는 것이다.

 

국민들이 지금의 암울함이 당분간 사그라지지 않을 걸로 보는 셈인데, 문제는 이번 조사가 210일부터 17일 사이에 이뤄졌다는 점. 확진자수가 급증하기 이전임을 감안하면 실질적 수치는 훨씬 더 악화됐을 게 자명하다.

 

 

불황의 그림자를 최전선에서 맞이하는 이들, ‘자영업자는 또 어떨까. 이들의 체감 경기는 더 어둡다. 자영업자의 2월 가계수입전망은 87, 한 달 전보다 8포인트가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목을 잡은 20093(79) 이후 가장 낮은 수치. 메르스 사태 때의 94만 못 하다.

 

사실 자영업 쪽은 굳이 숫자를 들추지 않아도 그 불황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기는 하다. 음식점이나 주점 업종의 경우, 손님이 전무한 시간이 매우 길어졌다. 배달에 치중하는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하루 종일 문을 열어놔도 매출이 ‘0’인 곳이 적지 않다.

 

가게를 열 수도 닫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한은은 226일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즉 기업체가 느끼는 체감 경기에 관한 수치를 발표했다. 100보다 높으면 경기 호전을 예상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 반대는 악화 예상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한은에 따르면 제조업의 2월 업황BSI65. 전월 대비 11포인트 감소했다. 다음 달 업황전망BSI 또한 698포인트가 줄었다.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른 1월의 기대감이 바로 붕괴된 셈. 대기업(-11포인트)과 중소기업(-11포인트), 수출기업(-13포인트) 및 내수기업(-10포인트)을 가리지 않고 기업 심리 전반이 무너졌다.

 

비제조업이 느끼는 공포도 못지않다. 비제조업의 2월 업황BSI649포인트 하락했고, 다음 달 업황전망BSI(68)도 전월 대비 6p가 떨어졌다. 역시 메르스 사태가 있었던 20156월의 -11포인트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한은 관계자는 소비 부진과 국내외 여객 감소 등으로 도소매업과 운수창고업 지수가 큰 폭 하락했다고 전했다. 물론 심리에서 그치는 건 아니다. 중국공장에서 부품 수급을 못 받아 문을 닫은 자동차공장과 하청 업체들, 확진자가 다녀가는 바람에 문을 걸어 잠근 대형마트·백화점·면세점. 직원 중 확진자가 나와 폐쇄된 사업장들. 위기는 실체다.

 

 

이처럼 경제 활동 주체의 양 축인 가계와 기업이 휘청거리는 시기, 나머지 한 주체인 정부는 뭘 하고 있을까?

 

정부 또한 아프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전에 없이 뜨겁다. 국가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상향 조정했고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전 부처가 코로나19만 보고 움직이고 있다. 대구와 경북 청도는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돼 병상과 인력, 장비, 방역물품 등 모든 필요 자원을 지원받는다. 메르스(116,000억 원)에 버금가는 슈퍼 추경 편성도 확실시된다.

 

다만 성급한 낙관론을 펼친 뒤 곧바로 대규모 감염이 발생했다는 점, “대구·경북 봉쇄”, “중국서 온 한국인이 원인따위의 없던 정도 떼도록 만들 법한 보건당국 및 여권의 말들, 마스크 가격 폭등과 수량 부족 현상이 제때 해결되지 못했다는 것, 다른 나라로부터 바이러스 대우를 받은 국민들의 상처 등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세계가 주목하는 부지런하고 투명한 방역 체계,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현장 밀착형 공무원과 관련 종사자들의 노고는 인정받아 마땅할 터. ‘신천지라는 비상식적 집단의 게릴라성 행보가 정부의 어깨를 부지불식간에 짓눌러버린 점도 부정하기는 어렵다.

 

ⓒ 위키피디아

 

이렇듯 경제 활동의 3주체 모두가 곤란한 상황. 일단은 회복이 급선무다. 식상한 말이기는 하지만, 우리 민족은 늘 어려울 때 강했다.

 

지금도 그러는 중이다. 대구 의사회장의 호소 하루 만에 250명의 의료인이 대구로 자원봉사를 나선 것, 고통 분담 차원에서 당분간 임대료를 내리겠다는 건물주들, 뒤질세라 마스크 지원을 주고받은 대구와 광주의 달빛동맹.

 

위기가 없는 게 최선이겠지만, 일단 터져버렸고, 해결해야 하며, 그럴 역량이 우리에게는 있다. 이제 시작이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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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뉴스 #더]2020 코리아, 코로나 공포에 유례없는 ‘겨울-봄’ 맞이

‘경제 활동의 주체’. 학창시절 배운 기억들 나실 런지 모르겠지만, ‘가계-기업-정부’를 통칭하는 이 말을 교과서 밖으로 끄집어내야 할 것 같다. 3주체, 즉 경제라는 무대 위 등장인물 모두가 유례없는 위기에 빠진 탓이다. 한때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나 싶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월 20일 신천지대구교회에서 31번 확진자가 나온 후부터 확산 일로로 치닫고 있다. 위협은 실재가 됐고 경제 활동의 각 주체들은 공포를 느끼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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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_날_낳으시고_동생은_굳이_왜

 

 

태정태세문단세에서 두 번째로 등장하는 는 태종, 우리가 잘 아는 이방원이다. 그는 두 차례 왕자의 난()’을 일으켜 이복형제와 정적을 축출, 조선의 세 번째 왕이 됐다. 눈앞의 권좌에 앉고자 피를 나눈 가족마저 짓밟는 이 같은 사건을 우리는 국사나 세계사 책에서 적잖이 봤다.

 

물론 흘러간 일만은 아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하나의 권력을 두고 가족끼리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양 치고받는 사건들은 익숙하다. 다행히도, 중세시대마냥 목숨을 직접 빼앗지는 않고 있지만.

 

태정세문단
예성중인명선

 

가장 가까운 사례는 한진그룹의 일명 남매의 난이다. 지난해 4월 고() 조양호 전 회장이 별세한 후 그룹을 이끌고 있는 건 조원태 회장. 집안 막내인 조현민 전무도 물컵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지 14개월 만에 만에 한진칼 전무로 복귀했다. 하지만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만은 예상과 달리 지난 11월 정기인사에서도 돌아오지 못했다.

 

그러다 조 회장이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이 애착을 보인 호텔 쪽을 정리하려 들자 억지 봉합이 터진 것. 조 전 부사장 측은 연말 성명을 내고 조 회장이 공동 경영 유훈과 달리 그룹을 운영해왔고 지금도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작심 지적했다.

 

이후 조 회장이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자택을 찾았다가 큰 언쟁을 벌이는 등 남매의 전선이 집안 전체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물론 모자(母子)는 곧장 사과문을 발표했고 남매 간 만남도 성사될 전망. 그러나 핵심 권력은 하나, 유훈에 대한 해석도 서로 다른 만큼 한 번 뒤틀린 이들 두 사람이 레고마냥 쉽게 끼워 맞춰질 확률은 제로에 가까워 보인다.

 

이렇듯 재벌가 다툼은 대개 총수의 유산, 즉 경영권을 나누는 과정에서 발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공동 경영 유훈을 남긴 조양호 전 회장도 선친인 조중훈 창업회장의 별세 후 유사한 경로를 밟았다. 형제인 차남과 4남이 유언장 조작설을 제기하며 소송을 거는 등 형제의 난한가운데 서있었던 것.

 

그렇다고 한진가 혼자 유별난 건 아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기업들 상당수는 각종 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우선 범현대가에서는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건강이 심상찮던 2000년부터 경영권 분쟁이 시작, 무려 10년간 이어졌다. 장남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은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갈등을 겪었고, 정몽헌 회장 사후에는 부인인 현정은 회장과 정상영 KCC 명예회장 간에 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일명 시숙의 난이 터졌다.

 

2006년에는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로 있던 현대중공업그룹이 그룹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시동생의 난이라는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롯데가 형제도 유명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그룹 주도권을 놓고 긴 싸움을 이어온 것. 다만 지난해 일본의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개최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신 회장과 롯데홀딩스 이사진의 재선임안이 원안대로 통과, 신 전 부회장의 이사직 복귀가 물건너가면서 신동빈 회장 원톱 체제는 굳어지게 됐다.

 

 

두산그룹 역시 고 박용오 전 회장이 2005년 동생인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에 대해 경영상 편법 활용으로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 형제의 난 역사 중 한 페이지를 장식했었다. 이후 17개월간 계속된 법정 다툼은 박용성·용만 형제의 특사 후 경영 복귀, 박용오 전 회장의 퇴출로 막을 내렸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을 떠나보낸 금호그룹도 마찬가지. 고 박인천 창업회장의 3남인 박삼구 회장과 4남 박찬구 회장의 형제 분쟁은 금호그룹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으로 갈라놨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한테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고 이병철 창업회장과 장남인 고 이맹희 회장이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이밖에 조석래 명예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인 조현준 회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발한 효성그룹판 형제 반란도 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모태인 동아제약 시절 강신호 명예회장과 차남 강문석 전 대표의 갈등, 부자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 다툼을 벌였다.

 

대한전선그룹 또한 고 설원량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받자 이복형제들이 반발, 부자의 난을 겪은 바 있다. 대림그룹의 경우 이복 삼촌-조카인 이재우 대림통상 회장과 이부용 전 대림산업 부회장이 대림통상 경영권을 놓고 숙질 전쟁을 펼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을 거치지 않은 재벌가가 단 하나라도 존재할까 싶을 정도다. 한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그룹사의 구조적 특성상 노른자위는 1인자가 독차지하기 쉽다, “창업 세대에서 2-3대로 넘어갈수록 파이를 나눠먹을 인원이 늘어나 가족 상잔 비극의 확률은 더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물론 눈살 찌푸려지는 사례만 있었던 건 아니다. SK, LG, GS, 신세계 등 도드라지는 분쟁을 삼가온 곳들도 있다.

 

심지어 앞서 소개한 금호그룹의 경우, 3남과 4남이 싸우기 전에는 장남 고 박성용 회장이 본인이 65세가 된 해에 동생 고 박정구 회장에게 경영권을 그대로 물려주며 아름다운 우애를 몸소 실천하기도 했다.

 

나아가 삼천리그룹을 세운 고 유성연·이장균 회장 콤비의 사연은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절절하다. 한국전쟁 전후 목숨 부지조차 힘들었던 시절, 서로 의지하며 버틴 두 사람은 그 인연을 바탕으로 훗날 동업을 일궜다. 이후에도 합리적이고 절제된 공동 경영 원칙은 흔들리지 않았고, 피 한 방울 나누지 않았음에도, 한 지붕 두 가족 인연은 여전히 끈끈하다.

 

이장균 회장(좌)과 유성연 회장. ⓒ 삼천리

 

맹자의 사단(四端) 중 하나로 사양지심(辭讓之心)이란 게 있다. ‘인간이라면 겸손하여 남에게 사양할 줄 아는 마음을 갖춰야 한다는 뜻. 퇴계 이황 선생은 기세로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닌, 허물 고치기에 인색하지 않고 죽기로 의리를 지키는 것에 진정한 용기가 있다고 설파하기도 했다.

 

국민 다수가 눈여겨보는 가문의 구성원이라면, 특히 지금의 그 자리를 본인 능력으로 쟁취한 게 아니라면, 꼭 새겨둬야 할 덕목들이 아닐까.

 

그래야 피는 물보다 진한 척이라도하지 않겠나. 그 기업에 그쪽 집안사람들의 수고 외에도 수많은 노동자의 시간들이, 나아가 국민의 공()이 스며있음을 안다면 말이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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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뉴스 #더]물보다 연한 피…재벌가의 ‘의상한’ 형제들

‘태정태세문단세…’에서 두 번째로 등장하는 ‘태’는 태종, 우리가 잘 아는 이방원이다. 그는 두 차례 ‘왕자의 난(亂)’을 일으켜 이복형제와 정적을 축출, 조선의 세 번째 왕이 됐다. 눈앞의 권좌에 앉고자 피를 나눈 가족마저 짓밟는 이 같은 사건을 우리는 국사나 세계사 책에서 적잖이 봤다. 물론 흘러간 일만은 아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하나의 권력을 두고 가족끼리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양 치고받는 사건들은 익숙하다. 다행히도, 중세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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