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스타가 출연하고 유명한 감독이 연출을 맡았음에도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영화들이 있다. 아쉽게 <칠검>도 그 범위에 포함되고 말았다. 배우들이 사공이 되려한 건 아닌 것 같고, 아마도 서극 감독 스스로가 한 편의 영화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보니, 결과적으로 영화가 산으로 올라간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개인적으로, 서극 감독에게 많은 걸 바라지는 않는다. 그는 화려한 볼거리를 생산해내는 데는 능숙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이를테면 감정)을 형상화하거나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전개하는 등의 섬세한 기술과는 별로 친하지 않은 감독이기 때문이다.

<칠검>은 외형상 커다란 스케일을 자랑하기는 하지만, 인물의 감정과 갖가지 플롯들이 오밀조밀하게 연결되어야 하는 설정을 안고 있는 영화기도 하다. 하지만 난세에서 오는 슬픔, 상처, 칠검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 등 영화 스스로 설정해 놓은 주제는 결국 로맨스라는 서브플롯, 그리고 등장인물의 무모한 행동과 뜬금없는 대사들 아래로 잠수하거나 슬쩍 사라지고 만다. 감독은 그 긴 상영시간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멋만 잔뜩 부리는 진부하고 건조한 액션만 반복할 뿐이다. 좋은 주제의 강의가 있어 찾아갔는데, 강사가 주제와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만(그것도 재미없고, 앞뒤도 엉성한) 늘어놓고 강의 끝났다고 가라면 이와 비슷한 기분일까. <동사서독>과 닮았고(사막만), <7인의 사무라이>와도 닮았지만(7이라는 숫자만), <칠검>은 결국 두 영화는커녕, <황비홍>의 근처에도 못 미치는 매우 비싼 졸작이 되고 말았다. ⓒ erazerh

# '한국관객을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를 말고는 도무지 존재의 이유를 떠올릴 수 없는 김소연. 그녀가 절벽에 서서 외쳤던 대사 '집~!'이 자꾸 떠오른다. 누가 이런 코믹 멘트를 생각해냈는지 심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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