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우린 늘 ‘나 자신을 연기’한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일 때 (잘) 살아남을까’에 관해 매일매일 (오)답변을 내놓는 모양새. ‘HOW’들이 모여 외부에 비치는 나, 즉 ‘WHO’를 구성하는 셈인데, 그러다보니 본심을 오롯이 드러낼 수 있는 경우는 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뿐이랴.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떨어지고, 굴욕의 바닥을 뒹굴고, 머리를 쥐어뜯고, 이걸 반복하다, 어쩌다 한 번쯤 으르렁대겠지만 효과는 미미할 뿐이고. 돌아보니 구멍이 숭숭 뚫린 형편없는 이음새, 표면, 삶.

 

다만 표면이 매끈하지 않다고, 연결이 세련되지 못하다고 해서 지나온 구멍들만 들여다보며 주구장창 자책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 싶다. 그냥 그런 걸, 너와 나의 ‘연기’는 애초에 오류투성이로서의 운명을 타고난 걸 어떡해. 태어날 때 레디 액션, 외쳤으면 죽을 때까지 원테이크. 인생에는 편집이 없다.

 

그러니까, 그 구질구질한 여정에 대한 다독임.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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