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영화 베스트 10 + 20자평. 국내 상영작, 가나다 순.


<방가? 방가!> 남의 쪽박 함부로 깨지 않는 세상이 진짜 유토피아.

<셔터 아일랜드> 미치는 게 차라리 당연한 미국, 남자. 인셉션보다 훨씬 낫다.

<시> 망각의 강 위로 기어이 피워 올린 꽃/시/얼굴. 가슴이 미어져, 이창동 최고작.

<시리어스 맨> 요란 떨지 않으면서 삶의 요란스러움을 주무르는 경지.

<예언자> 텅 빈 도화지에 아로새겨진 범죄 계보학. 조금 더 묵직했더라면.

<옥희의 영화> 결국은 닮아버릴 다름들, 그 사이에 서서. 홍상수의 신세계.

<킥 애스: 영웅의 탄생> 매끈하면서도 B무비 감성을 끝까지 밀고 가는 경우의 이상적인 예.

<하얀 리본> 가짜 죄의식이 진짜를 몰아내다. 이성을 가장한 미토스, 그 광기.

<하하하> 두 개의 숟가락, 하나의 찌개. 적어도 솔직은 했던 그 맛 그 여름.

<허트 로커> 풀 메탈 자켓과 지옥의 묵시록 사이의 어느 지점. 전쟁-기계 新 보고서.


이 중 올해의 한 편은, 단연 이창동의 <시>다. 미학적으로 정점에 달한 이 영화는 스토리텔링 면에서도 역대 가장 창조적이다. 요컨대 망각되고 있는 한 죽음이 또 다른 개인의 한정된 시간 안에서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에 관한 이야기. 이 죽음은 영화 후반부 카메라-시선 숏을 통해 순간 ‘꽃’이 됐다 이내 증발하는데, 그야말로 영화적 마법의 경이로운 극단이 아닐 수 없다. 짜릿하고 격정적이고 먹먹하고 뭉클하다(같이 본 아내는 한참을 울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운 건 <파이란> 이후 처음이다). 이는 <400번의 구타>나 <살인의 추억>의 마지막 숏조차 미치지 못했던 영역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이 소녀의 얼굴을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래도 이창동은 간격/리듬만으로 심금을 울리는 신공을 터득한 것 같다. <시>는 시 쓰기, 또는 이미지 그 자체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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