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이가 들면 지금 네가 좋아하는 것들은 더 이상 특별하지가 않아…내 나이쯤 되면 너한테 의미가 있는 건 한 두 가지로 줄어들 거야. 내 경우엔, 하나뿐이지. - 영화 [허트 로커] 中

2. 그러니까, 이제 (삼성) 라이온즈는 내게 아무것도 아니다. 특정 선수 때문에 이 팀을 응원해온 것은 아니고(그런 경우는 시카고 불스가 유일), 가뜩이나 식었는데 갑작스럽게 찬물을 뒤집어쓴 느낌이랄까. 많이 불쾌하다. 물론 야구 자체를 재미있게 볼 수는 있겠지. 하지만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감정을 이입해대는 일은, 꽤나 오랫동안 없을 것이다.


3. 시즌 내내 팔짱 끼고 다리 꼬고 비아냥거리다가, 은퇴한다니 그제야 박수 치는 시늉을 한다. 깨작깨작. 그러면서 박수 칠 때 떠난다며 추켜세운다. 욕심을 버린 용기란다. ㅈㄹ. 게다가 포스트시즌 때 출전시킬 생각 또한 눈곱만큼도 없다. 그 마음을 얼마나 노골적으로 드러내는지, 내가 다 미안할 정도다. 김성근 감독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나.


0. '이만수의 오늘 기록'을 주로 내가 아버지께 물었다면, 양 선수의 경우는 그 반대였다. "양준혁이 오늘 뭐 좀 쳤나?"라고 아버지가 물으시면 내가 답하는 식(물론 이승엽도). 2000안타를 달성하던 그 그라운드, 여자친구(現 아내)와 함께 목이 터져라 환호를 보낸 기억도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체험 삶의 현장' 이후 양준혁의 팬이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제 이 기억들이 일단락돼야 할 때다. 물론 양준혁의 야구인생이 끝나는 것도, 내 야구 관람이 멈추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조만간 맞을 일이었기도 하고. 하지만 양준혁이 뛰는 그라운드와 뛰지 않는 그라운드는 분명히 다르다. 지금까지의 시간과 이 이후를 연장선상에 놓을 수는 없는 노릇, 구분해야 한다. 그런데 그러기에 너무 부자연스러운 수순이고 타이밍이다. 감을 잡고 있었는데도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세상에! 양신 없는 야구라니. ⓒ erazerh

2000번째 안타 작렬, 그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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