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의 '사이즈'를 들먹이며 "그래서 영화는 반드시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고 침을 튀기는 주장이 나는 불편하다. 내 집 내 공간에 여유롭게 기댄 채 아내와 이야기도 나누고 맥주도 한 잔 하며 즐기는 영화는 극장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멋을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프레임 사이즈는 해당 영화 고유의 산물이 아닌 '관람 환경'에 속할 뿐인지라, 그것을 영화 평가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을 수도 없지 않은가. 늘 그렇듯, 가장 중요한 것은 프레임에 구현된 영화의 '존재 이유'가 진정성을 띠고 있느냐는 점이며, 따라서 사이즈 같은 영화 밖 변수는 그 이후에 따져도 충분하다.

물론 영화관만의 매력은 분명히 존재한다. 어둠을 들썩이는 매혹적 이미지, 공간의 냄새, 조용한 북적거림, 또는 연인의 손을 잡았을 때의 찌릿함…. 그 아름다운 감각들을 떠올려 본다면, 사이즈나 사운드 같은 '규모-기술적 차원' 운운하는 건, 사실 좀 많이 촌스럽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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