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늦었지만, 2020년 국내 릴리즈 영화 결산

 


- 좋았던 영화 TOP 3 ▽

 

1. <이제 그만 끝낼까 해> 쓸쓸한 정서의 영화는 그간 많이 봐왔지만, 개체 내부를 이렇게까지 깊숙이 파고든 건 못 본 것 같다. ‘인정욕구’와 ‘죽음 유예의 욕구’ 사이 어딘가.

 

2. <라이트하우스> 인류에겐 불가피한 경험이 두 가지 있으니 ‘현타’와 ‘죽음’이 바로 그것. 호러영화계의 21세기형 뉴 웨이브.(with 아리 에스터)

 

(공동) 3.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종교는 악행을 떠받치기 위해 고안-축조된 거대한 핑계가 아닐까. 설마, 하다가도 현실을 둘러보고 끄덕.

 

(공동) 3. <언컷 젬스> 아담 ‘파치노’, 중문(?) 서스펜스, 우주적 내시경. 익숙한 듯한 신선함.

 

 

- 살짝 기대했는데 별로 ▽

 

<테넷> 좋은 놈&나쁜 놈 다들 진지하게 문워크 하는 영화. 왜 이러는지 모르겠고 알고 싶게 만드는 유혹의 포인트도 (영화 안팎으로) 없다.

 

<스폰지밥 무비: 핑핑이 구출 대작전> 캐릭터들 매력이 모조리 증발. ‘위 아 더 월드’는 이렇게나 위험하다.

 

<소리도 없이> ‘예쁘게 그로테스크하지 아니한가?!’라는 자아도취.

 

 

- 그냥 별로 ▽

 

(한국) <국제수사> 전부 다 엉망이라 콕 집어 지적할 게 없다.

 

(외국) <인비저블맨> 서사는 시대 요구에 부응하느라 애 좀 썼겠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개연성은 못 넘어가겠는 수준. ⓒ erazerh

 

 

이제 그만 끝낼까 해 / 라이트하우스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 언컷 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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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스포)

 

과거는 매순간 쌓인다. (지금 막 또 쌓였다.) 자꾸만 모이는 이 과거는 어디로 갈까. 뭐, 대체로 분절돼 머릿속 곳곳으로 흩어지겠지. 즉, 기억이라는 구조.

 

이 분절들 각각은 벌어진 실재와 이뤄지지 않은 가능성들이 엉겨붙은, 마치 화합물 같은 상념 덩어린데, 몇몇은 뇌의 핵심 영역에 들러붙어 영영 떨어질 줄을 모른다. 착각과 망각과 재구성 등을 거친 이 녀석들은, 애석하게도 후회와 원망과 비관의 정서로 그득하기 십상.

 

그러다 영원히 수정할 수 없는 게 미래도 뭣도 아닌 과거로부터의 이 빌어먹을 현재, 즉 시간임을 깨달았을 때, 구더기한테 산 채로 파먹히는 돼지와 자신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비로소 받아들였을 때, 그는 아마도 ‘끝내야지’ 싶었으리라.

 

다만 그 전에, 자신의 시간을 누군가 한 번은 들러보길 바랐던 것 같다. 들러서, 훑어도 보고 어루만지면 좋았겠지. 엉망이든 말든, 살았었으니까. 물론 아무도 없었을 거. 기억, 기억, 기억, 다 혼자였다.

 

그렇게 그 누구와도 공유되지 않은 시간을 공유하는, ‘떠남’의 한 방식. 영화 <이제 그만 끝낼까 해>.

 

곱씹을수록 (그의) 삶이 참, 쓸쓸하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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