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닮았느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까, 눈에 보이는 실재 상(像)을 고스란히 담았다고 해서 그 이미지가 꼭 진리에 가까운 것은 아니다. 바꿔 말해, 명백한 가짜 형상들로 채워진 이미지에서도 진리를 향한 몸짓은 충분히 발견될 수 있다. 진리는 숏의 내용물이 아니라 숏의 '태도'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을 찍었나'보다는 '어떻게/왜 찍었나'라는 질문이 대개는 더 쓸모 있기 마련이다.

나는 이 질문에 대한 <워낭소리>의 답이 진리 추구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워낭소리>에서 농촌과 노인과 늙은 소는 곧잘 정서적 공통분모로 묶이는데, 이 정서가 과연 대상들 본연의 흐름 속에 포착된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희노애락' 유의 이미 정형화된 감정적 모델을 먼저 채택한 후 거기에 대상들을 끼워 맞춘 듯한 몇 장면 때문이다. 이는 진리 탐구와는 무관한, 페이소스 추출 작업일 뿐이다. 연출했다는 사실 자체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카메라를 작동한 이상, 연출이 없을 수는 없다). 그냥, 진리에 다가가기란, 그런 노력을 발견하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이야기.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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