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숏이다. 물건과 사람 모두를 주인공으로 삼으니, 둘이 만나는 배송완료의 순간이 키치적이면서도 찬란해졌다. 운명처럼 내 품으로 들어온 가전, 유 머스트 컴백홈.

 

그렇게 이 광고로, 나한테는 전 같지 않은 서태지지만 컴백홈을 찾아 들었고, 그때 집나간 애들 이 노래 듣고 다 돌아오고 난리 났다고, 아빠가 다 봤다고, 아이에게 침을 튀겨가며 뻥을 쳤다. 어쨌든 난 이제 깨달았어 았,어 날 사랑했다는 것을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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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라면 거의 미친놈마냥 좋아한 적이 있었다. 꽤 오랫동안 그랬다. 고1 때 '하여가'를 들었을 때부터 쭉 이었으니. 그러던 것이 이제는 그의 음악에서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하는 지경(?)까지 왔다. 아마도 7집 '7th Issue'부터였으리라. 내가 서태지라는 존재에 이토록 무감각해진 것은.

왜일까. 서태지가 변한 탓일까. 아니다. 그는 거기 그대로 있다. 음악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래서 내 머리를 옥죄는 고착된 가치들을 내버리면 날것의 자유와 유희가 팔딱거리는 세계가 열릴 것도 같다. 적어도 그의 유토피아는 변함이 없다. 가사가 지나치게 관념적이라는 지적 또한 내게는 문제가 안 된다. 몇 십 배는 더한 Radiohead도 나는 아직 사랑해마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 감정이 옛날에 비해 확 메말라 버렸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는 최근에도 Sigur Ros의 'Samskeyti'를 듣다 눈물을 흘렸고, <마더> O.S.T '춤'에 이르러서는 울컥하기까지 했다. 내 정서는 아직 요동칠 줄 안다. 물론 사운드 자체보다 영화 생각이나 기타 상념이 떠올라 그랬지만, 서태지의 음악에는 이제 그런 이입조차 하기가 힘들다.

생각건대, 원인은 감정선 간 이질성이다. 내가 겪는 삶의 양태는 서태지의 선율과 가사 안에서는 더 이상 어떤 형식으로도 환원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나는 그가 추구하는 경로로부터 떨어져 나와 별개의 길을 가고 있나 보다. 여전히 아름다운 그의 음악은, 결국 내 삶을 경유하지 않은 아름다움일 뿐이다. 이래서는 위로받을 수 없다. 적어도 서태지는 내게 그 정도 ‘급’이 아닌 한 지지가 어렵다. 어쨌거나 이제 서태지는 서태지, 나는 나.


잘 가, 대장.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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