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지구>(Planet Earth). 사람의 손길이 비교적 덜 닿은 지구 곳곳을 지역적/환경적 특성에 따라 나누고 하나씩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자연 다큐멘터리다. BBC를 중심으로 디스커버리 채널과 NHK 등이 함께 제작한 작품으로, 나에게는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가 되어주기도 한다(방영 KBS1).

이 다큐멘터리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앵글과 전개로써 대자연의 무한한 풍경을 가능한 한 폭넓게 담아내려 한다는 점이다. <살아있는 지구>의 카메라는, 말하자면 이미지와 소리를 기록하는 기계이자, 다양한 표정을 지닌 세심한 관찰자인 셈이다. 우주적 부감숏으로 지구 표면에 관한 아름답고 경이로운 스펙터클을 선사하다가는, 어느새 곤충 한 마리의 움직임을 극도의 클로즈업으로 쫓아 하나의 서사를 추려내는 식이다. 서사의 주인공들 또한 코끼리 가족에서부터 포자식물에 이르기까지 너르게 분포되어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시선은, 자연에는 따뜻함에서부터 냉혹함까지를, 생명체에는 헌신적 마음에서부터 이기심까지를 불어넣으며, 지구의 모든 것이 감정을 지닌 주체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 덕에 보는 이의 감상 또한 다양하게 오르내릴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렇듯, 풍부한 광경의 전시에 더불어 다각도로 열린 감정이입의 틈이 있기에, <살아있는 지구>의 생명력들은 입체적인 형태로 부풀어질 수 있게 된다.

모든 것은 탄생하고 또 소멸한다. 그 사이로는 각 주체끼리의 무수한 상호작용이 쉴 세 없이 오간다. 모래 한 알, 바람 한 줌도 저마다 소중한 사연을 지니고 있을 터. 지구는 그 수많은 사연을 새기는 거대한 몸체인 동시에, 그 자체로 시간과 공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잠재한 역동적인 생명이 된다. <살아있는 지구>는 그 사실을 일러주는, 매우 명쾌한 생태학적 스펙터클이다. ⓒ erazerh






(출처 - KBS 미디어)


반응형

'THOUGH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씁쓸  (2) 2007.12.20
자본, 두려움  (1) 2007.12.06
장애인  (6) 2007.04.22
그래도 희망은 사람에게 걸 수밖에  (6) 2007.01.30

+ Recent posts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