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과 담을 쌓은 자들은 살아야 하는 진짜 이유 따위를 고민하지 않는다. 남들 눈을 의식해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기는 하지만, 그 또한 사사로운 이익에 맞춰 그때그때 갱신하고는 한다. 썩은 목숨들은 그렇게 부지된다. 반면 진정성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사람에게는 치열한 고민 끝에 도달했을 ‘존재의 이유’ 같은 것이 있기 마련이다. 이 명분은, 따라서 자의건 타의건 일단 진정성이 절망 앞에 막히고 나면, 더불어 연쇄적으로 부서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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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했다. 삶을 추동해온 진정성이 거의 악마적인 오독들에 둘러싸여 옴짝달싹 못 하는 꼴이었다. 이어지는 지독한 침묵들. 게다가, 게다가 내 새끼들마저 곤욕을 치르는데, 그 꼴을 두 눈 뜨고 지켜봐야 하는 아비의 비통함이란, 오죽했겠는가. 그래서 이 죽음은 선택 이전의 차원, 요컨대 필연적인 결말로 보는 것이 차라리 맞다. 대한민국이라서 가능한, 진정성의 끝. 사실상 이 지옥도에 바치는 마지막 정치적 행보. 가슴이 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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