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함'에 예의 집중되는 눈과 귀들. '강한 놈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놈이 강한 것이다'라는 말이, 언제부터 이 정도로까지 '참'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무수히 늘어난 입. 할 말을 하라고 주어진 그 입들이 한데 모여 "대박 나세요."를 외쳐대는 꼴은, 정말이지 슬픈 코미디다.

그러니까, 디워가 미국에서 얼마나 흥행할까, 따위가 이토록 중요해진 데에 대한, 푸념.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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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평론계' 나아가 '충무로'를 향한 비난의 화살은 영화 개봉 전부터 날아왔다. 시사회에 참석한 평론가나 기자의 비판 글이 올라오던 그때부터. 대개 영화의 짜임새를 문제 삼은 그 글들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뭇매를 맞았다. 반박의 논리는 "이 영화에서 그런 걸 바라는 당신이 이상한 사람"에서부터 시작해 "심 감독 열정의 반도 못 따라가는 네가 무슨 자격으로..."까지 이르렀다. 게다가 '이봐라, 디워를 비판한 평론가들이 다른 '형편없는' 영화들은 좋게 평가했다'를 주장하는, 다분히 비난을 의도한 조선일보스러운 짜깁기마저 떠돌아다녔다.

반면 디워를 긍정적으로 다룬 몇몇 글(결국은 심 감독의 열정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는 내용)은 '개념글'이라는 수식어로 조명 받으며 널리 읽혀 바라마지 않는 평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영화에 긍정적인가 아닌가가 글쓴이의 됨됨이마저 좌지우지하는 상황. 이해불가.

비판적인 내용으로 써내려간 영화평론이라고 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점은 좋더라, 발전 가능성이 있더라'를 거기에 첨가해야 할 의무는 없다. 영화 주체의 그간 고생을 헤아리고 격려해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고. 그렇다고 디워를 비판한 글들이 소위 '예술영화를 평하는 기준'을 디워에 들이댈 만큼 야박한 융통성을 보인 것도 아니다. 앞서 언급한 뭇매 맞은 평들은 디워 스스로가 지향한 지점, 그러니까 '한국형 블록버스터(?)로서의 가치'에 영화를 끌어다 놓고 그것에 대해 논했다. 그 정도 자본을 들이고 그 정도 마케팅을 펼친 '거대한' 오락영화에 어느 정도의 만듦새를 요구하는 것은 평론가건 누구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또 사실 필요한 의문이고 지적이다. CG의 훌륭함으로 다른 부족한 요소들을 덮고 말고는 어디까지나 관객 개개인이 판단할 문제일 뿐, '그렇게 봐야 옳다'가 끼어들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 논리들이 영화평론에까지 적용된 현 상황은 꽤나 우울하다. 대중의 기호나 시장 흐름에 적절히 맞추란 말, 그러니까 평론더러 죽으라는 말이, 아주 당연하게 오간다.

물론 한국 영화저널리즘에 헤아리기 쉽지 않을 정도로 많은 문제점이 놓인 건 분명하다. 평단과 관객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 또한 좁히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디워의 그것과 관련한 작금의 공세들은, 분명 핀트를 잘못 맞추고 있다. 영화평론은 대중과 보다 친해질 필요가 있을지언정, 대중의 입맛에 따라 다시 쓰여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 erazerh


# 사실 평단에 퍼붓는 이런 공세들은 그동안 영화언론에 쌓였던 불만이 그 자체로 표출됐다기 보다는, 한국사회의 '배타적 응집력'이 어떻게 생성되고 커 가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에 더 가깝다. '몰이해를 동반한 적 만들기'라는 이 빌어먹을 악습은 도대체 죽을 줄을 모른다. 정말 지독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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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워의 '맹목적인' 추종자들 덕에 알게 된, '영화'라는 매체를 둘러싼 몇 가지 새로운 정보들. 여기서 맹목적 추종자란 디워나 심형래 감독을 비판한다 싶으면 그것이 어떤 형태든지 어떤 내용이든지 일단 '공격'부터 하고 보는 세력을 말한다. 다른 의견의 존재를 인정할 줄 아는 호불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밝힌다.


1. 영화평론가나 기자들이란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으나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이무기 같은 존재들로, 주로 남이 공들여 만든 영화를 깎아내림으로써 열등감을 해소하고는 한다. 대체로 열정들은 부족하며, 관객 머리 위에 군림하려 들기를 밥 먹듯 한다. 부업으로 충무로에서 뒷돈받기 등을 즐긴다.

2. CG를 사용하는 영화는 CG만 신경 쓰면 된다. 단순한 스토리나 엉성한 플롯 등은 좋은 CG만 있다면 문제될 게 없다. 왜냐하면 트랜스포머 등도 스토리는 단순했으니까. '이런 영화에서 CG 외에 다른 것도 기대한 사람'은 멍청하거나 멍청한 주제에 잘난 척을 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감독의 연출, 그러니까 카메라를 어디에 둘지, 대상을 어떻게 찍을지, 숏을 어떻게 붙이고 나눌지 따위는 그냥 옵션이다.

3. 세계 영화판에는 알게 모르게 순위가 매겨져 있다. 최고의 무대는 당연히 할리우드. 심형래 감독은 우리도 할리우드에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태극기를 꽂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4. 한국최고의 감독은 심형래다. 철저하게 비주류인 그는, 모두의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

5. 영화감독의 가장 큰 능력은 발로 뛰어 자금을 모으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역시나 심형래다.

6. 그러니까 봉준호, 박찬욱, 김기덕, 홍상수 당신들은 그동안 뭐했나? 반성하라.

7. 당연하게도,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디워보다 몇 수는 아래의 영화다. <괴물>은 독자적인 CG 기술로 만들어지지 못한, 괴수가 나오는 '척'만하는 자의식 과잉의 영화일 뿐이다.

9. <후회하지 않아>는 이송희일이라는 게이 감독이 만든, 일본 AV의 아류작이다.

10. 당신은 디워 또는 심형래 감독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당신은 심형래만큼의 열정을 가지고 노력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격려는 못 해줄망정 꼬투리를 잡는 것은 죄악이다.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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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개봉되지도 않은' 영화에 '서포터즈'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다소 의아했지만, 그 이유를 살펴보고는 '뭐,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열심히 노력했는데, 이왕이면 잘 되는 게 좋을 테니. 하지만 그들의 몇몇(이라고 믿고 싶다)이 보이는 행태에서, 나는 마치 숨이 막히는 듯한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의 손가락질(?)에도 불구하고, 도전정신으로 한곳만 보고 묵묵히 달려온 감독, 이라는 '인간 신화.' 그 신화에 대한 맹신 덕에, 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는 이미 레전드로 명명됐고, 영화 비판글을 쓴 사람은 어떻게든 심형래를 깎아 내리기 위해 없는 이유를 만들어 갖다 붙이는, 지적 허영심 가득한 비겁쟁이 정도로 몰려버렸다. 디워를 깠느냐 안 깠느냐에 따라 글쓴이의 인격마저 달라지는, 참으로 괴이한 풍경. 가히 '예수천국 불신지옥'과 다를 바 없으니, 아멘. ⓒ eraze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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