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ur Ros(시규어 로스)를 처음 들은 건 2000년대 중반. 이글루스에 블로그란 걸 만든 지 얼마 안 됐을 때 한 이웃분의 추천으로 접하게 됐다.


달랐다. 우울하지만 가라앉지 않았고, 밝다가도 접근하면 달아나버리는 느낌. 닿을 수 없고, 닿고 싶지 않은 장소. “신의 흘리는 금빛 눈물”이란 수식어는 너무도 적절해서 향후 감상 시 어떤 ‘틀’처럼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될 지경이었다.



2016. 11. 22. 시규어 로스를 직접 마주했다. 마침내 현실의 초현실화. 트랙별 각기 다른 우주 체험.


일단 ovedur의 찌릿한 사운드로 시작, sæglópur는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기존에 들었던 그 노래가 아니더라. 웅장한 박력에 머리와 몸이 진동, 어질어질. ny battery와 kveikur도 시규어 로스 고유의 몽환적인 질주가 날것 그대로, 광활하게 펼쳐졌다.


마지막은 역시 popplagid. 3집 ‘(  )’에서 앞선 트랙들이 선사한 우주를 모조리 꿰어 또 다른 차원으로 치닫는 듯했던, 이를테면 ‘우주적 오르가즘’으로서 나의 페이보릿 사운드. 편곡 때문에 초반 장엄한 맛은 덜 났지만 후반부 질주는 역시나 황홀했다. 멈추지 않길 바랄 만큼.


단, (혹시나 했던) samskeyti가 (역시나) 셋리스트에 없었다는 점은 꽤나 아쉬웠다. ⓒ erazerh


 



+ 멤버 중 오리의 실수가 잦았다. 그렇다고 한다.

+ 욘시의 컨디션이 별로였다는 의견도 있는데, 한 두 곡에서 살짝 갈라졌을 뿐. 특유의 돌고래 가성은 라이브로 들으니 기가 막히더라.
+ 거대한 커튼, 그림자. 기대했는데 커튼 없었다. 그냥 슬그머니 나왔다. 그래도 짝짝짝.
+ 앵콜 따윈 개나 줘버리는 거다.


+ sæglópur 중후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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